님들의 글은 봤어요. 코멘트를 할려다 말았죠..

뭔가 벽을 느껴서..

님들의 얘기에 보조를 맞추려고 하면 다시 정치 얘기 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하는 바도 있고 아닌 바도 있어요..

근데 그걸 떠나 애초에 제 얘기는 정치적 맥락을 배제한,

"일반인의 시선으로만" 이 문제를 보자는 거였는데..

님들께서 좀 반칙을 하신 거죠..;;

님들과 같은 사고가 이곳의 공리로 굳어져 있고 

그 정치적 판단을 영호남 일반인의 삶에 까지 가져오는 것 때문에

지역감정 문제가 더 꼬여만 가고 있다는 게 제 문제의식의 출발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굳어진 사고를 완화시켜 보기 위해 몇가지 가정을 하고,

거기서 부터 지역감정에 접근하는 새로운 틀을 함께 고민해 보자고 한 거였는데..

님들께서는 얘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버리셨지요..

그런 고로 더이상의 얘기는 불필요해 진 거 같고..


님들이 말씀하신 것은 대한민국 정치사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죠..

영패주의와 호남차별을 중심으로 해서 한국정치사를 이해하는 것..

그 관점이 한국정치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유용한 틀임은 분명하지만,

그게 전부인 것은 아니겠죠..

사물을 저 멀리 위에서 바라보면 전체적인 시야를 얻지만, 

사물이 놓여있는 개개의 자리에 대한 미세한 관찰은 놓치고 말 듯..

한국정치사를 영패주의라는 큰 해석학적 틀속에 놓고 보면

정치사의 큰 흐름에 대한 이해의 안목은 키울 수 있겠으나,

바로 그것 때문에 정치사의 흐름의 주변부에 놓여있는 

민초들의 구체적인 삶의 지형은 또 놓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님들의 얘기 역시 그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거구요..


좀 더 부연을 해보자면..

님들께서 말한 정치사의 그 굵직한 사건들..

님들은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이고,

그 사건들의 결과가 연속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보시는데..

그것은 하나의 개연성 있는 "해석"이죠, 님들께서 의미를 부여하신..

그것은 개개인에 따라 동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문제겠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건을 다른 틀을 가져와 해석하는 사람도 있는 거고,

그 해석의 총체적인 경향성에 따라 대한민국의 전체적인 이념의 스펙트럼이 나누어 지는 거겠죠..
 
그리고 이것은 한국 현대사라는 역사 전반을 정치사를 기준으로,

곧 정치적 틀로서"만" 바라보는 관점이 되겠습니다..

근데요, 한국 현대사가 정치의 틀만으로 해석이 되는 걸까요?

아니겠죠?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문학, 언어.. 등등 

그 밖의 다양한 틀을 통해서도 마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문제겠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지만 더 입체적으로 조명해 볼 수가 있는 거지요..

그러한 다각도의 접근과 탐구를 통해서만 한국 현대사의 전모, 

곧 전체적인 숲과 부분적인 나무가 함께 시야에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근데 그렇게 얻은 보다 탄탄한 관점은 완전한 것일까요?

아니죠.. 그것 역시 개연성 있는 "해석"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역사에 대한 해석은 언제나 또다른 해석을 향해 열려있는 것이죠.

어떤 하나의 고착된 관점(=영패주의)안에 갇혀서 그 자체로 완결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고로 님들은 우리의 토론이 기반하고 있어야 하는 이 숙명적인 전제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요..

그래서 제가 더이상 드릴 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구요, 위와 같은 해석의 투쟁은 어디까지나 지성의 작업입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요, 삶은 푸른 생명 나무라는 괴테의 경구에서 처럼

그것은 회색빛 이론일 뿐이지요..

하지만 이론과 삶은 등가가 아니고, 그래서 이론은 삶을 결코 대신 할 수가 없습니다.

이론과 삶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건, 언어가 존재를 매개하기 때문에 

갖게 되는 인간 이성의 착시일 따름이죠..

한마디로 이성을 가진 인간이 쉽게 빠지게 되는 커다란 착각..


