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유시민이 한나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본다.

유시민의 현재 정치 위상, 가능성 등은 모두 '영남 출신의 진보성향 대중 정치인'이란 데서 나온다. 1. 영남 출신 2. 진보성향 3. 대중 정치인 이 세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만 결여돼도 유시민의 상품 가치는 땅바닥으로 추락한다. 단언컨대 한나라당 초선의원 김성식이나 이번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김태호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별볼일 없는 신세로 전락한다.

한나라당 입당은 2와 3의 조건을 유시민 스스로 팽개친다는 의미이다. 더 이상 진보적 포지션도 아니고 대중 정치인일 수도 없다. 남는 것은 그냥 영남 출신이란 건데, 저런 조건의 정치인이야 한나라당에 가면 발에 차이다 못해 진공청소기로 좀 빨아들여서 수거 처분해야 할 지경이다. 게다가 유시민은 저런 한나라당 소속 영남 정치인보다 더 불리한 조건을 안고 가야 한다. 스스로 노무현의 상속인을 주장했던 기존의 주장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호남과의 관계는 또 어떻고? 한나라당으로서는 설혹 유시민이 겨 들어온다 해도 손사레를 칠 가능성이 높다. 옛날 어르신들 표현을 빌리자면 "한 닢 주고 보라 하면 두 닢 주면서 막아내는" 양상이 될 것이다.

유시민이 느닷없이 머리에 총을 맞거나 또는 이명박의 두뇌회로에 치명적인 이상이 생겨서 이것저것 다 포기한 막장으로 치닫거나 또는 북한에 긴급사태가 발생해서 현재의 대선 판도 아니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사건이 생기지 않는 한 유시민이 한나라당에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유시민에게 남은 카드는 뭘까?

우선 국참당을 계속 끌고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당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결국 정치 지망생들에게 정치적 진로를 열어줄 수 있는 가능성이다. 즉, 국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필요한 때 즉 선거에서 그것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참혀당이 창당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이 대한민국 정치시장에서 상당한 상품성을 가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상품을 가장 잘 팔아먹을 수 있는 정치인이 유시민이라는 것에 동의한 정치 지망생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시민은 이명박 정권 등장 후 치러진 선거에서 그 능력을 단 한번도 입증한 적이 없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것을 실현하는 데 실패하자(대구시장 선거), 이번에는 본격적인 알박기 전략을 구사해서 민주당 등쳐먹기 전술까지 구사했지만 이것도 결국 비참하게 실패했다.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 지금까지 인내하며 유시민에게 계속 베팅하던 정치 지망생들도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렵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떠나지 않는 고정 지지층이 있는 정당이야 어쨌든 기대를 걸어볼만한 정치상품이 남아있지만, 국참처럼 단기간 안에 승부를 내서 터를 잡아보겠다는, 일종의 가설정당, 벤처정당은 계속되는 사업 실패를 버틸 재간이 없다.

앞으로 몇달 동안 발표되는 대선후보 지지율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설혹 유시민의 지지율에 특별한 변화가 없다 해도 국참당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느닷없이 유시민의 지지율이 20%대를 돌파해 30%대로 치고 올라가는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그렇다. 즉, 현재의 지지율이 특별히 추락하지 않고 현상유지를 하는 상황에서도 국참당의 해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유시민에게 남은 선택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 딱 하나 남은 길은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시민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길이다. 명분도 있다. 즉, 그 동안의 정치적 실험이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였다는 식의, 약간의 겸허한 반성 모드를 보여주면서 '민주당의 계속되는 동참 요구를 수용한다'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유시민의 정치적 실패를 일종의 정치적 자산 즉, 유의미한 정치적 시도였다는 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이다.

