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라는 게 뭘까요? 걍 힘의 쏠림현상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죠. 힘이 한쪽으로 쏠려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쪽과 그렇지 못한 쪽 간에 불공정한 인적 물적 기타 등등.. 뭐 그런 자원배분의 왜곡이 일어나겠죠. 근데 어떤 사회에서든 그 힘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기에, 권력을 움켜쥔 소수의 기득권 집단과 그렇지 못한 다수의 비기득권 집단이 나누어 지기 마련이죠. 또 기득권 집단 내에서도 더 많은 권력자원을 점유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으로 무수하게 분절되어 있고, 비기득권 집단 내에서도 상대적인 기득권과 상대적인 비기득권이 마찬가지의 기준으로 세세하게 분절되어 있죠.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사회를 보던 그렇게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쏠림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곳은 없을 겁니다. 그런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일테니..

그럼 왜 이런 불균형이 나타나는 걸까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개개인의 선천적인 자질과 능력의 차이 때문이겠죠. 또 하나 그것만큼의 근본적인 이유는, 날 때 부터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자산의 크기와 사회적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겠죠. 그래서 애초에 인간의 삶은 불공평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하지만 그 조건들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개개인들의 신분상승이 자유로울 만큼 사회의 시스템이 충분히 유연하다면, 우리는 주어진 현실을 합리적인 불공평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겠죠. 하지만 그 사회의 계층 질서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면? 점진적인 양극화와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어 그 사회의 피로도는 끊임없이 높아만 가겠죠. 저는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위기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제가 정치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유연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매일의 생존경쟁 속에서 낙오되는 이들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것, 정치가는 그것을 위한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관료들은 그것을 적용가능하게 실무적으로 디자인하고, 유권자들은 구체적인 일상에서 그 수혜를 충분히 보고, 그 든든한 뒷보장 때문에 큰 걱정없이 다들 자기 일터에서 더 열심히 일을 하고, 그래서 종국에는 부국강병하게 되는 시나리오..ㅋㅋ 너무 꿈같은 얘긴가요?

헌데 아시다시피 우리 정부는 이런 일에 무능하지요. 그리고 정치가들은 이런 일에 관심이 없지요. 자기 자리 보전하는 것과 임기연장하는 것 또 짬짬히 노후를 위한 비자금 조성하는 것, 뭐 이런 일에는 다들 발군의 실력을 보이지만 실제로 자기가 맡은 책무에는 능력도 없고 의욕도 없고 관심도 없고(=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렇게는 보이니까)..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치논객들도 유권자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이런 이슈보다는, 한결같이 정치논리에 매몰되어 정치가들의 시시콜콜한 가십성 뒷얘기까지 파가면서 각종 의도추정, 갑론을박, 이전투구의 대리전 양상..지나치게 그런 것들에만 관심들이 많으시죠^^ (=제가 정치를 멀리하게 된 것도 밑도 끝도없이 이어지는 이바닥의 이런 분위기 때문인데..ㅋㅋ)

아무튼 그 영남패권주의를 저는 위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겁니다..

영남인사들이 다 갈아치워지고 그 자리에 권력투쟁에 노련한 다른 지역출신의 누군가를 앉힌다고 해서, 제가 말한 위의 사정이 조금도 나아질 것 같지가 않기 때문에 저는 영남이니 호남이니 뭐니 다 떠나서 그것보다 제발 정치권에 만연한 권력자들의 저 패권적 속성 부터 어떻게 해야하는 거 아니냐..그래야지 유권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이 열리는 것 아니겠냐..뭐 그 소리를 한 것이었죠.

그리고 또 위에 말했듯, 패권이라는 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일진데..

영남지역에 만연한 영남패권의 보편성..이런 말 좀 웃기지 않습니까? 당장 영남지역 내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 생활반경을 기준으로 크고 작은 패권의 질서안에 이미 놓여있습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인간관계에서 다 갑과 을의 위치를 이동해 가며, 때로는 권력을 쥔 기득권이 됐다가(=가령 자기 부인이나 자식앞에서는 그렇겠죠.)또 때로는 철저한 비기득권이 됐다가(=자기가 4대보험 적용도 안되는 일용직 노동자, 알바생 정도면 이정도가 되겠죠..)그속에서 차별받고 상처받고, 또 누군가를 차별하고 상처를 주고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 이게 영남만의 모습인가? 그런 것도 아니죠.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니 전세계의 모든 인구가 지금 이순간 다 이러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근데 갑툭튀 영남패권을 들먹이며, 모든 영남인에게 만연한 영패주의..이러면 무슨 생각이 들겠습니까?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로 밖에 안들리겠지요. 실제 일상에서 느끼는 그 무수한 피부에 와닿는 차별과 모멸의 순간들도 가족을 생각하며 그 울분을 참고, 아프게 그 생존경쟁의 순간들을 헤쳐가는 것이 보통의 인생들의 삶일진데, 그런 한갓 관념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를 주워섬기면서 그것이 가장 심각한 우리 사회의 차별이라도 되는 냥, 영패주의에 찌든 영남인..뭐 이렇게 엄살 피우는 것을 보면, 솔직히 무슨 생각이 들겠습니까?