고로 님들이 말한 그 역사적 사건은 구체적인 개인의 삶을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5.18이, 삼당합당이, dj의 핍박의 순간들이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한국땅에 살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의 삶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거지요.

5.18이, 삼당합당이, dj의 핍박의 순간들이 있었던 바로 그 날, 

대중들에게는 다 자기만의 개인사적인 일상들이 있었을 겁니다..

학교에서 맞고 온 자식 때문에 속상해 했던지, 떠나간 애인때문에 펑펑 울었던지..

친구와 대판 싸웠다던지, 시험을 망치고 와서 하루종일 우울했던지..등등등..

그렇다면 각자에게는 그 순간들이 훨씬 더 의미있는 사건이 되는 거지요..


헌데 님들은 지금 그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어요..

님들은 어떤 역사의 사건, 또 그 사건에 대한 님들의 해석을 가져와 

개개인들의 구체적인 삶의 문맥을 싸그리 지워버린 후, 

그 책임을 개개인들을 향해 무조건 전가하고 있지요..

그것도 영남인들만 따로 분리해내서 말이죠..

그렇다면 이것은 엄연한 해석의 폭력이 아닐까요?

도대체 이런 관점에 어떻게 동의를 할 수 있을까요?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끝으로 님들께서 역지사지를 해 볼 수 있는 비유를 하나 드리죠..

수꼴들이 전라도인을 증오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민주당의 친북노선 때문이죠..

이 분들의 눈에는 북한의 막장현실을 외면하는 님들이 이해가 안가는 겁니다.

전라도 차별과는 비교가 안되는 초슈퍼울트라캡숑 막장의 현실이

한반도 저편에서는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그래서 그분들은 히루속히 북한의 김씨왕조를 무너뜨리고

그 끔찍한 차별과 폭력 압제 하에 놓여 있는 북한 민초들을 구해내고 싶어하지요..

우리는 비웃지만, 그분들은 "진심"입니다..

그래서 저 거악을 보고도 못본 채 하는 우리들의 삐뚤어진 양심을

그분들은 절망적으로 비웃고 있지요..

그래서 그분들은 양심이 죽어있는 친북성향의 개혁진영 전체를 증오하는 것입니다.

자, 묻겠습니다..

전라도 차별이 심합니까? 북한민초들의 차별이 심합니까?

전라도인들의 고통이 심합니까? 북한민초들의 고통이 심합니까?

답은 누구에게 물어도 후자라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님들은 북한민초들의 그 막장현실에 대해 진심으로 아파하고,

그래서 북한정권을 감싸는 세력들에게 진심으로 분노하고, 

나아가 압제당하는 그들을 위한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해야겠다는 

그런 "결심"정도라도 품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아마 전라도 차별 때문에 그토록이나 차별에 민감하고 차별에 분노하는 님들조차,

"그보다 훨씬 더 큰 차별과 폭력아래 놓인" 또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순간" 

고통 당하고 있는 북한민초들의 삶은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님들은 북한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한 전라도 차별만큼은 

모두가 그 아픔을 이해해야만 하는 것으로 강변을 하고 계시지요..

뭐 그럴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본위적이기 때문에..


근데요..수꼴분들은 그런 우리를 향해 뭐라고 하던가요?

친북노선에 서있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범죄자"라고 생각하지요?

우리가 북한정권의 연장을 도움으로 북한민초들의 고통에 일조하고 있는

그래서 "북한정권과 똑같은" "가해자"라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그 분노를 압축한 단어로 우리를 향해 "빨갱이"라고 부르지요?

헐..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익숙한 어법 아닙니까?^^

네, 님들이 영남인을 향해 가해자라는 딱지를 붙일 때 동원한 

바로 그 논리이죠..

제가 영남인이 가해자일 수 없다고 한 것은,

님들이 빨갱이일 수 없는 것과 꼭같은 이유가 되겠습니다..

주무시기 전에 곰곰히 생각들을 해 보시길..


이로써 본 건과 관련한 논쟁에서는 더이상의 코멘트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로 인해 물의를 일으킨 점은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네요..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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