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준 윤여준의 김대중을 생각한다 인터뷰입니다. 후안무치란 생각도 들고, 참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당탄압을 말하는 부분은 정말 아전인수의 백미입니다. 이명박에 대한 평가는 아래 whataday님의 '생각 좀 하고 살자'의 글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고, 전문정치가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우리사회를 이끌어나갈 정치가에게 요구되는 자질에서는 묘익천님의 '스펙을 이긴 스토리' 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또, 핵심은 실력이라는 것은 빨개지는아이님의 진단과 일맥상통합니다. (아크로 참 대단하다, 그죠?) 대북정책과 관련한 평가나 언급에 주목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 있는 윤여준으로서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김대중에 대한 편견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윤여준 당신도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경세가가 아니라 정치꾼이라고 드는 근거들을 보면... 훗.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의깊게 생각해볼 내용도 많이 있어 강추합니다. 


2012년, DJ를 넘어서

[김대중을 생각한다]<20> 윤여준 이사장 인터뷰

프레시안 : 당시 야당의 입장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야당 탄압이 혹독했다는 애기인가

윤여준 : 그때 DJ가 그야말로 혹독하게 탄압을 하니까 이 총재가 저에게 그런 말도 하더라.

'아니, DJ는 나와 한번 겨뤄서 자기가 이겼지 않나. 그래서 대통령 됐고, 재선을 할 것도 아니고 단임인데, 야당을 했던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야당을 못살게 구나. 왜 그러나'

그래서 저도 사실 잘 모르겠는데, 논리적으로 추리한다면 두 가지 중 하나일 수 있겠다. 하나는 DJ가 퇴임한 후에 이회창 야당 총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니 지금부터 그 싹을 잘라야겠다. 또 하나는 DJ가 아니라 포스트 DJ를 노리는 여당 내 실력자들이 DJ의 힘과 권위를 빌려서 이 총재를 죽이려고 하는 것일 수 있다. DJ 의지가 아니고. 저는 둘 중에 어느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이 총재에게) 말씀 드린 적이 있다.

프레시안 : '야당 죽이기'가 '세풍', '총풍'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말인가? 구체적으로 어떤 '탄압'을 했나?

윤여준 : '세풍', '총풍'도 그렇지만, 아주 혹독하게 했다. 야당에게, 그리고 이 총재라든지, 이 총재 주변 사람들에게 그랬다.

프레시안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윤여준 : 심지어는 저런 것까지 했다. 김대업(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니 하는 사람을 내세워 허위 사실을 막 만들어서 발표하고 그랬지 않나. 특히 설훈 의원의 '20만불 수수' 같은 허위사실 발표는 청와대 비서관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민주화의 화신'이라는 분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중에 그런 일이 나타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나.

프레시안 :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야당을 괴롭혔다?

윤여준 : 그렇다고 본다. 물론 저 쪽(동교동계 등 민주당 전신)은 그렇게 말한다. '너희가 과거 야당을 탄압할 때는 더 심하게 했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과거 집권세력으로부터 더 모진 탄압을 받았으니, 우리도 너희를 탄압한들 어떠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그렇다면 민주주의 얘기를 말아야지.

DJ가 성취한 업적, 그리고 한계

▲ 성취와 한계는 물론 따로 얘기해야겠지만, 한마디로 DJ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제 인식이랄까, 이미지는 이런 것이다. DJ는 국가지도자라기 보다는 정치지도자였던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총평하자면 그렇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수평적 정권 교체를 들어 민주화를 DJ의 주요 업적으로 꼽는데, 당시 야당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윤여준 : 수평적 정권 교체, 그것 자체는 대단히 의미가 크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독재정권 아래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또 극복하면서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됐는데, 야, 어떻게 야당을 이렇게까지 (탄압을) 할 수 있나. 정말 납득이 안 가는 일이었다. 제가 그 와중에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 기록을 놓고 봐도 그 당시 김대중 정부의 야당 탄압은 이해하기 어렵다. 얘기가 다른 곳으로 새 버렸다(웃음).

