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엔 ‘여성부의 굴욕’이다. 문제는 ‘굴욕’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다들 무뎌지고 무감각해진다는 거다.


9 월3일 여성부 장관 내정자 발표를 보고 여성계는 꽤나 당황한 듯 하다. 여성단체연합은 백희영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내정됐다는 소식에 “황당함을 금할 길 없다.”고 했다. “여성계에서 전혀 알려진 바 없는 인물이며 여성정책에 대한 능력과 철학도 검증되지 않았다.”


사실 황당하기는 하다. 여성부도 맡다 보니 백희영 내정자 소개기사를 써야 해서 약력을 쭉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양학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를 나와서 미국 하바드대학 영양학과에서 박사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식품영양학 교수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수십년째 식품영양학만 하고 있다.


만약 식품의약품안전청장으로 내정됐다고 한다면 그런가보다 했을게다. 하지만 식품영양 전공자가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더 황당한 건 청와대가 내놓은 설명이다. “한국인의 식생활 분야 전문가이며 가정·가족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할 적임자” “꼭 여성운동가가 장관이 돼야 하냐? 백 교수는 한식 세계화와 가정의 가치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해왔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설마 여성부를 가정부로 착각하는건가? 아니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라고 말하려다 착오가 생긴건가. 여성연합이 논평에서 지적했듯이 “여성부는 성평등 사회를 위한 여성인권정책·여성인력개발업무를 주요하게 맡고 있고, 가족이나 보건 관련 업무는 이미 다른 부처 소관”이다.


장관내정자 발표 과정에서 여성부는 완전히 찬밥신세였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여성부는 3일 장관이 바뀐다는 사실을 기자들 전화받고 알았다. 장관 내정자가 어떤 사람인지 기본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청와대에 자료를 요청하다가 기본적인 프로필을 기자들에게 배포한게 오후 6시. 그때는 이미 장관 내정자 소개기사가 나온 뒤였다. 


장관 내정자 발표가 있던 날 여성부 대변인은 충남에서 지방출장중이었다. 변도윤 여성부 장관은 발표 나오기 이틀 전인 9월 1일 출입기자 오찬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걱정을 얘기하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설명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여성정책 홀대’ 혹은 ‘여성정책 모른척하기’가 걱정스런 인선으로 이어졌지만 정작 더 걱정스러운 건 아까도 언급했듯이 여성부 자체가 무뎌지고 무감각해진다는게 아닐까 싶다.


9 월 1일, 국회 여성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에서는 여성부한테서 제출받은 ‘2010년 여성부 예산 요구액’을 분석,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2010년도 여성부 예산 요구액은 총 657억원(추경예산.기금제외)으로, 이는 전년 대비 14억원(△2.1%) 감액된 규모다. 참고로 4대강 사업 가운데 하나인 ‘낙동강변 생태하천 조성사업(7.4Km)’ 사업비가 660억원이라고 한다. 


여성연합도 언급했듯이 여성부 주요업무는 여성인권정책과 여성인력개발업무다. 하지만 김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여성부 출범 이래, 여성 인권보호.일자리창출.취약계층 지원 등 지난 10년 동안 주요사업으로 추진되어오던 「여성권익증진」분야 세부사업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


2010년도 여성 인권보호 및 취약계층지원 등 ‘여성권익증진’ 분야 예산은 총 3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억원(△7.7%) 줄었다. 17개 세부사업 중 10개 사업 예산이 감액 편성됐다.


2010년 여성부 예산 요구액 삭감사업 주요 내역 (단위: 백만원)

 

사업명

‘09년 예산(A)

'10년 예산(B)

증감(B-A)

비율(%)

 

집결지성매매여성자활지원사업

2,165

1,356

△809

△37.4

성매매피해자구조지원사업(보조)

1,718

1,546

△172

△10.0

가정폭력ㆍ성폭력방지 및 피해자지원(보조)

12,731

10,804

△1.9

△15.1

성희롱예방체계강화

92

87

△5

△5.6

폭력피해여성주거지원사업(보조)

295

115

△180

△61.0

일본군위안부피해자생활안정

1,384

1,305

△79

△5.7

일본군위안부피해자기념사업

100

50

△50

△50.0

여성장애인사회참여확대지원(보조)

952

876

△76

△8.0

여성장애인지원체계관리

77

50

△27

△35.1

여성관련국제회의

444

256

△188

△42.4

일자리

여성고용기회확대

94

-

△94

△100

경력단절여성 등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

5,684

3,586

△2,098

△36.9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여성정책 및 인력개발’분야 사업 예산 중 ‘경력단절여성 등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사업’ 예산도 21억원(△37%)이나 깎여나갔다.


하이라이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신규로 시작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지정운영사업’(이하 새일센터)이겠다. 2009년 예산 139억원(본예산 40억원, 추경예산 99억원) 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77억원이 책정됐다.


김 상희 의원 입장은 이렇다. “여성 인권보호.일자리 창출.취약계층지원 등 사회적 약자로 인 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권익증진사업 예산이 여성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감액 편성되는 등 지난 10년 동안 축적해 온 여성정책 성과가 실종될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