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출근 전에 라디오에서 농협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다가 좀 웃었습니다.
그 분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아래와 같이 요약이 된답니다.
   
 
- 흔적을 남기지 않는 전문 사이버 테러리스트의 범죄임이 분명
  - 매우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것
  - 북한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이것은 국가적 보안의 문제이며 기업이 아니라 국민과 악질 테러리스트와의 전쟁.
  

  이 이야기에 토를 달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농협과 큰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제 통장을 뒤져보니 그대로 돈은 남아있더군요. 모르죠, 누군가 보내준 돈이 하필 그 과정에서 누락이 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런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정말 전문가도 울고 갈 실력의 테러리스트는 우리 집안, 사무실에도 몇 놈 있습니다.  
    
   
사례1)  카메라 테러
제가 아끼는 필름 카메라가 있습니다. 뭐 100만원이 넘는 라이카는 아니고. 이전 일본의 카메라 전성시대에 만든 제품 중의 하나인데요. 이놈을 만지작거리면 기분이 좋습니다. 묵직하고 차가운 바디의 촉감이 좋습니다. 찰칵하고 끊어지는 그 셔터감이랑, 앞에 끼워진 f1.2 짜리의 말고 투명한, 그리고 약간 푸르스름하게 코팅된 렌즈를 보노라면 깊은 호수를 보는 것 같죠. 실제 필름을 끼워서 찍어 본 것은 한 3-4번 정도. 그러니까 실용기라고 보다는 장난감입니다. 그런데 우리 집 쌍둥이 아이들이 2살쯤인가, 제가 잠시 한 10초 비운사이에 이 중 한 놈이 이 카메라를 손을 댄 겁니다. 셔터막이 안 올라가고, 레버가 잠겨서 부리나케 차를 타고 전문 수리점에 가니 아저씨 말씀 왈, 이건 전체를 분해 수리해봐야 한다네요. 거금을 주고, 거의 카메라 가격의 1/2. 수리를 했는데 며칠 뒤 전화가 와서, 자기도 이런 고장은 처음 본답니다, 그 안에 숨어있는 부품이 깨어져서 수리가 곤란해서 이와 비슷한 중고를 찾아서 장기이식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네요. 그 셔터 막을 손으로 벌려서 L-자 모양의 특수 장치를 넣어서 교묘하게, 악의적으로 그 곳을 손을 대지 않는 한 그 부분은 고장이 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때 아이들 손에 들려 있은 것은 플라스틱 어린이 용 포크. 그리고 아이들이 그 뒤를 열러 셔터 막을 열 가능성은 거의 없거든요. 일반인도 그 기계식 셔터 막의 구조를 모르는 사람 많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알라들 붙잡아 두고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이건 뭐 답이 안 나오는 일이라.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분명 카메라의 내부구조를 잘 아는 외부침입자의 소행이 아닌가 합니다. 덕택에 그 카메라는 장기이식용으로 그냥 처박아 두었습니다.
   

사례2) 여권 테러
10년 전 쯤 OO 나라에 출장을 가게 되었죠. 다른 잡무에 정신이 없어, 외국여행에 빠삭한 직원에서 부탁을 했습니다. 그쪽 숙소랑, 하루 동안의 구경코스, 마른 오징어 포, 물에 타먹을 수 있는 국거리, 심지어 손톱깍기등,, 짠 드디어 출발하는 날. 공항 비행기 타기 직전 바로 끌려나왔다는 것 아닙니까. 그 나라는 우리나라와 수교가 없어서 비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네요. 직원왈 “비행기를 탈 수는 있지만 그쪽에서 바로 거부되어 이쪽으로 return될 겁니다. 그러면 선생님 비행기 표만 날리는 겁니다” 어떻게 출장을 이렇게 망쳐 놓을 수 있을까요. 이건 저를 가장 방심하게 한 뒤 한방에 보내버린 사건입니다. 그 직원은 지금도 다른 업체의 첩자가 아닌가 합니다.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더구나 여행사에서도 확인전화 한번 안했으니 이거야 말고, 여행사와 짜고 저를 완전히 보내보리기 위해서 공모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오후에 여행가방들고 집에 오니 아내가
아내) "오잉....? 당신 출장  무지 빨리 다녀오네요.."  ....
나)    " 술이나 한잔 주소.... 살다살다 반쯤 탄 비행기에서 끌려나오기는 처음이라..."
   
