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정당 기원의 측면에서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렇게까지 이질적인 정당이 아닙니다. 공히 민주 개혁 정당(통민당, 평민당)을 모태로 만들어졌죠. 물론 한나라당은 민정당과의 합당이라는 측면에서 태생적 수구성을 갖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노태우와 김영삼 시절을 거치면서 민정당 색채는 상당히 얕아졌죠. 게다가 지금 한나라당의 주축은 90년대 이후 영입된 전문가, 교수 그룹입니다. 뿌리부터 썩은 수구 정당이라는 매도는 사실 레토릭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듭니다.

그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차이가 없는건가? 민정당 색채에서 자유로운 한나라당이나 호남 국물 정치인이 장악한 민주당이나 그게 그건가? 이런 물음에 예스라고 대답하는게 유시민식의 양비론 되겠습니다. 둘다 썩었으니 새판을 짜자며 88년 후보단일화 실패와 90년 3당 합당이후 좌절된 ,집권 가능한 진보개혁 정치의 구현에 대한 열망을 자극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첫 타겟은 "한나라당과 다를바도 없으면서 민주 개혁 진영의 맏형 노릇을 하는 민주당"이 되겠지요. 그들이 민주당 공격을 우선시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문제는 이런 일종의 역사 소급론적인 양비론이 정치 현실과 괴리를 빚는 다는 겁니다. 까놓고 말해 정당의 창당 역사와 기원이 뭐가 중요합니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정당 기원의 유사성과는 별개로 정치 지형에서 철저하게 다른 세력과 계급을 대변할수 밖에 없습니다. 그걸 양당제의 철칙이라고 말해도 좋겠군요.

양당제 구조가 필연적으로 빚어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점에 대해 유시민식의 양비론은 눈을 감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레토릭으로서의 진보가 민주당이 실제로 추구하는 진보적 정책과 괴리를 빚는, 즉 자칭 진보인 유시민이 정책 진보 민주당보다 오른쪽에 가버리는 우스운 사태가 발생하는 겁니다.

유시민 정치는 역사 소급론적이고 순결주의적인 진보 정치의 파토스를 자극하는데 그 등뼈가 있습니다. 민주당의 진보화가 가속될수록 유시민 정치의 유심론적 색채는 돋보이게 됩니다. 유시민의 발언에서 언제부터인가 "조중동"이라는 구체적인 적은 사라지고 있죠. 민주당의 복지 담론에 유시민은 "국가론"을 내세워 대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유시민의 국가론에 호응하고 있지 않죠. 사회투자 국가론->헌법론->국가론. 점점 추상성이 강화되는 동시에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보궐 선거에서의 이해할수 없는 행보는 그 연장선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국참당은 소멸될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유시민은 현실 정치에 대해 아무런 답을 제시할수 없기 때문이죠. 민주당의 도덕적 열등감을 자극해 논쟁을 유발하고 지지세력을 선동하는 식의 정치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은 보궐 선거 참패로 불가능해졌습니다. 결국 유시민은 유심론을 버리고 현실 정치의 역동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유시민은 그걸 못하죠. 능력이 안됩니다. 결국 유시민은 현실 정치에서 당분간 떠나, "좌절된 386 진보 파토스"를 자극하고 뿔리는 작업을 다시 할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재기를 노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