그가 남한 민주화의 역사에 대한 개괄적인 지식이 있고, 그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과 호남의 역할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 식자층이라면 모르겠으나, 전혀 그런 게 없는 일반 영남인들이 저런 소리를 들으면 과연 무슨 생각부터 들 것 같습니까?

당연히 징징거리는 거 짜증나서 못봐주겠네..이러지 않겠습니까?ㅡ.ㅡ;;

이 정도면 양반이지요. 도무지 전라도 사람이 저러는 이유를 알수가 없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면, 그 순간 바로 홍어족이 탄생하는 것입니다..제가 볼 때 현재 홍어 홍어 거리는 아이들 중에는, 김대중=빨갱이 공식에 오염된 애들을 빼고 나면, 지역을 불문하고 전라도인들의 그 피해의식을 진짜로 이해를 못하겠다는 것 때문에, 그 반감이 커져서 저러는 애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처음에 영남싸잡아 욕하는 것이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한 것, 그래서 이게 장기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이슈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죠. 그리고 제가 정말 의아한 것은, 왜 타지역민들이 저런 식의 생각을 하고, 저런 식의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것을 님들이 짐작조차 하지 못할까라는 점이거든요, 세상이 천사들만 사는 아름다운 곳이 아님을 다들 아실텐데, 딱히 전라도 자체에 대한 반감때문이 아니라, 님들의 대응과 관련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조금도 못하시는 건지? 

(만약 제주도민이 웹에서든 어디서든 갑툭튀 호남패권주의 이러면서,,우리 보다 잘사는 호남..민주당 정권 이후로 호남인사들은 각계각층을 장악했고 블라블라..뭐 이러면서 호남인들에게 만연한 패권주의의 반성을 요구할 때 님들이 갖는 그 황당한 심정이 아마 일반 영남인들의 대부분, 그리고 한국정치사의 질곡에 대한 이해가 없는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갖는 심정과 동일할 겁니다. 그것이 동일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님들이 자꾸 이해를 못하시기 때문에 계속 호남차별의 문제를 과도하게 부풀려서만 생각하신다고 한거구요..) 

지역차별이 그다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하는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님이 지금 영남 어느곳에를 가서 밥을 먹던, 일을 하던, 집을 구하던, 돌아다니던, 이제 호남인이라고 차별받는 세상은 지나갔습니다. 과거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지역사회에서 그런 차별이 공공연하게 발붙일 수 있는 시대가 분명히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은 충분히 성숙했고, 굳이 차별의 정도를 따지자면 지금은 저학력자, 장애인, 여성, 외국인 근로자..이런 분들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이 훨씬 더 심각하고 직접적입니다. 당장 직장을 구해도, 호남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의 차별은 없는데, 위 조건의 사람들은 실질적인 차별을 당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만약 나찌가 유대인을, 백인이 흑인을 차별하는 식의 그 인종주의가 호남차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하면, 이 문제가 이슈가 안될리가 없는 것입니다. 길가다 벌어지는 사소한 일 하나 조차 트윗이나 유투브에 떠서 일파만파로 퍼지고 사회적 공분과 여론이 조성되는 오늘의 시점에, 님들이 생각하는 정도의 차별이 우리 사회에 실제하고 있다라고 하면 이 이슈가 이렇게 조용히 뭍혀 갈리가 있겠습니까? 정답은 그런 차별이 실제하지 않기 때문에 이만큼이나 조용한 것이지요. 부디 문제의 원인과 결과를 뒤짚어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또 제가 이렇게 말하면 그래서 지금 호남차별이 없다는 거냐?..며 발끈하실까봐 사족을 덧붙입니다. 그런 차별은 과거에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님들이 계속 인종주의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건데, 과거에는 호남인들이 그 현실을 그렇게 까지 뼈아프게 느꼈었구나 싶어서 뭔가 죄스런 마음이 많습니다. 하지만 언제 까지나 과거의 경험에 갇혀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님들이 그 피해의 일차적인 당사자라면, 제가 감히 죄스러워서도 이런 말을 못하겠지만, 솔직히 한 세대 지나 그 차별을 배워서 아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그 차별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차별은 되지 않았냐, 이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수많은 차별들과 병렬해 놓을 수 있을 만큼의 차별은 되지 않았냐, 그러니 계속 불만을 말하는 것 보다는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 관점에서 지역차별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자..뭐 이런 뜻으로 하는 말이었습니다..(뭐 그렇다고 딱히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긴 하지만요..)

아무튼 아크로에서 비호남인들이 이 문제에 접근할 때는 거진 다 저 같은 마음에서 하는 말일 건데, 그걸 너무 고깝게만 받아들이지 말았으면 하구요, 무엇보다 과거 호남차별이 극심할 때에 탄생했고, 그래서 정치세력들 간의 지분투쟁의 와중에 가장 순도 높은 공격의 수사로 사용되는 그 맥락들을, 시공간의 간격을 무시한 채 오늘의 시점에 그대로 이식해서, 그것만으로 현실을 재단하지 말았으면 싶네요..곧 정치평론과 실제 현실은 좀 구분해서 봐주셨음 하는 뭐 그런 바램을..

이번에도 (일부러)제 입장에서만 얘기를 한 셈인데, 딱히 날세워 하는 얘기들은 아니었으니 그렇게 보이는 부분이 있어도 좀 걸러서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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