    
사례3) 신용카드 테러 
아이들 엄마의 신용카드가 사라져서 난리가 났죠. 여자들은 보통 지갑에 카드를 잔뜩 집어넣고 다니는데 별 쓸모없는 주유카드, OK케쉬백, 롯데시네마, 이런 것 말고 가장 중요한 은행카드만 사라진 겁니다. 역시 범인은 우리 집의 듀엣 테러리스트 쌍둥이에게 혐의가 갔는데, 이놈들이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버버... 소리만 하지. 그런데 그 많은 카드 중에서 어떻게 딱 그 카드만 골라서 없애버렸는가 하는 겁니다. 아내는 나를 약간 의심하기도 하고. 이건 분명의 자신의 소비패턴을 잘 아는 사람의 치밀한 소행이라는 겁니다. 그래도 모르니 부랴부랴 신고하고,. 그 뒤 그 카드가 발견된 것은 어딘가 하면요, PC 속이었습니다. 범인은 모르죠, 우리 부부가 전 방을 뒤지고, 심지어 책장의 책들 틈새까지 미친 듯이 뒤졌는데. 일 년 뒤에 발견된 카드는 PC속. 쩝……. 제 생각으로는 아이들을 그걸 꺼내서 PC, 그 이전에 작은 디스켓 넣은 구멍 있지 않습니까. , 그곳에 밀어 넣은 모양입니다. 그것도 PC 파워가 나가서 케이스를 열어보니까 그 안에 카드, 제가 받은 명함 몇 개 등등. 아직 범인은 모르지만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숨길 수 있는지, 이건 거의 테러리스트적 소행입니다. (이후 아이들에게 지갑으로 실험을 해보니 재미있었습니다. 지갑 안에 돈 이런 것 관심없습니다. 신용카드에 관심이 많은데요, 그것도 쓸잘데기 없는 카드보다는 뭔가 반짝이는 은행카드에 관심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꺼내서는 꼭 다시 깨내기가 불가능한 곳이 밀어 넣습니다. PC나 비디오 안, 책장 밑바닥 2mm 틈새, 라디에이트 관들의 틈새, 부엌의 서랍의 그 뒷 쪽 바닥(이건 서랍을 완전히 들어내야 겨우 보입니다.), 김치냉장고, 음식 쓰레기통.
   
사례4)  오디오 CD 정보 테러 
 집에 CD가 조금 있는데요, 어느 날 돌아 와보니, 쌍둥이 두 놈이 앉아서 히히덕거리면서 수십 여장의 CD를 깔고 않아 놀고 있네요. 오 마이 갓. 그런데 이번에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스뎅 포크로 깐 CD를 죽죽 긋네요.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고 이놈들을 격리시켜서 나무우리에 가 둔 후 CD를 정리했습니다. 하나씩 닦으면서 틀어보니 대부분 재생은 되는데. 오 마이 갓 again. 제가 가장 아끼는 두 개의 CD만 거의 걸레로 만들어 두었네요. 하나는 핀란드에서 구한 민요 씨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영화 양철북 OST CD인데요. 이 둘을 다시 구하려고 백방을 위해 노력해도 없더라고요. 핀란드 민요는 그렇다해도 양철북 OST는 있을 법도 한데, 아무리 뒤져도 정보만 있지 이것을 파는 곳도, 음원도 없었습니다. 어찌 그리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딱 2개의 CD만 찍어서 아작을 내었는지. 이건 그야말로 저의 음악생활을 면밀히 관찰하지 않은 사람이면 할 수 없는 생활 테러인거죠. 진짜 신기해요.
     
례5) 신입사원 테러
근 10년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사용하던 기기를 신입이 잠시, 15초간 가볍게 손댄 후 레이저 쪽이 맛이 갔습니다. 게다가 연락해보니 딱 그 부품만 더 이상 재고가 없다네요. 딱 그 부품만. 그 신입은 경쟁연구소에서 우리 쪽을 패망시키기 위해서 보낸 고도의 첩자가 아닌가 합니다. 손이 스치기만 해도 레이저 컨트롤 보드가 나가버리고, 특히 그 보드는 더 이상 구할 수도 없어 전체의 기기를 폐기해야하니. 이건 뭐 무림의 초고수가 혈맥을 간단히 집어서 거구의 장사를 비명횡사 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이건 오랫동안 연습하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백주의 테러죠.
   
