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의 호남화, 아니 호남의 민주당화... 이것을 가장 싫어하고 끔찍하게 저주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바로 호남 사람들입니다. 부족한 제 주제를 무릅쓰고 좀더 과감하게 표현하자면, 호남은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현재 호남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를 혐오합니다. 호남이 가장 원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정치에서 호남이 숙명적으로 짊어지고 있는 그 위상이 소멸되어 없어지는 것입니다. 믿을 수 없습니까? 하지만, 이것은 100% 진실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호남이 원하는 것은 패권이 아닙니다. 호남이 원하는 것은 그냥, 다른 지역과 같아지는 것입니다. 잘난 놈 대우도 필요없고, 그렇다고 저주도 하지 말고, 그냥 다른 지역이랑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것입니다. 한 민족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시민권이라도 달라는 요구입니다.

호남이 패권을 원했다면 노무현을 지지해 그 소름끼치는 2002년의 드라마를 만들었겠습니까? 그래, 이것도 이회창이 싫어서, 호남 패권을 만드는 변칙적인 기법으로 그랬다 칩시다. 그런데, 노무현의 대북송금특검, 민주당 분당, 호남 출신 공직자의 대규모 퇴출 등 호남패권(그런 게 있다면)을 직격탄으로 박살내는 온갖 조치들이 터져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당 같지도 않은 신생정당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서 과반수 정당을 만들어준 이유가 뭘까요? 이것도 호남패권을 만드는 고난이도의 정치 술수입니까?

노무현의 노골적인 호남 죽이기에도 불구하고 호남은 마지막까지도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완전히 놓지 않았습니다. 노무현이 예뻐서 그랬을까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호남이 아무리 병신 쪼다라고 해도 그 정도는 아닙니다. 자기는 상대방이 예쁘다고 어루만지고 포옹하려고 하는데 상대방은 "이 더러운 것이 감히 어디다 손을 대고 그래?" 이러면서 얼굴을 발로 걷어차는 것입니다. 그래도 호남은 상대방을 예쁘다고 해줍니다. 예뻐서 그런 것이 아니지요.

호남은 노무현이 완전히 호남의 정치세력, 호남의 정치적 요구를 소멸시켜 주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즉, 자신들이 짊어지고 온 그 정치적 위상과 역할을 노무현과 그 일당이 가져가주기를 바란 것입니다. 이것이 호남에게 드리워진 저주를 노무현이 대신 짊어지라는 치사한 수법이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호남이 보기에 자신들이 짊어진 원죄와 저주는 노무현에게는 원죄와 저주가 아닐 수 있었습니다. 왜냐구요? 노무현은 영남 출신이었으니까요. 호남이 짊어지면 저주와 원죄가 되지만 그래도 영남 출신인 노무현이 짊어지면 자랑스러운 민주 개혁의 유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게 영광스러운 임무 교대, 바톤 터치를 통해 호남은 그 숙명과 저주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노무현에게 걸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노무현과 노빠 일당은 이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호남이 짊어지고 온 정치적 역할을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단 하나라도 제대로 이행했습니까? 남북관계는 실제적인 결렬의 수순으로 접어들었고, 정치 경제 사회적인 특권구조는 오히려 강고해졌습니다. 결국은 대연정을 통해 물려받은 유산을 헐값에 팔아넘기려는 수작까지 나왔습니다. 노무현의 가장 큰(유일한) 업적이라고 하는 탈권위의 정치? 그거 두 가지 측면에서 사기입니다. 첫째, 정치적인 탈권위는 심지어 노태우 시절까지로 거슬러올라가는 시대적 흐름이었다는 것 둘째, 노무현의 탈권위는 아예 탈권위도 아니고 무능과 통치역량 부재의 분장술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지금 유시민과 국참당 일당이 왜곡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노무현과 노빠들은 국민의정부 시절까지 부족하나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수행하던 민주와 개혁의 과제를 짓밟고 쓰레기통으로 집어넣었습니다. 너무 심한 표현이라고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참여정부가 정권을 뺏기고 열린우리당이 공중분해되고 결국 노무현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것은 집권 시기에 저질렀던 온갖 과오의 당연한 귀결입니다. 자업자득이지요. 사필귀정이라는 말도 그다지 틀리지 않습니다.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이 저렇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지만 호남은 또다시 원치 않은 짐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가난하고 천대받는 집안에서 똘똘한 놈을 양자로 들이고 없는 재산에 온갖 투자를 해서 성공시켰습니다. 투자한 돈 돌려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천대받는 집안에서 괜찮은 놈 하나 출세시켰으니 그나마 천대라도 덜 받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 양자란 놈이 출세를 하자 "구질구질한 집안에서 양자 노릇하느라 설움깨나 받았다. 실제로는 머슴살이"라며 노골적으로 이 집안을 구박합니다. 그리고 "내 출신은 원래 고귀한 가문"이라며 가난한 집을 천대하던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다닙니다. 옛날에 양자 생활하던 시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온 동네에 가난한 집 흉을 봅니다.

