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들이 여기 저기서 신나게 까이고 있나 보다. 원래 진보개혁진영의 전통적인 고민은, 한나라당을 찍는 서민들이었다. 돌부처처럼 요지부동인 이른바 서민 우파들. 달래기도 하고, 국개론을 동원해서 까기도 하고, 당해도 싸다며 조롱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지친 탓일까? 요즘은 화살을 정반대로 돌려서 강남 좌파라 불리는 사람들을 깐다. 마치 그 사람들 때문에 서민들이 한나라당을 찍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 구조는 어디선가 많이 보던 모습이다. 온갖 구애를 펼쳐도 영남의 서민들이 꿈쩍도 하지 않자, 엉뚱하게 호남의 보수층을 두들겨패는 사람들 말이다. 호남의 보수층이 본색에 맞지 않게(?) 민주당을 지지하니까, 영남의 서민들이 반발해서 한나라당을 찍는 것처럼 말하는 이른바 노유빠들. 만약 그런 노유빠들을 비판할 수 있다면, 현재 강남 좌파들을 공격하는 사람들도 같은 논리로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생활이 부유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속물스런 계급 적대감이 사회의 진보에 도움이 된 사례가 없었다. 

부유층 출신이면서 진보에 관심가지는 사람들에 대한 설왕 설래는 과거 맑스 시절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쓴 공산당 선언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귀족출신이면서도 신흥 계급인 부르주아 편에 선 사람들이 있었듯이, 부르주아 출신이면서 신흥 계급인 프롤레타리아 편에 선 사람들도 있을거라고. 아마도 자신을 노동자 출신이 아니라며 공격하는 사람들을 향한 서글픈 변명이었거나 자기검열이었으리라.

물론 최근 강남 좌파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국을 감히 맑스와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의 주장과 방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민주당의 정치인들보다는 유시민과 이정희와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하는 모습에서 반호남주의 냄새도 나고,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민주당의 정치인들을 궁물족쯤으로 여기는 편견까지 없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조국에게 잘못이 있다고 해서 그게 곧 강남 좌파들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다. 조국은 조국이고, 강남 좌파는 강남 좌파다.

나는 솔직히 강남 좌파들에 대한 기대는 없다. 기대가 없으니 굳이 나서서 비판할 필요도 못느낀다. 인터넷에서 목소리 큰 그들에게 국참당이나 일부 진보 정당들이 아부하는 것은, 그 정당들이 뿌리가없고 맥락이 없기 때문이지 강남 좌파들의 잘못은 아니다. 만약 민주당까지 그런다면 그때는 민주당을 비판하면 된다. 강남 좌파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주면 땡큐인 거고, 아니면 마는거다.

민주당의 문제는 늘 서민 우파들이고 관심의 대상도 그들이어야 한다. 만약 목소리 큰 강남 좌파들이 꼴보기 싫거든, 그들을 깔 시간에 목소리 작은 서민들을 위한 확성기가 되어주면 된다.  그게 진보주의자가 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영남을 포함해서, 대한민국의 서민들을 한나라당과 분리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들에게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을 찍는게 더 이익이라는 걸 보여주고 증명해주는 것 밖에 다른 길은 없다. 보통의 서민들이 민주당을 찍어서 내 삶이 달라졌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 복지 제도와 노동운동 보장 말고 다른게 또 있을까? 민주당이 좀 더 복지와 노동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채찍질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민주당의 정책을 서민들에게 선전하고 설득하는 일, 그것만이 한국 사회 진보주의자들의 임무라고 믿는다.

추가) 엊그제 친구와 나누던 술자리 방담의 한 토막. 
혹시 강남 좌파들 까는 사람들도 강남 좌파들 아닐까? 아니면 강남 좌파스런 사람들이거나. 서민들이 정말로 그런 논쟁에 관심이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