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제점은 경쟁의 양이 아니라 질, 혹은 경쟁의 지리학(geology)에 심각한 왜곡이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경쟁이 필요한 분야에는 독점과 무사안일이 판을 치고 적절한 방임으로 리버럴하게 다뤄도 되는 분야에는 경쟁이 넘쳐납니다.

차등 등록금 제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카이스트... 압박적 등록금 제도로 인한 동기 상승의 효과가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우수한 교원을 확보함으로서 추가로 얻을수 있는 교육적 효과에 비하면 훨씬 적을겁니다. 선생이 실력없으면 애들을 아무리 돈으로 매로 협박해도 아웃풋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학들이 등록금 경쟁을 하는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학생들한테 삥 뜯어 봤자 그 돈이 정작 중요한 우수 교원 채용, 교원 능력 향상에 쓰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중등교육은 더 처참합니다. 여기서는 애들을 두들겨 패면서, 가둬놓고 교육을 시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교사의 실력에 대한 검증은 전무합니다. 애들은 무한경쟁에 노출시켜 초달하면서 정작 연봉 4,5000받는 중장년 교사들에 대한 의무 부담, 즉 강의력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의무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없습니다.칠판에 나와서 수학 문제 못푼다고 두들겨 팰거면 수학 교사들 대상으로 정기적인 실력 평가를 해서 연봉을 깎아야 합니다. 애들에게는 잔혹한 경쟁의 논리를 강요하면서 정작 강요의 주체인 교사들은 일체의 경쟁 논리를 거부합니다.

애들을 공부 공장에 가둬놓고 굴리면 교육 경쟁력, 나아가 국가 경쟁력이 향상된다고 주장하는, 조선일보에 흔히 출몰하는 교육 전문가나 사회원로들, 교육 경쟁력 향상의 제일 요소인 교사 능력 향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가끔씩 전교조 협박하는 수단으로 교원 평가제를 부르짖을 뿐입니다.

이런 부당한 경쟁 왜곡이 해소되어야 합니다. 아랫사람에게는 훈풍을 씌워주고 윗대가리한테는 좀 차가운 바깥 바람을 씌워야 합니다. 피라미드식 경쟁 구조의 나라에선 쓸모없는 사내 정치만 발전하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