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빠들이 무브온 등에 올린 글을 봐도 그렇고, 민주당 국회의원이라는 백원우가 마치 유시민의 대변인처럼 말한 것을 봐도 그렇고, 참여당의 향후 진로는 민노당 합류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그 형태는 당대당 합당이 아닌, 헤쳐모여 이후 개인적인 입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당대당 통합이 될 경우 참여당 내부의 격렬한 토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시민이 개인적으로 입을 내상을 감당하기 어렵다. 유시민은 당을 깨고 당원 모두를 희생시킬지언정 개인적인 손해나 상처를 감수할 위인이 아니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했다는 말 "나를 위해 천하를 희생시킬지언정, 천하를 위해 내 털끝 하나라도 다치게 하지 않겠노라"가 유시민의 정치 모토 되겠다.


둘째, 정치 일정의 문제이다. 즉, 당대당 통합을 위해 필요한 온갖 토론과 절차를 다 거칠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얘기이다. 유시민은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인 틀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자신의 향후 구상을 위한 정지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 향후 구상이란 바로 내년 총선과 대선 프로그램이다. 그럴려면 시간이 없다. 한가하게 당대당 통합 절차를 밟고 있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셋째, 펀드 정산의 문제이다. 이미 지적하신 분이 있지만 당대당 통합을 할 경우 참여당이 진 빚을 민노당이 인수해야 한다. 하지만 민노당으로서는 그런 부담을 감수할 정도로 유시민이나 참여당에 매력을 느끼지는 못한다. 민노당 지도부가 최소한의 이성적 판단능력을 갖고 있다면 그렇다.


넷째, 당대당 통합을 할 경우 참여당 세력에게 상당한 지분을 보장해줘야 한다. 합당 문서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노당으로서는 유시민이나 참여당 세력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이다. 그런 판에 당대당 합당이라는 형식을 수용할 이유가 없다.


한번 일어난 일은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되풀이된다. 유시민이 개혁당을 공중분해시키고 민주당에 합류하면서 개혁당원들 뒷통수쳤던 일은 또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유시민 개인을 중심으로 한 빠돌이 정당이라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그렇다는 얘기다. 차이가 있기는 있다. 과거에는 민주당이 집권여당이라서 그만한 매력도 있었고, 자신을 환영하는 손길도 꽤 있었지만 이제는 둘 다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보다 진보통합 세력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다.


유시민으로서는 이미 '참여정부의 부채를 계승하겠다'는 선언를 통해 사실상 민노-진보신당에 러브콜을 던진 셈이고, 지난해 지방선거 심상정 사퇴에서부터 그런 행보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시민이 민노당과의 합당을 통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유시민이 노리는 것은 민주당의 몰락이다. 그리고 호남 중심의 민주개혁 진영의 주도권을 자신을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유시민은 민노-진보신당-참여당을 묶은 '진보통합' 세력을 내세워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게 파격적인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그 타겟은 주로 호남과 수도권 지역의 민주당 우세지역이 될 것이다. 이것은 사실 진보통합의 의석 확보보다도 민주당의 기반 약화를 노리는 행동이다. 따라서, 적어도 총선 공천에서는 참여당 세력의 지분을 거의 요구하지 않고 민노-진신 계열에 대폭 양보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첫째, 민주당의 원내 기반/지역 기반을 약화시키는 한편 둘째, 대선에서 진보통합의 단일 후보로 자신이 올라서기 위한 명분 축적용이다.


유시민을 앞세운 참여당의 경우 경기지사, 김해을 보선 등에서 민주당을 압박했다가 비참하게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압박해 단일화 양보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우선 명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노당의 경우 민주당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런 요구조건을 내세우기가 비교적 쉽다. 즉, 유시민은 민노당에 숨어들어가 민노당을 내세워 민주당의 양보를 압박하고 결국 때가 되면 자신이 민노당의 대선후보로 등장해 건곤일척의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자신을 진보통합의 유일 대선후보로 옹립하도록 압박할 무기로는 총선에서 참여당 계열의 양보 그리고 진보통합 내에서는 가장 높은 대선후보 지지율 등이 될 것이다.