 

사례6) 양변기 테러
갑자기 양변기가 막혀서 물이 안내려가는 겁니다. 이 양변기의 내부구조가 묘해서 조금 큰 것은 입구에서 걸리고 작은 것은 그 고무 펌프로 누르면 빠져 나갑니다. 제가 해보려고 옷걸이 철사를 풀어서 생쑈를 했지만 별무 소용없었습니다. 이 물 막힌 상태로 자려니 잠도 안오고. 진짜 기분 더럽습니다. 다음 날 비싸게 업자를 불러서 양변기를 뜯어내고 거꾸로 들어서 물을 붇고 물에 불린 신문지를 밀어넣고(이건 처음 보았습니다.) 하니 조그마한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습니다. 그건 공구함에 있는 조그만 노브(knob)인데요, 진짜 기가 막히게 그 변기를 막는 겁니다. 그렇게 깍아서 막히도록 만들라고 해도 만들기 힘든 겁니다. 그 공구함에 있는 노브를 그 안에 집어 넣어서 우리집의 주말을 완벽하게 망쳐놓은 테러리스트는 누구일까요 ? 지금도 제는 그자가 궁금합니다. 이건 좌변기의 내부구조, 특히 우리집 좌변기인 대림-OO의 구조를 오랫동안 연구한 자의 소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이 농협 테러를 시인하기만 한다면 농협에서 한 100만 달러정도 식량을 원조해 줄 겁니다.  농협의 입장은 그러니까 이게 북한하고만 엮기만 한다면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UNIX 손 놓은 지가 진짜 오래되었지만 그냥 테러리스트가 rm *을 사용해서 시스템을 날린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 됩니다. 제가 해커라면 내부에 바이러스를 심어 외부에서 조금씩 정보를 뽑아가도록 하지, 누가 디스크를 통째로 날리겠습니까 ? 바보같이 북한이 했다면 이번에 날아간 농협 데이터는 호국영령데이터로 칭송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북한은 왜 이런 일을 ? 농협 시스템을 파괴함으로서 농협에 관계된 기층 농민들의 반발을 극대화시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일으키려고 한 것인 아닌지 좀 의심이 갑니다.
      
  밑에 어떤 분이 창조론을 옹호하셨는데 저는 그런 시각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사실 사례1,2,3,4) + 농협에서 보듯이 우연히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 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관점에서 사건을 재해석하기 때문에 이것을 어떤 의도의 sequence로 보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입니다. 
    
5명의 피실험자들의 머리 둘레와 목둘레(어떤 경우는 손바닥의 모형을 떠서) 를 측정한 뒤, 그 Type에 맞는 성격표를 나눠주고 얼마나 일치하는지 물어보는 실험이 있습니다. 대부분 60-70 정도 자신의 성격과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나눠준 표는 5명 모두 꼭 같은 내용입니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입장에서 세상을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혈액형 심리학이라는 것도 그렇고.
       
농협사고가 난지 며칠이 지났건만 딱히 범인은 없고, 직원들 출입국금지를 시키고 난리를 치지만 뭔가 잡히는 것은 없는 모양입니다. 단지 고도의 전문화된, 오랫동안 준비된 테러, 북한과의 연계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는데,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다른 어이없는 가능성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전에 말한대로, 저는 이 문제는 인적보안의 문제라고 봅니다. 국가정보원과 함께 조사를 한다니 범인이 누군지, 왜, 어떻게 했는지 곧 밝혀지겠죠. 함 지켜 봅시다.   (그리고 농협 인터뷰 담당자는 그래도 시스템에 대하여 좀 아는 사람이 하면 좋겠네요.)  
     

1. 북한은 이번 농협 테러를 자인하고 500만 농협사용자들에게 사죄하라.
2. 이번에 사라진 3억건의 호국영령 데이터는 사이버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한다.
3. 사이버 보안군을 설립해서 북괴의 사이버 테러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4. 농협 전산 담당자의 잘못은 없다. 그는 최선을 다했으며 면책이 되어야 한다.
5. 흔적도 없고, 침입경로도 없는 새로운 북괴 사이버 테러기술은 가장
가공할, 전 지구적 테러이며
    이것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UN은 북괴의 가공할 사이버 테러를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