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우주가 있을까? 여기서 다른 우주란 우리 우주와 어떤 식으로도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관찰할 수 없는 우주를 말한다. 다른 우주가 있다 하더라도 관찰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기 때문에 알아낼 방법이 없다.

 

따라서 다른 우주가 하나 있다, 다른 우주가 666개 있다, 다른 우주는 없다와 같은 명제는 실증적 검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우주는 6000년 전쯤에 창조되었다. 하지만 신이 공룡 화석, 먼 은하계에서 오는 빛, 생물의 DNA 등을 포함하여 모든 것들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우주가 훨씬 이전에 생겼으며 진화가 일어난 것처럼 과학자들이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라고 주장하는 창조론자를 반박할 수 있을까? 없다. 이런 명제는 검증이 아예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6000년 이전에도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를 아무리 들이대도 신이 인간을 속이기 위해 6000년 전에 그렇게 조작했다고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우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적어도 한 명은 있다라는 명제는 어떨까? 다우징(dowsing)이란 Y-막대기(Y-rod), L-막대기(L-rod), 흔들이(pendulum, 진자) 등을 들고 수맥, 실종된 사람, 전생 등을 알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이 명제는 원칙적으로 검증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하다.

 

다우징으로 명성이 높은 사람들 수천 명을 검증했는데 제대로 능력을 보인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자. 그래도 그 명제를 주창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직 진짜로 능력이 있는 다우저(dowser)를 못 찾았을 뿐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검증해야 하는데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우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 유명한 다우저들 대부분이 다우징을 제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잘 설계된 실험을 할 때에는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라는 명제 역시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제대로 검증을 하려면 과학적으로 잘 설계된 실험을 해야 하는데 그 때마다 능력이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다.

 

 

 

칼 포퍼(Karl Popper)는 과학 명제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실증적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옳은 말이다. 실증적 검증이 원칙적으로 또는 사실상 불가능한 명제는 과학 명제라고 볼 수 없다.

 

여기서 사실상 검증 불가능한 경우는 현재의 기술이나 장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검증 불가능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어떤 물리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현존하는 가장 큰 입자 가속기보다 10 배 더 큰 입자 가속기가 필요하다고 하자. 이것은 큰 비용을 들여서 입자 가속기를 만들면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수십 억 명이나 되는 사람을 일일이 모두 검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과학과 사이비과학(pseudoscience)을 가르는 핵심 척도가 검증 가능성이라는 포퍼의 주장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사이비과학자들은 위에서 제기한 것과 같이 진짜로 검증이 불가능한 명제를 논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이비과학자들도 대체로 검증 가능한 명제를 제시한다. 그들의 핵심 문제점은 검증을 엉터리로 하고 과학자들이 아무리 강력하게 반증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겠다.

 

 

 

201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