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선거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분당과 강원의 승리도 그렇거니와 김해을의 참여당 패배도 그렇다. 그런데, 결과만 놀랐을까? 나는 그 과정에 더 많이 놀랐다. 왜냐면 김해을은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간략히 처음부터 결과까지 보자. 이봉수는 20프로이상 앞서다 불과 1700표차로 졌다. 유시민과 노무현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 안타까울 정도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보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노무현의 고향을 한나라당이 이기는 건 누구도 흔쾌하지 않을 거다.

어쨌든 졌다. 그것도 크게 이기고 있다가 너무나 아슬아슬하게 졌다. 그리고 그 과정은 내가 보기에 의문 투성이다. 오해말기 바란다. 내가 의문투성이라는건 그들의 입장에서 그러하다는 것이다. 가령 나는 곽진업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보인 그들의 생떼는, 비난할 지언정 이해못하진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참여당은 김해을을 이길 수 있는 13가지 방법이 있었다. 이중 한가지만 실행됐어도 이겼다. 그렇지만 그들은 신기할 만큼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고 김태호는 극적으로 회생했다.

하나,
참여당은 창당 목적부터 '노무현 계승'을 내건 당이다. 그들의 속마음이야 어떻든 브랜드 가치 자체를 노무현에 둔 터, 그렇다면 그들은 선거 운동 컨셉부터 과정까지 그러한 브랜드 가치에 충실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후보부터 이봉수를 택함으로 자신들이 내건 브랜드(노무현 계승)과 콘텐츠(이봉수) 사이의 불일치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는 개인적으로 가슴아프다. 그들이 노무현 정신의 후계자로 이봉수를 내걺으로서 노무현은 졸지에 '경선에서 지면 탈당하여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인' '단일화 경선에서 지면 소송도 불사하는 정치인'이 되버렸기 때문이다.

둘,
처음에 이봉수를 선택한 건 실수였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범 친노의 단일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져버렸다.

셋,
이봉수를 고집한 것도 그들 나름의 이해관계상 어쩔 수 없었다고 치자. 그렇지만 그들은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범 친노 진영을 비난함으로서 가장 유력한 우군을 스스로 배제시켜 버렸다. 가령 김경수를 주저앉히더라도 보이지 않게 해야 했다. 그런데 참여당은 그러긴 커녕 대변인이 '참여당 죽이기 음모'라 공개적으로 규정하여 김해을에 영향력을 갖고 잇는 범친노를 격분시켰다. 그 결과 범친노의 대표 인물, 이해찬, 한명숙, 문재인은 단일화 이후 김해을에 발걸음을 끊음으로 자신들의 암묵적 불만을 드러냈고 이는 표심으로 연결됐다.

넷,
앞에 이야기했듯 민주당과의 단일화에서 그들이 생떼를 부린건 나름대로 이해할 만 했다. 그렇지만 그 과정도 그렇고 그 이후에서도 그들은 불필요하게 타당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가령 순천을 단일화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단정지은 경우가 그러하다. 그 발언으로 참여당이 김해을 단일화에서 얻을 수 있는게 있었을까?

다섯,
어쨌든 우여곡절을 거쳐 이봉수로 단일화됐다. 그랬다면 승자의 아량을 보일 만도 했건만 참여당은 그러지 않았다. 가령 이봉수의 경우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단일화 경선에서 지자 불복하고 소송까지 제기한 전력이 있다. 단일화 전이라면 모를까 된 뒤라면 이봉수는 그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곽진업에게 큰 절이라도 하는 시늉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그러지 않았다.