게다가, 이것은 앞으로 점점 더 유시민의 정치 위상(1, 2, 3의 조건)을 위협하게 될 호남 유권자들의 거부반응을 효과적으로 희석시킬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부연하자면 유시민의 정치 위상을 결정하고 있는 1, 2, 3의 조건은 모두 '호남의 인정'을 전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호남이 유시민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토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 추이를 보면 호남 출신들이 유시민에 대해서 점점 반감을 드러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추세를 어떻게든 막아내지 못한다면 정치인으로서 유시민의 가능성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유시민의 민주당 입당은 그런 추세를 막아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방식의 하나이다.

유시민으로서는 민주당에 입당할 경우 몇 가지 조건과 형식이 필요하다. 즉, 상당한 모양새(완전 굴복이 아니라는)와 실제 댓가(당내 포지션 등)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 때문에 유시민은 망설일 시간이 많지 않다. 즉, 민주당 내에서 친노세력들이 현재 수준의 비중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야 한다. 친노세력의 민주당 내 비중이 지금보다 줄어들거나 또는 반대로 지금보다 눈에 띄게 확대되어도 유시민의 민주당 입당은 어려워진다. 친노의 민주당 내 비중이 줄어들면 유시민을 '격식을 갖추어서' 영입하자고 주장할 세력 자체가 없어지며, 친노의 비중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면 이들이 유시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민주당 내 친노들로서는 아직까지 유시민의 정치적 상품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김해을에서 유시민의 뗑깡을 받아들인 것도 바로 이들 민주당 내 친노들이다. 이들은 문재인과 봉하재단과의 연결고리를 여전히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런 연장선에서 유시민의 정치적 가치를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도 유효기간이 있다. 늦어도 올해가 지나가면 유시민의 정치적 가치에 대한 기대를 버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의 여러가지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유시민의 실제 정치적 가치가 차츰 드러나고 있는데다, 시간이 갈수록 민주당으로서는 독자적인 총선 및 대선 체제를 정비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민주당의 독자적인 선거 체제가 갖춰진 뒤에는 유시민의 입당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를 추진하기 어렵다. 애써 마련한 선거 준비 체제 자체를 뒤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때쯤이면 '입당'이 아닌, 그동안 민주당이 지겹게 시달린 후보단일화 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방식은 우선 민주당 내부에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에게 계속 뒷통수를 맞아온 입장에서 마냥 저런 방식을 고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시점에 가면 유시민이 민주당에 들이밀 카드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국참당의 당세가 계속 유지되기도 어렵거니와 실제 유시민이 민주당을 위협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득표 동원력이라는 것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유시민이 민주당 입당을 결심할 경우 빠르면 올해 상반기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거창한 정치 이벤트가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 물론 유시민이 이 방식을 거부하고, 마지막까지 마이웨이를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유시민 개인적인 행보일뿐, 정치적으로는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본다.

사실 나로서는 유시민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당에 주는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폐해가 훨씬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안될 싹은 애초에 자르는 게 낫다. 정치적인 노선, 입장 이런 것 떠나서 유시민은 능력과 품성 등에서 전혀 값을 쳐줄 수 없는 정치인이다. 백보 천보 양보해서 유시민의 긍정적인 역할을 마지못해 인정한다 해도, 저런 허접한 정치인에게 투입하는 정치적 자원의 기회비용을 따지면 유시민 따위는 아예 민주당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기대일 뿐이고, 현실적으로 민주당에는 유시민 같은 애들에게 여전히 현혹되고 겁먹는 찐따들이 많다. 그러니 유시민이 마음만 먹으면 제법 그럴싸한 민주당 입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나로서는 유시민 주위에 꼴통 유빠들이 상당수 남아있기를, 그들이 강력하게 유시민의 마이웨이를 계속 주장하기를, 유시민이 유빠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를 지켜서 그들을 버리고 민주당으로 떠나지 않기를...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것들이 기대 난망이라는 점은 유시민도 알고 나도 알고 아크로 제위들도 다들 아시고... 대한민국이 다들 아는 사실이니... ㅎㅎㅎ 그냥 웃으며 지켜볼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