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r-Oriented 정치'라는 용어는 내가 '분당 전의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던 시절', 3%의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는 민주노동당의 현실을 마케팅 용어인 'chasm'이라는 용어에 빗대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안하면서 만들어냈던 용어이다.

원래 'Maker-Oriented'라는 용어는 마케팅 용어로 시장의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던 시절에 제조자들이 시장을 주도하던 시절을 의미한다. 제조자들은 자신들이 상품의 '사양을 결정하고' 자신들이 정의한 방법대로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되었다. 반면에 소비자들은 제조자들이 만든 물건 중에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 것을 구매하면 되었다.

시장의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던 시절에 제조자들의 '유일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원가절감을 해서 이익을 극대화시킬 것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근본적으로 소비자들의 기호에 철저히 어긋나지 않는 한,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하던 시절이다. 그런 maker-oriented 시장은 시장리 포화되어 추가 요구수요는 발생하지 않고 수요는 정체 상태에 이르러 업체 간에 과당 경쟁으로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된 제조자들에 의하여 'market-oriented' 시절로 넘어간다. 그리고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market-oriented' 시장은 다시 'customer-oriented' 시장으로 넘어가는데 국어 용어로는 수년 전 국내 한 재벌이 CF 문구로 채택한 '소비자 감동주의'로 번역되어 씌여진다.

이렇게 'Maker-Oriented' 시장이 제조자가 시장을 이끄는 것이라면 'Customer-Oriented' 시장은 바로 소비자들이 시장을 이끄는(또는 소비자 기호에 철저히 순응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이 용어들을 정치 시장에 도입하면 'Maker-Oriented 정치'와 'Customer-Oriented 정치'라는 용어로 정치 현상을 표현할 수 있다. Maker-Oriented 정치란 정치시장을 철저히 정치꾼, 정치 모리배는 물론 정치 자영업자가 이끄는 시장으로 국민 다수의 삶과는 유리된 '정치 구호'와 '정치 공학'만이 난무하게 되는 반면 'Customer-Oriented 정치'는 정치 시장을 정치 소비자인 국민들이 이끄는 것으로 국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켜줄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투표를 하는 것으로 흔히 '공약 선거 및 정치'라는 표현과 같은 표현이다.

아래에 묘익천님이 '스펙'과 '스토리'를 빗대 이번 보궐선거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민주당의 갈길을 짧지만 정확하게 제시하셨는데 '스펙'이 바로 Customer-Oriented 정치이고 '스토리'가 Maker-Oriented 정치이다. 그리고 연합공천은 바로 Maker-Oriented 정치의 연장선에 있다. 문재인 발언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바로 이런 'Maker-Oriented 정치의 고착화를 주장한다는 것'에 있다.


잠시 개인적인 정치 성향을 토로한다면, 나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내외연 확대를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나는 1997년 대선에서 DJ에게 투표한 이래 민주노동당 혹은 진보신당에만 투표해왔다. 1997년 대선에서 DJ에게 투표한 이유도 DJ에 대한 신뢰보다는 '나라를 망친 한나라당에게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투표를 했다. 내가 인식하는 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노혜경이 민주노동당을 향해 비판한 '민주노동당은 썩을 기회조차 없었다'라는 표현이 민주당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민주당은 노혜경의 발언이 '맞음'-노혜경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고 나서라도-을 충분히 증명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민주당이 내외연 확대를 하고 정치적 파워를 키워야 한다고 믿는 이유는 두가지, 첫번째는 내가 지지하는 진보신당이 한국 정치에서 '넘버투'가 되기에는 너무 요원하다는 현실 인식이고 우리나라의 '정치적 넘버원'인 한나라당과 '넘버투'인 민주당의 실력차가 현격하게 난다는 것이다.