프레시안 : 해방 후 이명박 대통령까지 열 분의 대통령이 있었다. 물론 정치적 입장에 따라 호오가 갈리겠지만, 각 대통령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초보적이나마 역대 정치지도자의 공과에 대한 정리를 해보자는 생각에서 이런 기획을 했다.

윤여준 : 기획 자체는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약간 거친 질문이지만 대통령 DJ의 성취와 한계는 무엇인가?

윤여준 : 성취와 한계는 물론 따로 얘기해야겠지만, 한마디로 DJ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제 인식이랄까, 이미지는 이런 것이다. 영어를 써서 미안한데 보통 '스테이츠맨(Statesman, 정파를 뛰어넘어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경세가)'과 '폴리티션(Politician, 정파의 파벌적 이익을 우선하는 정치인)'을 구분하지 않나. 즉 저는 DJ는 국가지도자라기 보다는 정치지도자였던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총평하자면 그렇다.

프레시안 : 성취를 먼저 말해보자.

윤여준 : 성취라면, 한나라당 국회의원 할 때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남북의 화해다. 수 십 년 간 대결 구도로 이어져온 남북 관계를 화해 협력의 구도로 바꾼 전환점을 마련한 것은 분명 업적이다.

그리고 IMF위기 이후에 사회안전망을 만든 것도 업적으로 볼 수 있겠다. 당시 IMF의 신자유주의적 요구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이 때문에 생존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들었다. 제도를 급히 만드느라 미비점이 많아서 운영상의 문제점은 많이 생겼으나 어찌 됐든 이것을 빨리 만들 생각을 한 것은 DJ의 식견이다.

그래서 저는 늘 이 두 가지를 DJ의 업적이라고 평가를 했었다. 남북 화해는 결국 심각한 남남 갈등을 일으키면서 많이 퇴색하긴 했지만 어찌됐든 그런 전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업적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 어떤 것이 그의 한계였나?

윤여준 : 야당지도자로서 민주화에 기여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마땅하나 한계는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한국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일생을 헌신해온 민주화의 상징이자 화신으로 평가받은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 민주주의가 어떻게 됐나. 저는 오히려 지체됐다고 본다.

그 다음 IMF위기를 한국사회 재구조화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가 못했다는 것이다. IMF위기라는 것이 왜 왔나. 흔히들 유동성의 위기라고 하지만, 사실은 한국사회가 산업화를 거쳐오면서 그동안 누적된 가진 총체적인 모순이 드러났다는 견해가 많았다. 그렇게 보면 IMF위기는 한국 사회를 재구조화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지 않았겠나. 물론 쉽진 않은 일이고, 또 DJ가 5년 동안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DJ가 IMF위기 극복 과정을 관리하면서 이것이 한국 사회를 총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문제의식을 가졌는가, 여기에 대해 저는 의심스럽다. 고도성장에 매진했던 권위주의 시절을 겪으면서 생긴 문제들, 권력남용과 부패같은 것을 바로잡고 소외되거나 배재되었던 영역을 체제내로 끌어들여 국민의 폭 넓은 참여와 합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적 개혁을 했어야 했다. 저는 DJ가 강조했던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큰 기대를 가졌었다. DJ가 그렇게 했더라면 한국의 보수세력이 자기성찰과 혁신을 통해 건강한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됐을 것 아닌가? 이 점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아쉽다. 1만 권의 책을 가진 지식인인 DJ가 대통령이 됐는데, 참 이런 것은 아쉽다, 한계다, 저는 평소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좀 거시적인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레시안 : DJ를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김대중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지체됐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윤여준 : 제가 말하는 것은 정치적 민주주의보다는 일종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물론 정치적 민주주의의 경우에도 집권하고 나서 그가 보여준 여러 가지 정치적 태도를 보면, 지역주의를 지속시켰다든지,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보였다든지, 또는 의회, 정당,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민주적이지 않았다든지, 많이 있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이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DJ가 취임 직후 국정 지표를 발표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얘기했었다. 그것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다. '역시 DJ는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우리가 정치적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은 시대를 오랫동안 살아왔으니까 민주주의를 정치적 민주주의로 봤고 이게 시급하다고 봐 왔다. 이른바 '절차적 민주주의'다. 그런데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일어나 절차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됐다. 그런데 정치적 민주주의, 즉 절차적 민주주의를 자연스럽게 발전시키면서 이것을 경제적 민주주의로 확산을 시켜야만 민주주의가 심화하는 것이다.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표현을 바꿨을 뿐이지 일종의 경제적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즉, DJ는 일찍이 '대중경제'를 제창한 적도 있었는데, '정치적 민주주의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옮겨 가야만 온전한 민주주의가 된다, 성숙한다'는 것을 DJ는 알고 있구나. 그러나 그렇게 내걸었다가는 기득권 세력의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이 걱정되니까, 표현을 조금 바꿨던 것 아닌가. 이렇게 받아들였다.