대선 시기에 접어들면 다시 특유의 공갈협박 전략을 동원해 민주당을 압박하게 된다. 즉 진보개혁 진영의 승리를 위해 단일화에 응하라는 얘기다. 단일후보 결정 방식은 그동안 잘 봐온 것처럼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식을 들이밀면서 "들어주지 않으면 판을 깨겠다"며 협박하는 것이 될 것이다.


민주-진보통합 두 진영의 단일후보로 유시민이 결정될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이 박근혜에게 패배한다. 설혹 그렇게 되지 않고 후보 단일화 가정을 거쳐 민주당의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된다 해도 박근혜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양쪽 후보의 상처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해을의 경우 비교적 소규모의 선거였고, 후보단일화의 절차나 기간이 그다지 길고 복잡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후유증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한나라당 김태호의 승리였다. 


하지만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는 어떨까? 지난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의 대결을 복기해보면 분명해진다. 비록 당시는 노무현의 실정에 따른 반사효과에다 조중동 등이 경선과정에서 드러난 이-박의 치부를 적극적으로 덮어주면서 '묻지마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명박이 압승했지만 후보경선 과정에서의 상처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만일 내년 대선에서 민주-진보통합의 단일후보 경쟁이 벌어질 경우, 게다가 유시민이 그 한쪽의 당사자로 나설 경우 후유증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유시민은 애초부터 당선 가능성 제로지만, 민주당 후보의 경우 살얼음 걷듯 어렵게 내딛는 대선 행보가 치명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백원우 등 노빠들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원우 등은 민주당 안에서, 문재인은 민주당이나 진보통합 등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신분으로 민주당에 압박을 가할 것이다. 유시민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원군이 이들 '정체가 애매한 친노세력들'이 될 것이다.


이 문제에서 유시민이 맞닥뜨릴 숙제 두 개를 제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그 숙제 하나는 유시민이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고, 또 하나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시지프스의 과제와 같은 것이다.


첫째,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출신들과의 화학적 결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민노-진보신당과 참여당 출신들 사이에 가로놓인 골짜기는 민노-진보신당과 민주당, 참여당과 민주당과의 그것보다 훨씬 멀고, 깊다. 그 이유는 바로 특정 정치인 개인의 위상과 대우에 관한 것이다.


참여당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유시민 두 정치 아이돌을 중심으로 두는 정치 매니아들의 집단이다. 하지만 민노-진보신당은 그렇지 않다. 이 차이는 아마 통합 이후에 시간이 갈수록 분명하게 드러나고 심각해지고 유시민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추후 여유가 생기면 따로 언급할 것이다.


둘째, 유시민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는 바로 호남의 문제이다. 우선 유시민은 '결코' 호남의 표를 얻을 수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유시민이 향후 자신의 정치 일정을 성공적으로 달성할수록 호남의 표는 더욱 멀어진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만의 하나, 유시민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모두 달성해서 대선에서 승리하고 집권한다고 해도, 유시민은 호남의 문제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바로 유시민의 정치적 스승인 노무현이 무엇보다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애비를 한다고 해도, 호남의 문제를 외면하고 호남을 소외시킨 정치적 접근은 결국 진보개혁 세력의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은 나는 유시민과 참여당의 진보통합 합류를 적극 환영한다. 진보개혁 세력의 입장에서 유시민의 행보 가운데 최선은 한나라당 입당이고 두번째가 바로 진보통합 합류이다. 최악은? 바로 민주당 합류이다. 비록 최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악을 피한 것만 해도 괜찮다. 그래서, 정치는 최악을 피하는 기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역시, 우리나라 정치는 감상할 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