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이나 연대와 달리 합당의 경우 이질적인 이념과 가치관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있었던 합당은 대개 이념적으로 차이가 없는 정당간의 이합집산이었으므로 민노-국참 합당은 만약 성사된다면 아주 흥미로운 정치적 실험이 될것입니다.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협상에서 이정희가 종북주의에 대한 언급과 반성을 회피했더군요. 민노당의 종북주의는 이제 당의 DNA로 체화된 느낌입니다. 써프 국제방이나 자주민보, 정론직필 블로그에서 보듯이 종북 주사파들은 정사겔 수꼴 못지 않은 무대포 정신으로 똘똘 뭉친 일당백의 전사들이죠. 유시민 교도들과 김일성 교도들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기독교인과 불교인이 서로 모여 컨센서스를 이루는게 불가능 하듯이 유시민교도들과 김일성 교도들간에 이념적 타협점을 찾는것은 애초에 불가능 합니다. 이념이 아닌 종교의 문제이므로 중간점이 있을수 없죠. 결국 WINNER TAKES IT ALL의 제로섬 게임이 될듯 한데 객관적인 전력상 참여당쪽이 극히 불리하죠.

하지만 유시민에게는 파트너를 엿먹이는데 특화된 뱀의 혀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을 무찌르는데는 무력하지만 같은편 뒤통수를 치는데는 효력을 발휘하는 유시민의 혓바닥이 민노당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참여당이 내세울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되겠습니다. 

유시민이 진보신당이 아닌 민노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는 이유는 민노당에게 뜯어먹을 정치적 자산과 실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민노당의 꼴통 종북주의는 일종의 가시에 해당합니다. 가시는 버리고 살만 먹기 위해 유시민은 민노당의 종북주의를 공격하면서 진보 진영의 대대적인 세력 개편을 주도할것으로 보입니다. 중도 진영에서 "정치 개혁 기믹"이 실패했으니 이제 진보 진영으로 기어들어가 "진보 재각성 기믹"으로 장사를 하는 겁니다. 딸각발이 좌파를 죽비로 내려치며 꾸짖는 선구자, 현실 정치에서 승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정치적 프로메테우스가 되겠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조국, 박경철 같은 트위터 강남 좌파, 한겨레 오마이 같은 노빠 언론의 화력 지원이 필요하겠지요.

문제는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한미 FTA나 복지 정책 등에서 민주당 못지 않게 보수적인 유시민과 국참당이 진보 진영의 재각성을 외친다면 NL아닌 좌파들도 코웃음을 칠겁니다. 이정희나 진중권 같은 개인의 호의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