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우승후보로 매년 손꼽히면서도 2006년 리그 컵 우승 이후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FC서울이 2010년 시즌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영입한 감독이 넬로 빙가다 감독이다. 빙가다 감독은 선수들의 자율을 강조하는 자유방임형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자율과 자유를 강조하는 감독의 경우는 드물어 뉴스꺼리가 되는 데 충분하다. 넬로 빙가다 감독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의 자유방임형 지휘스타일 역시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 되기도 했다.

 

우승을 바라는 FC서울 구단의 간절한 염원에 부응해 빙가다 감독은 데뷔 첫해에 2010년 시즌 정규 리그 우승과 리그 컵 우승을 모두 차지하면서 FC서울 창단 역사 이래 최고의 성적을 구단에 선물했다. 선수들도 모두 빙가다 감독을 따르고 빙가다 감독 역시 선수들과 FC서울을 좋아했다. 거기에다 정규 리그와 리그 컵 우승을 모두 차지했으니 감독의 연임은 당연히 기대됐으나 FC서울 구단은 빙가다 감독과 재계약하는 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팀을 우승시킨 감독을 재계약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빙가다 감독의 연봉 수준에 대해서 빙가다감독과 구단이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데뷔 첫해 빙가다 감독의 연봉은 기본 50만달러에 우승 옵션 10만달러였다. 연임 계약에서 빙가다감독은 충분히 직전 시즌 우승감독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연봉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단은 인상요구를 받아들이는 데 난색을 표했고 결국 재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FC구단이 빙가다 감독과 재계약을 거부한 이유는 겉으로는 연봉 합의 실패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빙가다 감독의 지휘 스타일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이다. 자유방임형인 빙가다 감독에 대해 FC구단은 팀이 우승하는 데에 빙가다 감독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작 팀의 지휘는 코치들이 다 했지 감독은 한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하는 일 없는 감독에게 연봉을 너무 높게 줄 수없고 작년에서 소폭 인상한 75만달러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FC서울은 자유방임형 관리자인 빙가다 감독과 재계약 하는 대신 황보 관을 감독으로 데리고 왔다. 역시 목표는 우승. 신임 황보 관 감독은 빙가다 감독의 자유방임형 지휘 스타일에 대해서 구단이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취임 일성에서 요리사처럼 팀을 조리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선수들과 훈련을 시작한 첫날 부터 황보 관 감독은 무지막지하게 선수들을 굴려서 녹초로 만들어 선수들의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만들었다.

 

전형적인 자유방임형 관리자인 나의 관점에서 볼 때,  FC서울 구단은 큰 착각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자유방임형 관리자를 볼 때 아무 일도 안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유방임형 관리자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고민하여 모든 경우의 수, 최악부터 최선의 모든 결과를 염두에 둔다. 그리고 선수들이 스스로 고민하여 문제 해결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선수들의 창의력을 비롯해 능력을 제고 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자유방임형 관리자가 볼 때,  만약 선수 팀원들이 스스로 고민해서 창의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는 것들이 감독이 생각한 최선의 상황과 일치한다면 자유방임형 관리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선수들이 하고 있는 그대로 계속 하도록 놔둔다. 이 상황을 강압적 지휘 감독 스타일에 익숙한 구단 관계자의 눈으로 볼 때 감독이 아무 일도 안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놔둬서 최선의 결과를, 1등의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들을 괜히 건드리는 건 바보짓이다.  

 

자유방임형 빙가다 감독의 지휘 아래 자율적으로 훈련하고 창의적으로 플레이하여 우승의 결과를 얻은 FC서울이  '요리사' 황보 관 감독의 지휘 아래 모든 것을 다 바꾼다면 어떤 성적이 나올까? 1등을 유지하던 시스템을 바꾼다면 1등이 되지 못한다. FC서울의 성적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나의 예상대로 신임 황보 관 감독은 무지막지하게 요리한 결과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FC서울은 1승 3무 3패를 기록해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경기 내용은 더욱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황보 관 감독이 FC서울을 시커멓게 다 태워먹고 있는 것을 본 구단은 오판을 인정하고 서울FC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도중 황보 관 감독을 경질하고 최용수 감독대행에 팀을 맡겼다. 감독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성적이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을 보면서  "빙가다 감독이 놀고 먹는 것이 아니었구나"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 자유방임형 관리자는 다만 일하기 위해서 일하는 맹목을 피할 뿐. 최선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점검한다.  개선이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것이다. 