여섯,
어쨌든 김해을의 후보는 이봉수다. 선거도 일종의 광고라 한다면 가장 부각시켜야할 상품은 당연히 후보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유시민이 전면에 나섰다. 이는 광고에서 상품은 제쳐두고 광고 기획자만 등장한 꼴이다. 최근 제작자가 전면에 나와 성공한 광고를 보라. 그 경우조차 사람들은 '알릴 방법이 없네'란 카피와 산수유를 기억하지 출연한 사장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일곱,
이봉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더라도 최소한 노무현은 유시민보다, 아니 최소한 유시민만큼 부각시켜야 했다. 유시민보다 그나마 노무현의 지지층이 더 두텁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 그런데 그들은 그러지도 않았다.

여덟,
김해을의 후보는 그렇다 치고 소구 대상은 어떠했나? 선거에 참여할 사람은 전국의 참여당 지지자가 아니라 아주 당연히 김해을 주민이다. 그렇지만 참여당은 김해을 주민이 듣고 싶은 공약보다 참여당 지지자들이 울컥할 내용으로 일관됐다. 가령 참여당이 가장 많이 내건 유시민의 출근길 사진을 보자. 그 사진을 보면서 유시민 지지자들은 눈물이 핑 돌았겠지만 선거 끝나면 떠날 줄 뻔히 아는 김해을 주민의 반응은 전혀 다를 수 잇다는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아홉,
김해을의 특수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선거 운동 방식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가령 전국의 참여당 지지자들을 모아 유세한 풍경부터 그렇다. 대통령 선거라면 이해할 수 있느 풍경이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는 어디까지나 김해 주민의 것. 김해 주민들이 외지에서 온 수백명이 모여 자기들끼리 환호하는 풍경을 보며 뭘 느꼈을까? 당장 마을 잔치하는데 참가자들 보니 다 다른 동네 사람들이고 거기에 단상에 오른 사람조차 자기 동네 사람이 아니면 기분이 어떨까? 

열,
유시민을 내세운 컨셉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그들이 내건 구호부터 아마추어 틱했다. 유시민이 내건 유명한 슬로건 '투표 안해주면 집니다. 도와주십시요.'와 손학규가 분당에서 내건 '4월 27일 투표 참여, 국민이 희망입니다'를 비교해보라. 같은 내용인데 뉘앙스는 확 다르다. 전자는 어둡고 후자는 밝다. 그나마 비슷한 걸 모으니 이렇다. 아래와 비교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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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 구호는 정말 잘쓴 카피다. 그런데 참여당엔 잘쓰진 않더라도 마케팅이나 프레젠테이션 책 한두권 읽은 수준의 구호조차 만들 사람이 없었던 걸까?

열하나,
김해을의 후보는 이봉수고 유권자는 김해을 주민이건만 전혀 다르게 움직인 선거운동의 방향은 공격 대상에서도 드러났다. 유시민 지지자들이 많은 사이트에서 가장 공격당한 이름은 희한하게도 김태호보다 정동영이었고 정당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이었다. 심지어 무본은 대문에 '민주당 완패, 유시민 승리' '민주당 모두 떨어뜨려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덕택에 김태호는 거의 피흘리지 않고 선거 운동을 치뤘다.

열둘,
이상한 선거 운동이 미친 영향은 여론조사에서도 진작에 드러났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 이전 여론조사를 보면 김태호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여론조사에서 중요한건 결과 수치가 아니라 추세라는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그렇지만 참여당은 그때까지 해온 선거운동 방식을 고집했다.

열셋,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위의 열두가지 지적은 선거운동전문가나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라 평범한 장삼이사라면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의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참여당 내부에선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고 이봉수 당선을 확신했다. 참여당 관계자들은 투표 전날까지 우세하다 전했고 (반면 김태호 측은 박빙 열세지만 따라잡았다고 했다) 심지어 이봉수는 저녁 6시에 당선 사례를 언론사에 보내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희한하게도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저조하다는 사실이 뚜렷했을 때조차 유시민 지지자들은 '오히려 투표율이 높을 수록 한나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었다.

저 열세가지 의문점을 풀 열쇠는 어디 있을까? 나는 정답을 안다. 여러분도 한번 찾아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