당시 한나라당의 많은 분들이 그것을 몰랐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 이게 도대체 뭐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둘이 같은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까지도 있었다. 그러나 저는 그 때 DJ가 탁월한 식견을 보인 것이라고 봤다. 정말 바람직한 문제의식이다. DJ는 참 합리적이다.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려움도 많았겠지만 어찌됐든 자기가 내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저는 별로 평가하지 않는 편이다.

프레시안 : IMF위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 구조를 제대로 뜯어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지나쳤다는 비판으로 들리는데.

윤여준 : 그렇다.

▲ DJ 정도의 식견이 있는, 1만 권의 장서를 가진 지식인이라면 그런 문제 의식이 있었어야 하고, 그런 문제의식 속에 뭔가 시도를 했어야 했는데 그게 안 보인 것이다. 그게 쉽다는 뜻은 아니고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실제로 그 당시 많은 분들이 '차제에 한국 사회의 구조를 제대로 고쳐보자'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잘 안됐고 오히려 사회양극화가 심화, 악화되고 있다. 진보 쪽에서는 DJ가 신자유주의에 굴복해 사회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IMF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DJ 개인의 잘못일까. 아니면 관료, 정치권 등 우리 사회 전체의 역량 부족 때문인가?

윤여준 : 원인을 따지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것은 절대 쉬운 과제가 아니다. 한 사회를 재구조화 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아주 정확한 문제의식만이 아니라 그 프로그램을 다 갖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완강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다. 평상시에는 엄두를 못내는 것인데, IMF 위기가 왔으니까, 그런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아쉽다는 것이다.

DJ가 시도를 했다 하더라도, 저항을 물리치고 5년만에 완성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DJ 정도의 식견이 있는, 1만 권의 장서를 가진 지식인이라면 그런 문제 의식이 있었어야 하고, 그런 문제의식 속에 뭔가 시도를 했어야 했는데 그게 안 보인 것이다. 그게 쉽다는 뜻은 아니고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는 것이다.

DJ, 그리고 YS, MB

프레시안 : 아마 DJ를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반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DJ가 민주화를 지체시켰다면 YS는 어땠나? YS도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없지 않은가? 3당합당에 응한 YS보다는 자기 원칙을 지킨 DJ가 그래도 민주화에 기여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은가.

윤여준 : 관점에 따라 여러 얘기가 나올 수 있을 텐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DJ와 집권한 과정이 전혀 다르다. 그 분도 취임하고 나서 한국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야 심화 발전시키느냐. 하는 체계적인 문제의식은 약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사회를 민주화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하나회를 청산했다든지, 금융실명제를 시행했다든지. 그것은 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이후 요즘 '민주주의 후퇴' 얘기가 많이 나온다. 요즘 상황은 민주화의 지체가 아니라 후퇴요 역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 정부와 비교하면 그래도 김대중 정부 때의 민주주의가 나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겠다.

