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고종석과 박상훈 모두 좋은 글을.

글을 다 읽고 나서 든 두가지 생각은 먼저, 정말로 진보 정당의 인사들은 정권을 획득하여 진보적 정책을 구현하고자하는 욕망이 있는가 이고(아울러 한국의 진보는 '선비 신화'에 매몰돼있는게 아닐까이고) 두번째는 열렬 유시민 지지자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입니다. 최근 저에게 일 관계로 가장 스트레스를 준 두 사람이 넷에서 열렬한 유시민 지지자라서 더더욱 의문이 드네요.



이견과의 공존 / 박상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81301.html

...... 더 중요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고 본다. 그것은 지금까지 진보정당 내부를 지켜보면서 하게 된 걱정인데, 생각이 다른 세력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통합정당을 만들어갈 심리적 조건과 조직적 실력을 갖추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다. 내가 보기에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열은 그럴 조건과 실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 진보의 실제 모습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그 뒤 얼마나 달라졌을까? 당시 많은 사람들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나뉘었으니 규모는 줄었지만 즐겁게 당 활동을 하게 될 거라 기대했다. 그런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이견은 다시 만들어졌고 오가는 말은 사나워졌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모욕 주는 일로 자신의 일을 다했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가끔 그런 사람들의 글을 보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더 세게 야유하고 저주할까를 연구라도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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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때 이번 정당 통합 시도 역시 이런 분위기에서 “달리 대안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멸한다”는 비관적 위기감의 발로였지,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내부 혁신의 결과는 아니었다. 이런 취약한 내부 동력을 가지고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을 이끌 만한 진보정당 통합을 현실화해낼 수 있을지, 현재와 같은 야유의 언어로 가득 찬 진보 담론의 공간에서 어떤 통합의 열정이 발휘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막막해진다.

함께 정치학 공부를 했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도 진보정당 활동을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했던 선배가 있다. 그의 열성은 늘 우리에게 미안함을 갖게 했다. 어느 날 늦은 술자리에서 선배는 진보정당 내부에서 발생했던 크고 작은 다툼들 때문에 괴로워했던 그간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요즘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은 보수가 아니고 진보라고 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신자유주의 비판도 좋고 집권세력의 잘못된 정책 행위에 항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진보 스스로도 내적으로 개선해가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을 이제부터라도 제발 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 비판언론들도 지나치게 보수정당들에 맞춰진 시선을 돌려 진보정당에도 합리적인 비판이든 냉정한 분석이든 더 깊은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진보가 좋아지는 것이 보수의 지나침을 견제하는 최선의 길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칼럼으로 유시민 행태를 비판했더니…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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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달 전 이 지면에서 유시민씨를 ‘영남 패권주의자’라고 규정한 뒤,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내 전자우편 주소까지 알아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메일로 나무란 분들도 있었다. 메일을 보낸 분들은 대개 예의를 갖추어 나를 비판했고, 그 밖의 사이버 공간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욕설이 휘날렸다. 유시민씨 지지자들에게 겸손한 조언을 드린다면, 육두문자로 휘갈기는 비난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그런 욕설은 나를 전혀 아프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너절하고 상스러운 이미지가 고스란히 유시민씨에게 들러붙는다. 예의를 갖추고 내 견해를 비판한 분들은, 나를 설득하지는 못했지만, 내게 성찰의 계기를 주었다.

내가 일간지나 시사 주간지에 시사 칼럼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그간 내 글에 가장 자주 불려나와 가장 혹독하게 비판받은 현실 정치인은 정동영씨다. 그런데 정동영씨 지지자들로부터 욕설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반면 유시민씨에 대한 비판에는,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스쳐 지나가듯 한두 마디만 던져도, 용케 그것을 알아챈 지지자들로부터 말의 돌팔매가 날아들었다. 그것은 정치인 정동영이 정치인 유시민에 견주어 시원찮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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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나를 비판한 유시민씨 지지자들은 늘 그렇듯,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이해할 만한 일이다. 영남 패권주의에 뾰족하게 감응하는 것은 내가 전라도 사람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내 정체성 가운데 다른 것은 다 그대로 두고 오로지 출신 지역만 바꾼다 해도, 다시 말해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고 해도, 나는 영남 패권주의에 반대했을 것 같다. 말하자면 영남 사람 가운데 지역 패권주의에 물든 정치인이나 유권자들을 비판했을 것 같다. 거의 ‘골품제’로까지 치닫는 영남 패권주의는 내가 영남 사람이었더라도 내 자유주의 감수성을 크게 거슬렀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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