'분할하여 통치하라'라고 했던가? 국민이 분열할 때 지배층은 가장 큰 정치적 이익을 획득한다. 반대로 국민의 정치적 이익의 합은 지배층이 다원화될 때 가장 커질 것이고 가장 이상적인 한국 정치 현실은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그리고 진보신당이 서로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힘을 가지는 것이지만 그런 현실이 도래하는 것이 요원한 현실에서 그나마 민주당이 넘버투로서 한나라당의 대항마로 제대로 크는 것이다.그렇다면 민주당이 클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미안하지만 선거 때마다 불궈지는 '반한나라당 전선' 그리고 그에 따라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연합공천은 다수가 믿는 것처럼 '윈윈 전략'이 아니라 민주당의 현재를 죽이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미래에 검은색 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민주주의 투표 행태가 이상적이라는 미국 국민들의 투표 행태는 할아버지 때부터 공화당에 투표했기 때문에 자신도 공화당에 투표하거나 이웃집 아저씨가 민주당에 투표하기 때문에 자신도 민주당에 투표하는 관성적 투표가 80%에 이른다고 한다. 20%만이 정책을 보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시켜줄 정당에 투표하는 그러니까 이 20%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여 실질적인 집권 정당을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30%의 죽어라고 한나라당만 찍어대는 투표층에 절망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죽어라고 한나라당만 찍어대는 30%가 아니라 죽어라고 민주당만 찍어대는 층이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나라 언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이저는 민주당에 적대적이다. 또한 민주당은 '빨갱이당'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조갑제식 표현대로라면 '나라 망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는 용서되어도 집권조차 하지 못한 DJ는 절대 용인이 안되는 것'이 한국 정치 시장이다.


과연 이런 현실에서 연합공천이 민주당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또한 세를 불려나가야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민주당이 해야할 일은 '넘버원'에 대들 깜냥도 되지 못하면서 자꾸 대드는 것이 아니라 '넘버원'에 대들만한 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집권은 현격한 차이만 줄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왜? 한국에도 미국처럼 실질적인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20%는 분명히 존재하니 말이다. 이 20%는-설사 비율이 적더라도-민주당이 빨갱이당이라는 인식에 결코 동의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민주당에 열정적으로 투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층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연합공천이라는 다분히 정치소비자는 고려하지 않고 정치공학적 '덧셈 뺄셈 정치 주판알'만 튕겨서는 결코 이 20%를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다. 그나마 DJ라는 거목이 생존해 있을 때는 그 존재만으로도 다는 아니더라도 20%의 일정부분을 선거판으로 끌어낼 수 있었고 DJ의 생존 시에는 연합공천이라는 정치종학이 어느 정도 통했지만 지금, 아쉽게도 민주당에는 DJ만한 거목이 없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Maker-Oriented 정치'인 '연합공천의 게임'에 미련을 두는 한 기꺼이 민주당에 투표할 20%는 결코 선거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넘버투로서 넘버원에 대적할만한 힘을 기르는 첩경은 얼척없는 반한나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우회하여 '정치소비자 감동'을 주는 콘텐츠 개발 및 홍보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은 여전히 'Maker-Oriented 정치를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으려 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강원도에서의 승리 및 분당에서의 승리에 연합공천이 과연 얼마나 득표에 도움이 되었을까? 내 판단에는 오히려 김해을 선거에서 이봉수 후보가 연합공천의 후보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승리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문재인은 차이가 없는 정당들이 큰 틀에서 통합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민주당, 민주노동당 그리고 진보신당의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은 죽어라고 한나라당만 찍어대거나 죽어라고 민주당만 찍어대는 '습관적 투표 행태를 보이는 유권자들'이다. 그런 유권자들에게 큰 틀에서의 통합 내지는 연합공천은 별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에 20%의 캐스팅 보트를 쥔 유권자층만이 이 정당들 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현실에서 통합 내지는 연합공천은 이 20%를 선거장 밖으로 쫓아내는 부정적인 결과만 도출할 것이다.


민주당이 승리하는 길. 그 것은 'Market-Oriented 정치'의 답습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유권자들을 선거판에서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Customer-Oriented 정치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로 캐스팅 보트를 쥔 유권자들이 그들의 소임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