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드립(지역차별드립)과 그 외 수꼴드립(빨갱이드립) 나아가 여성비하드립(여성차별드립) 3종세트 드립을 하신 건대학생의 신상이 공개된 것을 보면서 약간 거창하지만  자연법(또는 자연권)논의를 생각해 보게 되네요.(형법적으로는 이른바 정당행위 중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의 문제인데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부분에서 자연법논의가 삽입됨)

일단 저런 드립을 한 학생을 현행법으로 제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집합명칭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처벌을 할 수는 있지만 단순히 일반적 평균판단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법과대학의 교수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집합명칭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서울시민 경기도민 이런 정도의 일반적 평균판단을 사용했을 경우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습니다.(노무현 드립도 있었는데 이 경우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처벌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그렇다고 저 건대학생의 표현이 반사회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즉 먼가 나름의 제재가 필요한 영역임에는 사실입니다. 사실 아이들이 반사회적인 일탈행위에 대해 어른들이 혼낼 필요가 있는 경우와 유사한 면이 있다는 것이죠. 이 경우 지나가던 어른이 청소년의 일탈행위에 대해 알밤을 때렸을때 일종의 현행법상 폭행에 해당되는 사적제재이지만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행위로 포섭할 수 있거든요.(이른바 "징계권 없는 자의 징계행위"- 이 경우 교육의 목적이라는 주관적 정당화 요소와 객관적으로 징계라는 차원의 범위를 일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객관적 정당화 요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상규에 해당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느냐가 바로 자연법에 해당되는 논의입니다. 즉 구성요건에 해당되지만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죠.(원래 구성요건에 해당되면 위법하다는 추정을 받게 되는데 그것을 조각해주는 것입니다.)

건대학생의 경우 건대학생의 신상을 털어 공개하는 행위가 역으로 초상권이나 인격권 침해와 같은 범죄행위가 되었다고 가정했을때(구체적인 법률 검토는 해보지 않았음) 그것이 일응 구성요건에는 해당되더라도 그 위법성은 얼마든지 조각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대법원의 판례는 행위가치와 결과가치 양 측면에서 나름의 추상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행위가치 측면

1) 의사의 정당성 - 동기와 목적이 정당할 것
2) 수단의 적합성 -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긴급성 나아가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2 . 결과가치 측면

1) 이익교량의 원칙 -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이러한 일련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해 볼때 건대학생의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신상공개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가 될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물론 그 신상공개 당시 동기와 목적이 순전히 사적보복심이나 개인적인 재미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힘들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전체 법질서의 측면에서 먼가 부정의하고 나아가 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해 공적으로 알리기 위한 차원이었다면 법적인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즉 행위가치의 측면에서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는 것을 전제로 위 사안에서 신상을 알림으로써 침해받는 법익과 보호되는 법익사이에 균형이 현저히 파괴된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알려고 해서가 아니고 건대학생의 부주의로 우연히 알게 되었다는 점은 수단의 상당성도 충족시킬 수 있어 보입니다. 문제는 보충성과 긴급성인데 현행형법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보면 이것도 충족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물론 이에 대해서는 저의 평가와 다른 평가도 가능하다고 보며 그에 대해 존중합니다.) 

[근대 형법의 평가규범이면서도 의사결정규범이기 때문에 반드시 결과 즉 공리주의적 관점만을 취하지 않습니다. 즉 사회윤리적 행위가치보호라는 주관적 측면(어찌보면 윤리성 측면)도 반드시 고려합니다.]

참고로 이와 관련된 논의로 다음을 들 수 있겠네요.

1.

그리스의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라는 비극을 아실 겁니다.

일류 역사에서 최초로 실정법과 자연법의 논의가 대두된 사건입니다. 오이디푸스왕의 두 아들은 아버지가 죽고나서 서로 전쟁을 벌이다 함께 죽고 맙니다. 그 결과 권력을 이어받은 크레온(그들의 삼촌)은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전사한 에테오틀레스는 장사를 지내준 반면 조국에 반한 행동을 했던 폴리네이케스는 시체를 그냥 내버려서 개나 새가 뜯어 먹게 하여 수모를 겪게 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여기서 크레온의 명령은 바로 실정법에 해당됩니다. 이에 대해 안티고네는 자기의 친오빠인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장사지내주면 그 결과 자기도 죽게될 것임을 확신했지만 그리스 종교의 규정된 의식에 따라 매장해 줍니다. 크레온이 그녀를 문책했을때 그녀는 자신은 크레온의 법을 어겼으나 불문법은 어기지 않았다고 항변한 사건입니다.(반면 소크라테스 사건은 실정법과 불의한 판결의 문제였습니다.) 


그 당시 안티고네가 한 말입니다.

"아무도 그 기원을 모르지만,  그 법은 어제 오늘에 생긴 것이 아니고 영구히 존재하는 것이랍니다. 누가 노여워할까봐 두려워서 그 법을 어기고 신들로부터 벌을 받고 싶지 않았어요"

여기서 충돌하는 것은 크레온 왕의 매장 금지 명령(실정법)과 안티고네의 혈육으로서 오빠의 시체가 개나 새의 먹이가 되도록 해서 안된다는 내적음성(자연법)입니다.

2.

1979년 10월 26일 밤 7시 40분경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박정희를 중앙정보부장인 김재규에 의해 권총으로 살해당한 사건에 있어서도 법정에서 김재규 변호인 측이 자연법에서 나오는 자연권을 주장했던 적이 있습니다. 즉 실정법(살인)에는 위반했지만 자연법에는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죠. 민청학련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아가 김구 암살범 안두희를 살해한 사건에서도 동일한 주장이 있었구요. 구체적으로 위법성 조각사유 즉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를 주장했던 것이죠.
 
물론 그 당시 대법원에서는 자연권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안자체가 살인사건이었기 때문에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겠지만 박정희 암살이나 민청학력사건(사후 진실위의 발표에 의한 복권이 있었음)의 경우 충분히 논의가능한 사건이었습니다.

3.

이와 관련하여 독일에서는 나치시대 사법기관을 도구로 이용한 간접정법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할 것인가와 관련되어 "악의의 밀고자 사건"이라는 유명한 판결이 있습니다. 소위 라드부르흐가 자신의 법적안정성 중시(실정법론)에서 정의 중시(자연법론)으로 넘어온 것이 아니냐로 문제가 된 판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