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지금에야 전문을 읽었는데 한마디로 소감을 요약하면 '답은 나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와 참여당은 잘못없다'입니다. 이 한마디를 위해 참 길게 썼네요. 그래서인지 언론보도들을 살펴보면 '우리도 잘 모르겠다'가 주조인 것 같습니다. 어떤 신문은 '독자노선 강화'로 해석하고 어떤 신문은 '통합 가능성 제시'로 읽고.

그런데 묘한 구석들이 눈에 뜨입니다. 아니 묘하다기보다는 유시민 자신도 헷갈려 한다고 할까요?

"그런데 4.27재보선이 끝나고 나서 새롭게 당 진로에 관한 토론이 필요해진 이유가 이 노선이 뭔가 잘못돼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옳은 노선이고,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노선이고, 이렇게 갈 수만 있다면, 별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위력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그런 당 진로의 방침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런데 당대표로써 이 방침을 그냥 밀고 나가기에는 거리끼는 점이 있어서 제가 제안해서 토론방을 열고 당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옳은 노선이고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노선이라면 왜 새삼스레 토론을 합니까? 그냥 밀고 나가야죠. 이건 담임 선생님이 "내 교육방침은 절대적으로 옳은데 그냥 밀고 나가기에는 거리끼는 점이 있으니까 학급 토론해봐"라고 말하는 꼴이랄까요? 그래서 처음엔 '결국 유시민 절대 찬성이란 답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간단히 말해 본인 조차 헷갈려하고 있는 것 같아요. 뭐랄까 이전에 보이던 특유의 '겉으론 그럴 듯함'조차 유지를 못하고 있다랄까요? 그래서 계속 모순되고 앞뒤가 맞지 않는 구절들이 속출합니다.

그것은 연대연합 노선이 옳고, 이 연합노선의 안에서 우리 당의 독자적인 기반을 구축해나가자는 기존의 방침도 또한 저는 논리적으로, 정치적으로, 현실적으로 매우 현명하고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냥 이것을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한가지 장애물 또는 난관을 넘어서야 유효하게 될 수 있다.

위의 구절들도 그렇습니다. '논리적으로, 정치적으로, ' 옳을 뿐더러 '현실적으로 현명'하다고까지 말하더니 뒤에선 장애물이란 조건을 내놓으며 '넘어서야 유효'하다고 뒤집습니다. 이거 앞뒤가 안맞죠. 지금까지 경기도 지사와 김해에서 '장애물을 넘어서지 못했다'는게 현실이면 옳을 순 있어도 현실적으로 '현명'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뭐랄까,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큰 부를 이뤘다. 다만 신용불량 상태라는게 마음에 걸린다'라고 말하는 꼴이랄까?

이번 인삿말에서 가장 주목받은 아래 구절은 이러한 모호함과 모순이란 측면에서도 압권입니다.

또 설혹 몇 군데서 단일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6.2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의 사례에서 비춰볼 때, 민주당과 협력적 단일화, 협력적 연대가 아니고, 경쟁적 단일화, 심지어는 대립적 연대를 해서, 그렇게 단일후보가 된 국민참여당 소속의 야권단일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겨뤄서 이길 수 있을까,

협력적 단일화, 협력적 연대라는 단어들도 꽤나 눈에 거슬리지만 '대립적 연대'는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상당히 많은 경우 지식인들이 자신의 논리 부족을 숨기기 위해 '--적'이란 단어들은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는건 익히 알려졌지만 아무튼 그걸 감안하더라도 '대립적 연대'는 도저히 맞춰지지 않는 단어들을 조합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군요. 아무튼 대립적 연대를 '과정에서 서로의 대립이 불거진 연대'라 이해한다면 위의 문장은 사실 좀 잘못된 문장입니다.  이렇게 써야 그나마 맞죠.

'민주당과 대립적 단일화, 경쟁적 단일화, 심지어 협력적 단일화를 하더라도 그렇게 단일후보가 된 국침 참여당 소속의 야권 단일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겨뤄서 이길 수 있을까'

보세요. 단어 순서를 바꿔주니 그래도 뭔가 앞뒤는 맞는 것 같지 않습니까?  예. 제가 보기에 이번 유시민의 인삿말은 뭐랄까, 그가 내세우던 가치나 논리의 모호함, 모순이 단어나 문장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자신의 잘못은 인정 못하겠고 노골적으로 민주당 탓할 수는 없고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부정할 수는 없는데(그러면 유시민 무오류설 깨짐!) 계속 밀고 나갈 수도 없고...

유시민의 저 인삿말에 대한 유시민 지지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요즘 유시민 지지자들의 피난처인 무본의 경우 좀 부정적인 글도 보이고 어쨌든 대체로 열기 자체가 느껴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