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별 관련 없는 소리 한마디… 전에 손학규가 분당에 출마한다고 하기에 왜 쓸데없는 모험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댓글을 단 적이 있다. 물론 나는 그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당선 가능성도 적고 별로 얻을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예상을 한 것이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결국 그는 당선되었고 이에 따라 그의 입지는 민주당 내에서는 물론 그 밖에서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탄탄해졌다.  이로써 내 예측이 전혀 틀리게 돌아간 셈인데 그렇다고 내가 부끄러울 이유는 전혀 없다. 첫째로 예측이 맞았다고 누가 나에게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둘째로 나는 민주당내 인물이 아니며 그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 셋째로… 정치인들에게 어느쪽 지구당에 출마하느니 마느니 하는 조언은 전에 한윤형이 말했던 바, 전형적인 ‘책사질 평론’이다. 즉 사태의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원인 및 책임소재를 묻는 일이 아니라 일개 시민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제갈공명으로 착각하며 정치인들에게 향후의 일이나 전략/전술에 대한 언급을 하는 건 그 자체로 심심풀이일 뿐이지 맞고 틀림을 따지는 건 의미없는 짓이다.

그건 그렇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아래 어떤 글 댓글에서 말한 대로 정치에서의 포용과 배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흔히는 이를 덧셈정치와 뺄셈정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뺄셈정치라는 말이 좀더 많이 쓰이지만)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덧셈정치란 무조건 자기 편을 늘리고자 하는 방식이다. 믿을 만한 사람이건 아니건 사기꾼이나 범죄자건 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쪽에서 먼저 접근할 경우 받아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이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해야 한다. 반면에 뺼셈정치란 우리 편의 기준을 엄격하게 세워서 여기에 조금만 어긋나도 칼같이 거절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기존의 우리편도 심사를 해서 내칠 사람은 내쳐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정치 세계에서는 당연히 덧셈 정치를 해야 할 것 같다. 일단 한표라도 많이 받아야 당선이 가능한 데다가 뭔가 하려고 해도 자기 편 사람들이 있어야 일을 시킬 것 아닌가? 흔히들 “고름이 살 되는 법 봤느냐?”는 말을 쓰기는 하지만 비유는 어디까지나 비유일 뿐이고 일단 누구건 자기 편으로 만들어 두면 전혀 쓸모가 없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고 뺄셈 정치가 장점이 없는가? 분명히 있다. 우선 알짜만 남은 자기 편의 사기가 높아진다. 또한 싸움엔 기세라는 게 있는데 때로는 객관적인 실력에서 열세인 팀이 이 기세를 타고 한 수 위의 상대를 쉽게 이기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는 일종의 모험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주 써먹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걸 자주 하다보면 누가 쫓겨날지 몰라 불안해지고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 행위보다 종교 행위에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 노무현 정권에서 제일 큰 실책인 민주당의 분당은 이 뺄셈 정치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뺄셈정치라는 말이 유명해진 것도 바로 그의 시대였고) 그 장점과 단점을 그야말로 교과서처럼 보여주고 있다. 어떤 명분(만들어낸 것이건 아니건)을 내걸어 그동안 한편이었던 동료들을 비난하면서 갈라서고 그 과정에서 서로 지금까지의 적대세력보다 더 증오하게 되고… 그러다가 기세를 얻어 한때 큰 승리를 얻기도 하지만 결국 이로 인한 기본적인 실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쪼그라드는 일들 모두가 말이다.

반면에 김대중은 누가 뭐래도 죽을 때까지 덧셈 정치에만 매달린 사람이었다. 그의 일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세력을 한표라도 늘리기 위한 투쟁이었다. 외부에서 자기 편으로 오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자기 직계세력의 불만을 억눌러가며 엄청난 특혜를 베풀었다. 거의 유일한 예외는 이기택과 갈라설 때였는데 그건 “나도 정치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 봤지만 저런 사람은 처음 봤다”는 그의 언급에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알기로 덧셈과 뺄셈정치를 가장 제때제때 잘 한 사람… 잘 구슬리면 자기 편이 될 사람과 어차피 고름이 살 안될 사람을 정확히 구분한 사람은 김영삼이다. 전에도 얘기가 나왔지만 그의 제로에 가까운 개념과 지성에 비해 정치력은 세계에다 내놔도 될만큼 뛰어난 사람이니까…

일반적으로… 난닝구 세력들은 대부분 노무현에 대해서 극도로 부정적이다. (당연하지…) 그러면서도 노무현의 뺄셈 정치 하나만은 따라하려고 한다. 고름이 살 되는 법 없다는 말을  되뇌며 유시민 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까지는 사실 나도 찬성) 문재인과 김두관도 버려야 한다고 한다. 거기다가 영남 인사라면 누구든지 자격심사에서 탈락이고 (개별 입당해서 백의종군으로 활동하는 것은 허락?) 여기서 더 나아가면 영남인사에게 호의적인 정치인들은 무조건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Soobok에 가보니 박지원(호남 정치인 맞지?)을 아예 개눙깔이라고 부르고 있더군. 조독마에서 수꼴들이 애꾸눈이라고 부르는 건 들어봤어도 이런 소리는 또 처음이다.  손학규와 정동영 가운데 누가 더 나쁜 놈인지에 대해선 이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느 편을 들고 싶지는 않다. (들 수도 없지만) 나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냥 사태를 지켜 볼 뿐이다. 세상에는 이렇게 관찰만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시오노 나나미 아줌마가 키케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던가? “그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혜안은 없었지만 적어도 현재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나는 그것만을 목표로 삼고 싶다. 일단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ps) bonafider님은 감정이 풀리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