 

겉보기에 조선인민공화국 항공육전단 소속 강금철 중사를 닮은 최용수 감독대행은 겉보기와는 달리 순수하고 친근한 구석이 있다. 2002년 월드컵 미국전에서 이을용이 준 찬스를 헛발질로 날려보냈을 때 악착같이 플레이하던 최용수 선수의 얼굴에 "낭패!"라고 하는 그의 심정이 그대로 읽힌다.  지금 보면 상당히 우습다.  또 골을 성공시킨 뒤에 광고판을 밟고 올라서는 골 세레모니를 하다가 발을 헛디뎌 꼬구라지는 장면 또한 우스운데 이런 것들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든다. 

 

최용수 감독은 빙가다 감독같은 자유방임형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적어도 황보 관 감독처럼 무지막지하게 몰아부치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  언젠가 최용수 감독이 지도자 수업을 하면서 밝힌 바 있는데 최용수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아버지 같은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카리스마는 있으나 친근하고 다정한 아버지 스타일은 먹혀들어가서 (물론 용병의 전술적 활용 등 실제로 작용한 부분이 있었겠지만 이 글에선 논외) 4승1무1패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회사 일을 해오면서도 나는 항상 자율을 중요시 해왔다. 팀장이 되면 일단 팀원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만 말해주고 내가 다 책임질테니 팀원이나 부하에게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고 한다. 하다가 안되는 것이 있으면 그 때 말하라고 하는 식이다. 내가 상사였을 때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 부하였을 때도 나는 그렇게 권한을 대폭위임해주기를 원했다.  나는 권한을 대폭 위임 받았을 때 항상 압도적인 성과를 내왔다. 권한의 위임과 자율은 개인과 회사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이렇게 일을 맡기면 두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하나는 위임받은 권한을 잘 활용하고 창의적으로 일하여 훌륭한 성과를 내는 상황, 또 하나는 위임 받은 권한과 자유를 가지고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상사의 눈치만 보고 쩔쩔매거나 도대체 저 상사는 일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놀기만 하고 뭐하냐면서 FC서울 구단처럼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상황. 후자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직원들이 대부분이지만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전자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직원이다.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나는 평균 3~6개월마다 한번씩 직장을 옮겨다녔다.)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권한을 대폭 위임해줬을 때 일을 제대로 수행해내는 직원들은 반드시 크게 성장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런 친구들은 권한 위임을 해준 상사에게는 보고확인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아는 듯 대부분 업무 보고가 성실하고 우수하다.  그런데 이러한 자유방임, 권한 위임은 규모있는 회사에선 주변 상황이 좋을 때 먹혀들어갈 수 있지만 (그래도 저항이 많다) 작은 회사에선 실행하기 어렵다.

 

큰 회사에서는 권한을 위임시켜 자유방임형으로 관리한 다음 그 성과를 가지고 인사 조치를 하는 식으로 강제를 담보할 수단이 존재한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그렇게 권한 위임 상태에서 직원들의 자율적인 업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알아서 해보라고 하면 멍하게 앉아 있고 시키는 일만 한다. 대표님은 왜 일을 안하시고 우리에게만 일을 던지시느냐고 투정하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로 근무시간에 다른 일 (외부 몰래바이트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원 200명 이상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회사에서도 자유방임형으로 권한의 대폭 위임을 하면 윗선이나 아랫선이나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사들은 오너에게 자기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부하에게 위임해야할 업무를 직접 하고, 부하들은 부여된 권한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할 줄 몰라서 창의적인 일은 못하고 자기가 기존에 해온 일이나 자기보다 아래 직급의 부하가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언컨대 이런 조직은 발전이 없다. 

 

어쨋든 이상은 이상이고 현실은 현실인 것이... 작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유방임형으로 권한위임을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니 나의 원칙을 수정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중에 창의적으로 주도적으로 일하는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그런 친구들은 그야말로 회사의 보배다. 물론 그런 친구는 이직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가 이직 하기 전에 회사를 이직하고 싶어하는 회사만큼 못키우는 내 잘못이다.  그 친구가 이직할 때 이직하더라도 그런 친구는 계속 키워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