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 이분, 글 참 잘써요. 댓글들 보니...이런 글 조차 소화할 수 없다면 참...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uid=35788&table=seoprise_13&mode=search&field=nic&s_que=내과의사


이른바 ‘서프 사태’ 이후 세 편의 글을 올렸다. 그 중 두 개가 유시민과 그 지지세력에 대한 글이었다. 나는 글에서 결코 유시민을 비토하거나, ‘그는 아니다.’라고 한 적은 없다.

다만 서프가 유시민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아집과, 유시민 아니면 우리 편 대표선수는 없다는 독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시민과 참여당을 슈퍼스타로 만들기 위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같은 급 악의 무리로 취급하는 논리의 황당무계한 비약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현했을 뿐이다.

아무튼 나는 그 두 편의 글로써 가볍고 확실하게 ‘유까’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나는 과연 내가 정말 ‘유까’일까 아직도 헷갈리지만 나를 ‘유까’로 자리매김하여주는 뜨거운 댓글을 읽으면서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독고탁과 함께 매를 두들겨 맞기로 작정한 때처럼 말이다. 나의 판단과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모두 명품 정치인이다. 그 중 두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으니 “완판 대박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어쩌다 상품 판매 광고를 보면 나에게 당장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님에도 “지름신(구매욕)이 진하게 강림”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두 대통령은 유권자에게 그러한 지름신 강림에 성공해서 대통령이 되었다. 안사면 왠지 나만 바보 되는 것 같고, 하나쯤, 한 번쯤은 구해서 집에 두고 싶기도 하고, 사고 나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물론 이명박도 완판 대박 상품이긴 하다. 하지만 이명박이 팔린 것은 요즘 일본 원전 덕분에 방독면이 불티나게 팔린 것과 같은 이유, ‘통큰 치킨’에 벌떼처럼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기심과 탐욕 말이다. 대통령이라고 다같은 대통령은 아니란 거다.

명품의 특성을 두루 갖춘 정치인 유시민의 정치적 여정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켜본 나의 심정은 명품 맞지만 나에게 지름신은 강림하지 않는 정치인이다. 매니아 지향적 상품, 일반 소비자가 아닌 콜렉터용 상품, 사고 싶어도 사고 나면 어쩐지 감당이 안 될 것 같은 그런 상품.......

피타고라스 학파는 비밀주의를 지향했다. 한마디로 그들이 깨우친 신성한 지식을 우매한 중생들이 아는 것을 지식에 대한 신성 모독이라 여겼다. 서프에서 유시민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글을 마주하면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저분들은 나같은 녀석이 유시민을 지지한다면 그것을 유시민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일지도 모겠다고.

진짜 미식가는 자기 단골집을 절대로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단골집이 손님으로 북적대면 음식맛이 떨어질 수도 있고, 편하게 음식을 즐기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란다. 자기 단골집이 혹시 손님 떨어져서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뒷전이다. 열정적으로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미식가의 그런 이율배반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서프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는 ‘유까’가 되기는 너무도 쉽다는 것을 배웠다. 반면 유시민의 착한 지지자가 되긴 정말 어렵다는 것도 깨우쳤다. 일단 그를 지지하려 되려면 민주당이 쓰레기 정당이라는 명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유시민에 대한 모든 비판은 정치판도를 한방에 뒤집을 거인에 대한 소인배들의 치졸한 음모와 협잡이라고 단정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정치판에서의 피아 구분을 유시민의 친구냐 적이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 만약 한나라당이 유시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한나라당을 친구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야 한다. 왜? 어차피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똑같은 쓰레기니까 차라리 유시민에 도움 주는 놈이 더 낫지 않겠는가.

너무 비싸다. 유시민은 명품 정치인이지만 나에겐 그를 구매하기 위해 치를 현찰이 부족하다. 아마 내가 가진 전 재산을 털어 현찰로 바꾸면 가능할까. 혹 내가 사춘기 소년이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그런 치명적인 사랑에 몸을 던지기에 나는 너무 늙었다.

나는 저렴한 놈이다. 그래서 유시민이라는 명품은 어울리지 않나 보다. 그래서 나는 저렴한 나의 가치보다 더 하찮게 ‘유까’가 되었나 보다. 저렴한 나에게도 걸치면 안성맞춤일 것이라는 포근한 느낌과 함께 지름신이 팍팍 강림했던 ‘완판 대박 상품’에 대한 기억이 나를 애잔하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