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님이 손학규에 대해서 올린 글을 읽었다. 그 심정은 나름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오바마님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 귀결은 필연적으로 정치 허무주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결국 전략(전술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의)의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난닝구들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분명한 정리가 필요하다. 이 글은 그 점을 조금이라도 명백하게 해보려는 시도이다.

난닝구들은 유시민(문재인 포함)과 손학규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른 선택은 없다. 다른 선택은 에이 그래 그네꼬나 찍어주자거나, 우리도 선거 포기하고 산으로 들로 놀러가자거나, 옥쇄하는 심정으로 정동영 이하 그만그만한 호남 출신들 밀어주자는 결론이 될 수밖에 없다. 저런 선택도 나름 정치적인 의미를 가질지는 모르지만, 엄격하게 말해서 저러한 선택은 정치 허무주의로 귀결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성과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난닝구가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최우선으로 노려야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나는 영남포위 구도의 형성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TK나 PK, 한나라당이나 참여당, 박근혜나 유시민 가운데 누구를 선택해도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영남패권의 강화로 귀결된다.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경험이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노무현이나 유시민의 캐릭터도 문제이긴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대한민국 정치 경제 사회 언론 학계 문화계 등 어느 분야에서고 영남패권이 워낙 강고하기 때문이다. TK와 PK가 상호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범영남 정권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다음의 문제이다.

민주당이 유시민 등과 손을 잡고 집권할 경우 권력의 한 축을 범PK, 범상도동, 범YS계에 할애할 수밖에 없다. 유시민 등에게 대통령직을 넘기지 않을 경우 노무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마찬가지다. 유시민과 참여당, 범YS, 친노 등은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호남과 난닝구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여 권력의 축을 흔들고자 할 것이다. 이들의 이런 노력을 강고하게 뒷받침하는 것이 일차적으로는 한나라당과 조중동, 영남 출신 재벌 등이다. 사실은 우리나라의 기득권 전체가 난닝구 정권 안에 구축된 영남패권주의자들의 기지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가능성의 차원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다. 이런 결과를 막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애초에 난닝구 정권 안에 TK고 PK고 가릴 것 없이 영남세력 자체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기본적으로 '정치는 정의의 영역(政者正也)'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공자의 저 발언은 해석의 여지가 많지만 나는 '정치는 철저하게 인간의 행동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게 하는 가치관, 그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 활동' 정도로 이해한다. 이것은 종교적/도덕적 가치관도 아니고, 경제적인 영역과도 완전히 구분된다. 이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복수'를 인정하는 가치관이고, 종교와 도덕에서는 이런 '복수'의 역할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인 가치영역과도 다르다. 경제에서 '복수'는 가장 무가치한 행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빠와 유시민 일당의 행동은 분명히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러야 한다. 이것이 정의이다. 복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정의의 구현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노무현과 유시민 일당이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저지른 패악은 그 결과와 무관하게 반드시 응징되어야 한다. 이것이 정의이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나는 손학규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난닝구들의 목표가 호남정권의 회복이 될 필요는 없다. 지금 단계에서는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난닝구들의 정치적 목표는 영남 포위 구도의 형성이다. 그를 위해서는 유시민 일당의 배제와 함께 호남-충청-수도권 나아가 강원까지 포함하는 반영남패권 구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끌어오는 것이 호남의 이익에 중요하다고 볼지는 모르지만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다.

충청권이 항상 영호남 사이에서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여온 것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지역간 균형이 가장 잡혔던 정권이 국민의정부 시절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충청, 수도권은 자체 역량만으로 정권을 좌우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머릿수, 정치적 성향 등에서 그렇다. 최악은 TK와 PK이며, 충청/수도권 제휴는 차선 또는 차악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은 서로 살아남기 위해, 영남패권을 제어하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할 필연적인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 구도 자체가 호남 나아가 우리나라의 개혁 민주진영에게는 진보이자 발전이며, 선이다.

민주 개혁 진영이 집권한 경험은 딱 두번이다. 김대중과 노무현. 이 두 번의 경험은 매우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민주개혁 진영은 다음번 대선 그리고 향후 20년 이후를 내다보는 집권 전략을 만들기 위해 저 두번의 경험을 냉철하게 평가 반성해야 한다. 내 결론은 그것이다. 결코, 노무현 집권과 같은 전략을 구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당분간 민주개혁 진영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집권전략은 영남포위 구도일 수밖에 없다.

손학규의 배신 가능성? 당연히 있다. 하지만 손학규가 아무리 배신때리고 난닝구를 찬밥 대우한다 해도 그래도 유시민 일당과 협력하는 구도보다는 더 선에 가깝다. 적어도 전체 권력 지형, 대한민국 자원의 배분에서 영남의 비중을 단 1%라도 줄이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측면에서도 난닝구에게 유리하다.

그리고, 바로 손학규의 배신 가능성 때문에라도 난닝구들은 지금부터 전략/전술적 목표를 잘 설정해야 한다. 전략적 목표는 이미 말한 것처럼 영남포위, 영남고립, 영남소외 구도의 성립이다. 전술적 목표는 적절한 딜을 통해 손학규 정권에 대한 난닝구의 통제력을 제도적/문화적/시스템적 측면에서 확보하는 것이다. 난닝구 독자 후보 전술은 오직 이 목표를 위해 적절하게 구사해야 한다. 이러한 전술은 물론 장기적인 전략 목표, 영남포위 구도의 강화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