뭐, 그렇게라도 해서 혼자만이라도 잘 나갔다면 그래도 괜찮았을 텐데, 결국 이 양자란 친구 그 고귀한 가문의 애들과 거래 트고 집문서 다 넘겨주고 하더니 사기 당해서 쫄딱 망합니다. 그리고 결국 감옥까지 갈 처지에 몰리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문제는 이 친구가 온갖 허접한 투자한답시고 여기저기 싸질러놓은 빚을 이 가난한 집안이 몽땅 떠안게 된 것입니다. 양자란 친구에게 넘긴 집문서가 담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저당 문서에는 '호남당'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하게 도장찍혀 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양자를 따라다니며 국물 챙겨먹던 시미니라는 똘마니가 이 가난한 집안에 찾아와서 "집문서 내놓으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는 겁니다. 그냥 고함을 지르는 게 아닙니다. "우리 무혀니 형님이 이 집안 때문에 저렇게 억울하게 돌아가셨다"며 짖어댑니다. 집문서 가져가려면 빚도 함께 가져가는 게 정상일텐데, 그건 싫답니다. 이 집은 빚만 떠안고 깨끗히 사라지고, 남은 재산은 몽땅 넘겨라는 주장이죠.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일단 정리해보겠습니다. 민주당이 지금 호남당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바로 노무현 때문입니다. 호남이 넘겨준 정치적 자산은 투자를 개판으로 해서 몽땅 말아먹고 그 빚문서만 잔뜩 호남에 넘겨준 것입니다. 그리고 지는 나 몰라라 하고 쩜프해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면서 단 한마디도 지가 잘못했다는 얘기, 호남에 죄송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노무현과 함께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만들어서 코너에 몰아넣은 작자들이 지금 앞장서서 "민주당은 호남당이라서 안된다"고 짖어대고 있는 겁니다.

가끔 생각해봅니다. 민주당이 차라리 공중분해되어 모든 정치적 기득권을 포기하고, 참여당이든 민노당이든 지들끼리 알아서 호남 제끼고 민주개혁 진영의 대표성을 갖고 뛰도록 밀어주는 게 어떨까? 적어도 저 개인적으로는 얼마든지 이런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모르기는 해도 대부분의 호남 사람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하나 분명하게 해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참여당이나 유시민이 민주당을 씹는 이유를 들어보면 결국 모든 것이 하나로 귀결됩니다. 즉, 니들은 호남당이기 안된다는 겁니다. 즉, 호남은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특정 지역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비토논리, 이거 과거 군사독재 정권의 비토 때문에 김대중은 안된다는 김영삼의 논리와 뭐가 다릅니까? 아니 오히려 김영삼은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위협이라는 핑계거리라도 있었지요. 참여당과 유시민에게는 그만한 핑계거리라도 있나요?

결국, 호남당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논리는 그들의 민주당 비난 논거를 모두 무효화시키는 사기질일 뿐입니다. 솔직히 말해 유시민 진중권 등등 민주당 씹어대는 지식인 가운데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친구들 있나요? 저는 정말 당장에라도 민주당 지지하는 이 피곤한 삽질 그만두고 싶다가도 유시민이나 진중권 따위 허접한 지식인들 보면 사그러들던 분노와 적개심이 되살아납니다. 나 혼자만 남더라도 호남당 민주당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