윤여준 :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저는 동의한다. 동의 안 할 도리가 있나.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이다. MB도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젊었을 시절 한국 사회의 신화적인 존재 아닌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재임 중에 나라를 발전시키고, 역사에 남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나. 밤잠 안자고 노력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 이게 바로 CEO 리더십의 한계라는 것이다. MB가 지금 비판 받고 있는 게 뭐냐. 우리가 그나마 확보했던 절차적 민주주의마저도 후퇴한다. 그런 것 아닌가.

그 다음에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경제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나라라고 자랑은 하지만 사실 지금 와서 경제 성적표를 보자. 취임하면서 소위 '적하 효과' 이론 트리클다운 이론을 갖고 대기업 부자의 돈이 넘쳐야 서민에게 간다고 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놓고 시작했던 것 아닌가. 그래서 대기업 위주로 (정책을) 해 왔는데, 서민이 대기업과 부자들의 돈이 흘러넘쳐 자기들에게 오기를 기다렸는데, 안 왔다. 민생과 완전히 격리된 상태로 대기업만 계속 커지지 않았나. 서민들에게 온 것은 뭐냐. 가계 부채,전월세 대란, 물가 폭등, 이런 것이다. 
 (중략)





프레시안 : 일종의 '청산주의'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윤여준 :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미국에도 ABC(Anything But Clinton, 클린턴이 한 것만 빼고 다 한다) 이런 농담까지 있지 않나. 그렇게 깊이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렇게 표현한다. '국부(國父) 신드롬' 때문이 아닐까. 즉, 나라의 아버지, '파운더(Founder, 설립자, 창시자)'라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다. 것이다. 뭐냐면 들어선 대통령마다 자기가 새 시대를 여는 창업자랄까, '파운더'로 자기를 자리매김하려고 하는 것 같다. 전임자까지는 구시대고 내가 새 시대를 여는 창시자다. 혹은 창시자가 돼야 한다. 그런 생각이 강한 것 아닌가. 그래서 자꾸 전임자의 좋은 것은 계승할 생각을 안 하고 다 지워가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를 구성하고 나서 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실망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인수위를 구성해서 5년, 혹은 10년의 국정을 전체적인 분야별로 리뷰를 했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어째서 잃어버린 10년인지를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10년'이었지만 이런 잘된 점도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계승하고 이런 잘못된 점은 바꾼다고 했어야 했다. 이것이 인수위가 할 일이다. 그런 것을 전혀 안하는 것을 보고 저는 실망을 했다.

국부신드롬을 얘기했지만, 박정희 콤플렉스라고도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18년을 재임했다. 5년 단임 대통령이 무슨 수로 18년 재임이 이룬 업적을 흉내 낼 수 있나. 그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자꾸 그런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대개 대통령이 임기 말이 되면 측근의 비리가 터지고 국정 실패가 있어서 민심이 극도로 이반하는 일들이 번번이 생겼다. DJ 때도 그랬고,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다. 그래서 '묻지마' 투표로 이어지지 않나. 그래서 묻지마 투표로 당선된 사람이 전임자 계승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도 든다.

(중략)

프레시안 : 그간 조금씩 화해 무드로 진전돼 왔던 남북 관계도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여준 :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고 난 뒤에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해 왔다. 한미가 함께 경제적 압박 등을 하면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고 확신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제제와 압박 기조 유지) 했을 리가 없죠. 그런데 중간 결산해보면 어떤가. 북한은 굴복하지도 않고 체제가 붕괴되지도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핵 능력만 키워주고, 핵 운반 수단을 개발하는 시간만 줬다.

