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큰 성과를 얻은 정당이 민주당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득표율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2%P 내외였죠. 분당을의 경우 출구조사에서도 10%P 가량의 차이로 압승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실제 결과는 2% 포인트 차이... 사실 박빙이라고 봐야 할 결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야권연대가 무척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한 민주당의 자체 평가에서도 "야권연대의 위력을 확인했다"는 부분이 있는 것 같더군요. 저는 민주당의 재보선 결과 평가에서 이 부분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즉, 앞으로도 민주당은 모든 선거 전략에서 야권연대를 핵심에 놓을 수밖에 없다고 자백한 것입니다.

참여당이 단일화를 놓고 막장 쑈를 펼친 것도, 선거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이 패배한 뒤에도 참여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향해 "니들 우리 함부로 대하면 내년 총선은 어림도 없어. 우리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 없어" 이렇게 거의 공개적인 협박을 하는 것도 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야권연대 없이는 민주당은 대부분의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야권연대의 위력이 순수하게 '표의 이동'에 의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참여당의 태도입니다.

참여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에 대해서 노골적인 적대감을 서슴없이 드러냅니다. 지난 대선에서 기호 0번 노무현 찍었다는 발언도 그렇고, 차라리 이회창 찍었다거나 이명박 찍었다는 노빠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이번 재보선 분당을에서 손학규를 찍었을까요?

저는 야권연대를 해도 사실상 표의 이동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봅니다. 즉,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이나 참여당, 민노당 등으로 후보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단일후보로 선택받지 못한 당의 지지자들이 단일후보로 선택된 후보를 실제 투표로 지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분당을의 10% 지지율 차이(출구조사 차이 외에)가 실제로는 2% 차이로 줄어든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야권연대나 후보단일화는 현재로선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선거전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저는 야권연대나 후보단일화가 실제로 노리는 효과는 야권 지지자들의 표의 결집보다 오히려 '민주당 브랜드 숨기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손학규가 민주당이라는 당명을 거의 내걸지 않은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사람들도 있었구요. 불쾌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죠. 그렇다고 이 문제를 놓고 손학규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선거 승리냐, 민주당 당명을 전면에 내건 선거운동이냐...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놓고 선택해야 할 경우 결국 대부분의 민주당 지지자들도 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브랜드를 숨긴 민주당 후보의 승리는 사실상 야권연대나 후보단일화를 통한 선거 승리와 똑같은 의미라고 봅니다. 즉, 유권자들의 반한나라당 정서는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현실적 대안으로서 민주당을 선택하는 것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거나 실은 극력 거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민주당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을 선택하기는 선택하되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가리고 나와라... 이것입니다. 민주당 간판을 가리는 방식으로 가장 좋은 것이 야권단일후보라는 간판이고, 차선책이 될 수 있으면 민주당 간판을 가리는 선거운동이죠.

중요한 것은 이 지점부터입니다. 반한나라당 정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도저히 선택하기 싫다, 다만 현실적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그냥 얼굴 가리고 나오면 모르는 척하고 찍어주마... 이러한 유권자의 심리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참여당의 경우 여기까지만 짚으면서 "자, 이러니 민주당 니들은 집문서 우리에게 넘기고 꺼져" 이렇게 당당하게 외칩니다. 저러한 유권자의 심리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예 관심조차 없습니다.

먼저 민주당의 오류와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민주당의 오류와 한계에 대해서 언급하는 얘기는 숱하게 많지만, 구체적으로 그 얘기들이 정확하게 지목하는 지점을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민주당이 좌편향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민주당의 우편향을 문제 삼습니다. 당내 민주화나 참신한 신진세력(젊은 피)의 부재를 말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것들은 모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변명'은 될 수 있을지언정, 진짜 이유는 아닙니다.

왜나햐면 좌편향이나 우편향 또는 당내 민주화나 신진세력의 부재 등은 모두 민주당의 제대로 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방법론이지, 유권자에게 실제로 제시하는 정치적 상품으로서의 민주당의 현재 위상을 설명하는 근거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저런 온갖 한계 때문에 그래서 지금 하나의 정치적 상품으로서 민주당의 가치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너의 요리 방식은 이게 문제고, 요리 기구는 낡아빠졌고..." 이런 지적은 많은데 그래서 실제로 그렇게 해서 만든 음식의 맛이나 품질이 어떤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도적인지 또는 실수인지 모르지만 입을 싹 씻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사실 맛을 떠나서 민주당은 그래도 정상적인 요리인 반면, 한나라당은 좋게 봐줘야 불량식품 또는 상한 음식 보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독극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 사실이 한두번 드러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저는, 하나의 정치상품으로서 현재 민주당의 모습이 만족스럽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 정치 상황에서 민주당보다 나은 정치상품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결코 2~4% 정도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all or nothing 정도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온갖 노력과 이명박의 저 개같은 지뢀삽질에도 불구하고 기껏 2~4%입니다. 하긴 김영삼의 IMF와 이인제의 표 갈라먹기와 이회창 아들들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김대중이 겨우 1% 이겼던 경험도 있습니다.

사실 1997년 대선의 경험만 반추해봐도 현재 '민주당 부실 상품론' 또는 '대안 부재론'이 사기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민주당 외에 다른 정치적 선택은 전혀 존재할 수 없었던 그 시기에도 김대중과 이회창의 득표 차이가 겨우 1%P였다는 사실이 보여주는 정치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결국 현재의 민주당 간판에 대해 유권자들이 나타내는 혐오감은 결국 민주당의 정치 상품성에 대한 그것이 아니라 다른 요소에 대한 비토라고 봐야 합니다. 그 다른 요소가 무엇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요소는 없습니다. 이미 숱한 정치적 경험이 우리에게 이것을 명백하게 증언해줍니다. 그 요소란 바로 '호남당'이라는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