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국의 빈라덴 사살작전의 성공 이후, 그것이 가지는 국제정치적 의미,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평가, 오바마 재선가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빈라덴이 죽었다고 해서 테러와의 전쟁이 성공한 것도 아니고, 테러가 종식되지도 않으며, 미국의 중동에서의 패권적 정책이 바뀌지도 않습니다. 오바마의 재선에 오사마의 죽음이 손해는 아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물론 '빈라덴 사살'이 오바마지지율의 일시적인 상승, 오바마의 여러 업적 가운데 한줄 추가, 공화당의 안보 무능, 실패를 부각시키는 데에 활용되겠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 같습니다.

빈라덴 사살의 (법적) 정당성 문제도 그렇습니다. 역시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죠.

빈라덴 사살작전의 출발점인, 빈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에 관타나모에서 물고문을 포함하는 '발달된 심문기법'을 사용했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CIA국장은 당당하게 인정합니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관타나모에서 발생하는 반인권적인 여러 행태들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끊임없는 비판이 가해졌고, 심지어 오바마도 그 비판에 가세했지만, 오바마 집권 이후에도 별로 변한 것은 없습니다. '발달된 심문기법'은 결국 빈라덴을 찾아냈고, 빈라덴을 사살하는데에 성공했습니다. 이것으로 '발달된 심문기법'은 스스로의 정당성을 자기나름대로 입증했고, 자신에 대한 비판은 실제 현실 속에서는 공허하다는 것을 빈라덴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문에 대한 비판도 가볍게 무시하고 오히려 당당하게 고문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빈라덴을 사살할 당시에 빈라덴이 무장을 했는지, 빈라덴이 미국과 교전중이었는지, 빈라덴 사살작전의 수행지인 파키스탄의 주권을 미국이 침해했는지 따위는 '발달된 심문기법'의 입장에서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2001년 미국 의회에서는 9.11테러와 관련된 어떠한 국가, 조직, 개인에 대하여 '필요하고 적절한 힘'을 행사할 권한을 미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까지 통과시켰기 때문에 다른 국제법 규범과의 충돌에 신경쓸 필요 없이 미국은 이 법에 근거해서 빈라덴을 사살했다고 일단 면피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빈라덴이 향후 테러를 계획하고 주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미국은 빈라덴을 사살할 근거를 국제법적인 자위권을 통해서도 옹호할 수 있습니다. 국내법적인 정당방위, 긴급피난과 유사한 국제법적인 자위권의 행사요건 중 가장 중요한 '긴급성'이 과연 빈라덴 사살작전에서 충족됐느냐에 관하여 말이 많지만, 빈라덴이 테러를 지속적으로 테러를 계획, 주도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 확실하다고 CIA 등 미국 정보기관이 판단했고, 그것에 기초해서 미국이 빈라덴을 사살했다면 "파키스탄 영토에서 파키스탄 허락도 없이 빈라덴이 비무장 상태인데도 그를 사살"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국제법 위반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결론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혹자는 빈라덴이 진짜 9.11 테러를 저질렀는지 법정에서 확인된 것이 아니므로 (만약 빈라덴이 비무장이었다면) 빈라덴을 생포해서 법정에 세운 후 국제법 규범, 혹은 미국 법정에라도 세워서 법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절차라도 거쳤어야 한다고 하지만, 빈라덴이 테러집단 알카에다의 두목이라는 것이 지난 10년간의 그의 활동을 통해 입증되었고, 9.11이라는 테러도 실제로 발생했고, 여러 자료를 통해 그것이 알카에다와 빈라덴의 소행이라는 것이 어느정도 납득가능하며, 그 이후에도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알카에다와 빈라덴의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등의 사실을 토대로 빈라덴의 테러타겟이 될 가능성이 있는 미국을 포함한 각 국가가 국가적 차원에서 테러에 대한 '긴급'한 위험을 인정하고 빈라덴을 그런 관점에서 사살했다면, 이 역시 일방적으로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기독교와 관련된 반이슬람적 외교정책, 석유자원확보를 위한 중동에서의 미국의 일방주의, 미국의 국익'만'을 우선시하며 중동의 민중의 삶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히려 중동의 독재자들을 보호하는 미국 중심주의 등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주의가 빈라덴,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의 원인이고,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은 이러한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교정없이 오히려 미국의 패권주의를 더욱 과시하는 행태였으며, 그 과정에서 국제법적인 인권규범마저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고, 심지어 빈라덴 사살작전의 출발도 '발달된 심문기법'이었기 때문에, 빈라덴 사살작전은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자행되는 여러 테러, 반드시 미국을 향한 테러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테러의 모든 근원인, 특정국가, 특정세력의 패권주의에 그 테러발생의 책임을 묻는 환원론은 지금 당장 발생하는 테러의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대증요법이 일시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지만, 지금 당장 버스가 터지고, 자살폭탄테러범이 차 타고 호텔을 들이박는 상황에서 미국의 패권주의 정책을 교정하라는 요구, 어떤 패권국의 패권적 행태를 멈추라는 요구는 현실성이 없는 공허한 요구입니다.


이런 입장이 반드시 "대안없는 비판을 삼가라"는 것은 아닙니다. 빈라덴 사살작전을 아무리 국제법적으로 옹호하려 해도, 적어도 규범적으로는 관타나모에서 자행된 물고문을 포함한 발달된 심문기법은 절대 긍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약 정책일 입안하고 집행하는 위치에 있다면, 과연 그러한 법적, 규범적 테두리 속에서는 획득하기 어려운 빈라덴 은신처 정보와 같은 것들을 얻어내기 위해서 발달된 심문기법, 물고문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습니다.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자면, 1시간 후에 서울에서 핵폭탄이 터진다는 정보가 입수됐고, 그 정확한 장소를 아는 테러범을 체포했는데, 그가 그 장소를 말하지 않는 경우에...과연 이 테러범을 고문해서라도 그 장소를 알아내야 하는지, 아니면 어떻게 해서라도 다른 방법을 통해서 그 장소를 알아내야 하는지...확신이 안섭니다.

어쨌든, 이번 빈라덴 사살작전은 성공했고, 그 성공이 국제사회적으로 지대한 의의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한 많은 비판이 빈라덴 사살작전의 성공의 의미를 축소시키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