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무관심하게 살아갈 때는 정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치과잉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김해을 선거에 관심이 생기다보니 저도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군요. 이왕 끼어들었으니 민주당에게 비판과 당부의 말은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김해을 선거는 졌지만, 민주당에게 좋은 보약이 될 수 있는 경험입니다. 김해을 경선 과정을 차분히 되짚어보면서 철저히 반성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이번 재보궐 선거는 큰 파급효과를 갖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는 내년 총선이지요. 내년 총선이라는 대회전을 앞두고,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필승 전략과 방안을 연구해야 합니다.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으나, 정리하는 의미로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1. 김해을 선거 실패의 원인: 

1) 노무현에게만 의존했고, 노무현만 팔아먹었다.

민주당의 김해을 선거전략은 한마디로 '노무현 팔아먹기'였습니다. 곽진업 홈페이지에 실린 어느 유권자의 질문, "왜 노무현만 이야기하고, 지역 현안과 발전방향, 비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은 민주당 선거전략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김해에서 노무현은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개나 소나 다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김해 시민이라면 노무현 서거 이후에 선거 때마다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는 지겹도록 들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노무현 이야기만 꺼내도 지겨울 지경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또다시 그런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노무현 팔아먹기가 지역민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철지난 유행가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노무현은 이제 떠났습니다. 그의 시대도 끝났습니다. 그러니 다음 총선에서는 비굴하게 노무현도 팔지 말고, 뻔한 정권 심판론도 내세우지 말기를 바랍니다. 정권 심판론 자체야 필요하지만, 이것만 전면에 내세워서는 어필하기 힘듭니다.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2) 열성적이고 자발적인 지지자의 부족, 혹은 강력하고 역동적인 조직의 부재

막판에 참여당에 뒤집힌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지지자들과의 소통이라는 점에서만 보더라도 민주당은 참여당에 비해 현저히 부족합니다. 당장, 정당 홈페이지 게시판만 보더라도 민주당의 게시판은 사회당 게시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산하다 못해 황량하기까지 합니다. 제1 야당의 홈페이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민주당이 지지자들의 결집에 대해, 지지자들과의 소통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역력히 보여주는 산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성적이고 자발적인 지지자들의 참여를 기대한는 건 무리입니다. 

3) 투쟁심의 부족

전력이 약한 팀이라도 투쟁심이 강하면 열세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 그걸 보여준 건 참여당이었습니다. 민주당은 김해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열망과 투쟁심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지원해주기를 부탁했다는 말을 듣고는 기가 막히더군요.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했어야죠. 경선 중간에... 지원해 주면 좋겠다...? 그런 마음가짐과 자세로 어떻게 내년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배가 많이 부르십니까?

저는 참여당과의 단일화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봅니다. 누가 상대로 나오든 이길 수 있도록 민주당이 자체 역량을 충분히 강화했어야 합니다. 민주당이 늘 돌아보고 반성하고 역점을 두어야 할 점은 바로 이 자기 역량입니다.


2. 내년 총선 대책:

1) 지역 현안의 해결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십시오.

노무현을 팔고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는 대신, 낮은 자리로 겸손하게 내려가서 지역 유권자들의 불만과 걱정, 어려움이 무엇인지, 민생 현안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제시해야 합니다. 유권자들이 꿈꾸는 소망을 찾아내 그걸 비전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총선에서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년 총선에서는 지역 공약을 후보자에게만 맡겨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중앙당 차원에서 지금부터라도 각 지역들의 현안을 조사하고, 해결책들을 강구하며, 민주당의 지역 공약들로 체계화시키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누가 후보가 되든 그 공약을 바탕으로 선거운동을 하게 하십시오.

2)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며, 지지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으십시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지지자들이 함께 하고 뭉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구심점을 만들고 확장시켜서 그 힘을 이용해야 합니다. 20:8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듯이, 백화점이 vip고객에게 집중하듯이, 소수의 열성 지지자들을 찾아내 결집시키고 활용할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소속감과 자부심을 갖게 할 방법도 찾아보십시오. 강력한 전국적 오프라인 조직도 구축, 확대하고, 활성화시키기 바랍니다. 그게 민주당의 힘이 됩니다.  

3) 투쟁심을 기르십시오.

지난번 경기도지사와 이번 김해을 경선에서 민주당의 무기력한 패배는 지지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습니다. 더 이상 지지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단 싸움에 나갔다면 반드시 이긴다는 각오로 전력을 기울이기 바랍니다. 설령 지더라도 상대에게 큰 타격을 입히거나 적어도 공포심을 심어줄 만큼 치열하게 싸우십시오. 불가능해 보이는 판세까지도 뒤집어버릴 수 있는 역전의 용사들이 되십시오. 그런 용사들을 키우십시오. 다시는 무기력하게 패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길 방안... 지금부터 준비하기 바랍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야권 연대방안에 대해서도 써보려 했으나, 시간도 없고 정치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터라,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참고할 만한 게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당이 강한 정당이 되기를 바라는 한 지지자의 마음만은 접수해주시길 바랍니다. 비단 저뿐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