그리고 중국이 2009년 가을에 대한반도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북핵 폐기보다는 북한 정권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게 골자다. 중국이 미국과 한국기타 다른 나라와 손을 잡고 북한 핵 폐기를 노력을 해왔는데, 하다 보니 북한 정권이 흔들리는 사태가 왔다. 그러자 '중국의 안보에는 북한의 핵 폐기보다 한반도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것은 북한 정권의 안정이다. 그렇게 공개적으로 선언을 했다. 그렇다면 금방 알아 차렸어야죠. 아무리 한미가 손을 잡고 압박을 해도 중국이 저렇게 정책을 바꾸면 북한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알았어야 하는데, 계속 제재와 압박으로만 일관되게 갔지 않나. 그러니 지금 와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프레시안 : 미국의 대북 정책도 일관성은 모르겠지만 어떤 '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윤여준 : 제가 듣기로 오바마 참모들의 말에 의하면 오바마가 워낙 국내 문제로 심각했지 않나. 의료 개혁으로 정신이 없었고, 대외 문제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이런 문제로 정신이 없어서 오바마 책상 위에 한반도 문제가 올라갈 수가 없었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뭐냐. 고상한 무시, 전략적 인내 이런 말로 포장하면서 그냥저냥 왔던 것 아닌가 .특별한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이다. 민족 문제는, 한국이 잘 주도해서 미국을 설득해 보조를 맞춰 뭔가 풀어갔어야 하는데, 지금 미중 간에는 서로 협의해서 6자회담으로 가려고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하니까, 한국 정부가 남북 대화를 해서 분위기도 만들고 명분도 만들어주기를 바라는데, 한국 정부는 계속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안 한다고 그러는 것 같다.

그런데 한 때는 그게 대화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고 그러더니 또 다시 강경으로 돌아갔다.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미-중은 가능한 한국 정부가 돌아서길 기다리겠지만, 끝내 한국 정부가 그것(강경책)을 고집할 경우 그들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그들은 계속 움직일 것이다. MB정부도 오래 가지 않고 대북 정책을 선회했어야 했는데, 쉽게 선회하기 어려울 만큼 너무 멀리 나갔다.

(중략)

프레시안 : 정치지도자 김대중, 그로부터 우리가 계승할 것은 무엇이고 극복할 것은 무엇일까?

윤여준 : DJ는 독서량이 많은 분이다. 그리고 굉장히 근면한 분이었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 근면성, 그리고 탐구 정신, 뭔가 배우려고 하고 알려고 하는 탐구 정신, 그런 것은 정말 본받아야 한다. 보통 '식견', '경륜'이라는 말을 한다. 저는 이것을 '지식+경험'이라고 얘기한다. 사람이 지식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경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식이 없이 경험만 하면 체계화하지 못하게 된다.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져야 식견이 되고 경론이 된다고 본다. (DJ의 식견, 경륜과 함께) 아울러서 근면성, 탐구 정신은 기본적으로 지도자가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것은 반드시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YS나 DJ 이런 분들을 전업 정치인이라고 얘기를 한다. MB의 경우는 정치가 아닌 다른 전문성을 가지고 일가를 이룬 '전문 정치인'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전업 정치인'은 국가지도자가 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특히 그렇다면 독서, 지적인 욕구가 강해야 한다. 그것은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DJ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가급적 말씀을 안 하려는 것 같다. 그래도 굳이 묻겠다. 버려야 할 것은?

윤여준 : DJ나 YS 같은 전업 정치인 같은 모습은 버려야 한다. 요새 흔히 헌법적 가치를 주장하는 분들이 많다. 우리 헌법적 가치 중에 저는 가장 중요한 게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라고 생각한다. 이런 공공성을 살리는, 그래서 헌법 정신에 충실한 지도자가 중요하다. 그런데 말로는 헌법 정신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헌법을 별로 안 읽어봤거나, 헌법에 담겨 있는 정신과 가치가 뭔지 별로 인식이 안 돼 있거나 한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MB 얘기도 했지만 저는 MB가 집권하고 나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이 공공성의 파괴라고 본다. 아주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