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고래님 왈:
""네, 영남 개혁세력의 부활과 3자 대립구도의 재현이 제가 원하는 것이 맞습니다.
87년 상황을 말하시지만 92년에 김영삼의 3당합당이 없었다면 지금 같이 독재세력이 당당히 얼굴을 디밀고 다니는 일은 없었을겁니다.
3당 합당을 왜 했겠습니까?
김영삼이 이길 수 있는데도 굳이 그동안 싸워왔던 독재세력과 붙었을까요?
기본적으로 그렇게 영남이 갈라지면 민주당의 필승구도가 됩니다.

김영삼처럼 유시민이 한나라당과 붙을 수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노무현 덕에 안됩니다.
그렇게 됐을 때마저 지지할 사람들은 다 이미 한나라당 찍고 있고 개혁세력으로서는 잃은 것도 없습니다.
또한번의 우리가 남이가는 수도권에서 굉장한 반발을 일으킬겁니다.
일단 영남의 개혁 정당과 수구 한나라당이 싸우게 되면 지역주의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게 되고, 이 때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복지 이슈를 선점해서 지지층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복지이슈는 지역주의와 프레임 자체를 달리하므로 굳이 영남표를 얻는다, 아니다로 계산할 필요도 없습니다.
영남이 혼란스러울 때 민주당은 힘을 받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영남에서 개혁세력이 수구세력을 몰아내고 일통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입니다.

이 구도와 비교했을 때 민주당으로 영남에서 표를 얻는 것은 물론 가능합니다만 비용대비 효율이 안좋다는 얘기입니다.
해줘야 되는 것은 많고 얻을 것은 확실치 않으니까요.


민주화된 사회에서 정당은 원칙적으로 유권자들의 사회경제적인 처지에 종속됩니다. 즉 김영삼의 3당합당은 (김종필도 함께 하지만) 비교적 사회경제적인 이해관계를 함께 하던 영남 유권자들의 이해관계가 없었다면 절대 실현될 수 없는 사건입니다. 김영삼의 대권에 대한 야망과 영남 유권자들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에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연합이 가능했던 것이지, 김영삼의 무리한 대권욕이 초래한 '해프닝'이 아닙니다.

영남이 갈라지면 민주화 세력에게 필승구도라는 말은, 현재의 유권자들의 상태에 그러한 가정을 기계적으로 대입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남이 갈라지려면 영남 내부의 비교적 단일한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에 균열이 발생해야 합니다. (TK와 PK가 다르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은 상대적으로 타 지역과 비교하면 '영남'으로 묶이지만, 영남 내부에서 TK와 PK는 경제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균열없이 정치 엘리트들의 인위적인 영남분할시도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현재 TK와 PK가 분열하는듯한 양상을 보이고, PK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고, 경남에서 김두관을 도지사로 뽑은 것은 일차적으로 TK와 PK의 사회경제적 이해관계가 점점 상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생각하면 PK에 기반을 둔 영남개혁정당, 즉 과거의 통일민주당을 복원하는 것이 괜찮은 생각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에 반대합니다.

먼저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반대합니다. 현재의 민주당은 호남에 기반을 둔 전국정당입니다.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부를 수 있는 까닭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대개 제1당의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남에 기반을 둔 개혁정당이라는 것이 생긴다면 수도권에서 민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매 선거마다 단일화를 해야합니까?

두번째 이유도 정치공학적인 이유입니다. 현재의 민주당은 PK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혹자는 노무현표지 민주당표아니다라지만, 기호2번 민주당후보를 찍은 표는 어쨌든 민주당 표이고, 여론조사에서 잡히는 '민주당' 지지율은 엄연히 민주당 지지율입니다. 박하고래님은 '비용 대비 효율'이 좋지 않다고 하시는데, 오히려 제가 생각할 때에는 지금 존재하는 영남에서의 민주당 지지율, 인지도, 조직세를 모두 포기하고 바닥부터 새로운 영남개혁정당을 만드는 작업이 더 고될 것 같습니다. 예전의 3당합당 전 통일민주당의 흔적은 없고, 있어봤자 모두 한나라당에 흡수된 상태인데, 새로운 영남개혁정당을 만든다? 기존의 민주당의 세력은 어찌하고요?

세번째 이유는, 영남개혁정당이 대변하는 정치세력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민주개혁세력과 보수세력을 나누는 대강의 선은 이렇습니다. 대북정책, 외교안보정책, 사회문화정책, 복지관련 경제정책, 균형발전, 민주화 운동경험, 그리고 지역문제와 지역기반.

영남개혁정당은 지역기반을 '영남'에 둔 민주개혁정당을 지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1세기 현재 영남, 특히 부산경남에 지역기반을 둔 지역정당이 지역문제에 있어서 취하는 태도는 무엇입니까? 보수세력과 민주개혁세력의 구분선인 '균형발전'에 있어서 영남개혁정당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고, 그 지방 중에서 특히 영남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는 것입니까? 만약 영남과 호남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혹은 영남과 충청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안에서 영남개혁정당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민주당도 과학벨트가지고 호남권 의원들 달래느라 고생인데, 영남에 기반한 영남개혁정당은 어떨까요? 배타적인 영남지역이익을 추구하는 겁니까? 지금 사회에서 굳이 영남에 한정시켜서 지역이익을 추구하는 정당이 또 필요한가요? 그것도 '개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서?


만약 영남개혁정당이 정말로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현재 존재한다면, 영남지역에서 국민참여당의 당세는 적어도 민주당에 버금갈 정도로 올라와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그렇지 않습니다. 단일화 바람때문에 김해지역에서 반짝 참여당의 지지율이 올라갔을뿐, 다른 PK지역에서 참여당 지지율은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즉 영남, 특히 PK만을 위한 지역기반개혁정당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들은, 경상도에서 개혁정치인이 당선안되어서 생기는 것들이 아닙니다. 아니면 바꿔 말해서, 경상도 사는 개혁성향유권자들이 경상도에서 민주당 싫은데 한나라당도 싫은 상황이 문제의 원인도 아닙니다.(그 사람들을 과연 진짜 개혁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새천년민주당의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그리고 다시 이름 긴 통합당에서 현재의 민주당...정치 엘리트들간의 상층부에서의 짬짜미를 통한 인위적인 정계개편, 즉 토대의 이해관계와 별로 관계없는 인위적인 정치놀음은 이제 그만 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니, 그런 것 하느라 싸울 시간조차 아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