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은신처에서 발견된 자료에 의하면 알카에다와 빈라덴은 9.11을 기념하여 미국 내에서 열차테러를 계획했었다고 합니다. 미국 정보국의 발표이기 때문에 100% fact 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미국의 빈라덴 사살작전에 대한 국제법 규범적인 비판과 그에 대한 소심한 반론 아닌 반론을 하나 썼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빈라덴 사살작전을 옹호해보려 합니다. 한가지 단서는, 빈라덴 은신처를 찾아내는데에 쓰인 결정적인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으로 사용된 '발달된 심문기법'은 옹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테러리즘은 기존의 전통적인 테러리즘과 뉴테러리즘으로 단순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테러리즘은 정치사회경제적 목적을 위해서 사람, 재산에 대하여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테러리즘은 상대방과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꾀합니다. 무언가 요구조건이 있고, 상대방의 존재를 그래도 인정하지만, 힘의 불균형 때문에 테러라는 수단으로써 상대방과 상대국의 국민들에을 협박해서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려 하죠. 따라서 정치적 목적을 분명히 드러내며, 공격 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사람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에 나름대로 노력합니다. 그래야 메시지 전달 효과도 크고, 명분도 서니까요.

그러나 뉴테러리즘은 다릅니다. 대개 종교적 이념에 따른 뉴테러리즘은, 테러조직이 설정한 적에 대한 무분별한 인명살상, 불명확한 동기, 대중적, 국제적 명분에 대한 관심 없음을 특징으로 합니다. 과거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이 전쟁을 수행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면, 뉴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이 현재 전쟁을 수행중이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적과의 협상, 소통은 목적으로 하지 않고, 적의 멸망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최대한의 타격을 꾀합니다.

문제는 전통적인 국제법 규범으로는 이들 테러조직을 규율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이들은 국가도 아니고, 내전을 벌이는 정부도 아니고, 교전단체인 반군도 아닙니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어떤 폭력조직이죠. 특정국가에서만 활동한다면, 그 국가의 국내법으로 규율가능하지만, 국제적으로 말썽을 일으키는 조직이기 때문에 그것도 곤란합니다. 파키스탄에 근거를 두고 미국에 테러를 가하기 때문에 복잡해지죠.

그래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천명하면서,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조직 알카에다를 도와주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국가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일으켰죠. 미국은 그렇게 함으로써 전통적인 국제법상의 '자위권'과 함께 '인도적 개입'이라는 새롭게 형성중인 무력사용의 원칙을 모두 원용하여 자신의 전쟁을 정당화하려 했습니다.

2차대전 이후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는 흐름 속에서 UN헌장은 원칙적으로 무력사용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안보리의 개입 하에 무력사용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예외적인 무력사용에서 안보리의 개입이 최소화된 '자위권'이 규정되어 있는데, 아이러니하기게도 자위권이라는 무력사용은 미국이나 소련과 같은 강대국의 요구가 아니라, 약소국들의 요구로 헌장상 권리로 규정됐고, 이것은 관습법적인 자위권으로서 UN헌장상의 다른 규정이 자위권을 침해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자위권은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와 '긴급성'의 요건때문에 이것을 명분으로 무력사용을 하기에는 국제법적으로 위험부담이 따릅니다. 게다가 이 자위권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안보리에 보고하여야 하고, 안보리의 개입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인도적 개입'이라는 새로운 원칙이 최근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인도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이 대표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역시 '코소보 사태'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에서 나토의 군사개입을 반대할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나토는 안보리 동의없이 유고슬라비아를 공격했죠. 그 명분으로 '인도적 개입'을 들었습니다. 코소보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인종청소를 막기 위해서 나토의 형태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UN헌장상 명시된 안보리의 개입을 피하기 위하여, UN헌장상의 관습법적인 자위권 행사 요건에 '인도적 개입'도 포함된다고 주장한 것이죠. 대규모 잔혹행위, 학살과 같은 반인도적인 행태를 중단 시키기 위한 무력사용의 원칙으로서 인도적 개입은 최근 '리비아 사태'때에는 아예 안보리에서 이를 이유로 카다피에 대한 공격을 승인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국제사회의 관행으로서 형성과정에 있다고까지 보여집니다. 게다가 안보리는 UN헌장상의 무력사용의 요건중 하나인 '평화에 대한 위협'에 인도주의적 위기사태를 포함하는 해석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헌장상으로도 '인도적 개입'이 (비록 안보리가 개입하는 것을 전제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원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인도적 개입을 포괄적으로 넓게 해석하면,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국제사회의 틀을 깨고자 하는 테러조직에 대한 무력사용의 정당화 요건으로 인도적 개입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 국가에서 발생하는 인종청소, 종교분쟁방지에만 인도적 개입을 적용시키지 않고, 뉴테러리즘, 즉 테러와의 전쟁이 대상으로 하는 테러의 특징인, 무분별한 인명살상, 대규모의 공격행위를 막기 위한 군사행동에도 인도적 개입을 적용하는 것은, 기존 국제법, UN헌장상 규정된 무력사용의 원칙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기존 규범체계를 어느정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아주 효율적입니다. 기존 국제법상 자위권의 엄격한 요건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와 더불어, 그럼에도 국제법적 규범질서 속에서 활용되기 때문이죠.


이러한 인도적 개입은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북한에서 발생한 각종 인권탄압, 식량부족으로 인한 수백만 북한인민의 사망과 그것을 방치한 북한 정부,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각종 테러(의문이 많지만)에 대한 대응책으로 인도적 개입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실제로 여러 검토가 있었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ps)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미 테러리즘에 대응하는 무력사용을 설명하면서 전통 국제법상 무력사용금지원칙이 흔들리고 있고, 인도적 개입이 그것에 활용된다는 논문이 이미 나왔군요 2006년에...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