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의 '만들어진 현실'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1. 70년대 이후 한국 정치의 역사는 김대중의 집권을 저지하려는 지배 세력과 김대중의 집권을 바라는 저항 세력간 갈등의 과정이다.

2. 김대중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하여 조선일보등이 만들어낸 지배 담론이 '3김 청산론' 이고 '지역주의 망국론'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반호남주의의 다른 이름이었다.

3.  '3김 청산론'과 '지역주의 망국론'은 지배 세력 뿐만 아니라 진보파와 개혁 세력 내부의 반김대중 세력에도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반호남주의가 직접적으로 호남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언어로 표출된다거나 혹은 그렇게 노골적인 방식으로 지배의 욕구를 실현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모름지기 어떤 이데올로기든 권력 효과를 갖기 위해선 나름대로 ‘보편의 옷’을 걸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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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이렇게 말한다)"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당 체제이다. 이는 3김이라고 하는 지역 지배 엘리트가 유권자의 지역감정을 경쟁적으로 자극하여 만들어 낸 지역 할거주의의 내용을 갖는다. 지역주의는 출신 지역이 동일한 정치 엘리트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전근대적 의식 행태로 유권자의 정치적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3김은 유권자의 지역주의를 볼모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따라서 지역당 체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구 정치 엘리트의 퇴출과 함께 유권자의 탈지역주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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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역주의 망국론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이런 논리가 비단 조선일보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주류 언론
전체가 조선일보의 뒤를 따랐다. 우리 사회 기득 집단과 그 이데올로그들도 민주화 이후 선거 때마다 망국적 지역주의를 앞세웠다. 제도권 지식인들도 대부분 그랬고, 선거 및 정당을 전공하는 정치학자들의 분석도 ‘여전히 지역주의’라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불행하게도 지역주의에 대한 이런 해석의 틀을 수용하고 재생산한 것은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자 했던 (통추회의나 개혁신당 민중당등) 많은 재야 세력과 진보파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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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망국론은 이처럼 주류 언론, 보수파의 이데올로그 지식인, 학자, 전문가, 마지막으로 여기에 재야 출신 정치 지향 세력이 가세하면서 확산되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한국 정치의 갈등과 대립이 지역주의에 의해 지배되고 정당은 대개 이 지역주의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 유권자는 이들에 의해 이용당해 지역주의 투표를 한다는 주장이 아무렇게나 개진되게 되었다. 누구도 이런 엄청난 주장을 따져 물으려 하지 않았다. 명실상부한 지배 이데올로기가 된 것이다. 지역주의가 영호남을 넘어 모든 지역을 지배하는 망국적인 문제로 정의될 때, 당연히 가장 응집적인 지역주의 문제 지역은 호남이 된다. 요컨대 ‘지팡이’ 하나로 모든 것이 끝나는 지역, 혹은 차별과 소외를 ‘한’으로 푸는 지역이라는 해석은, 망국적 지역주의론의 다른 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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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초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의 유권자를 민주주의의 승리를 가져온 ‘위대한 국민’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모든 것은 국민의 뜻에 따라 하겠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촛불시위가 전국을 덮고, 열린우리당이 압승하고, 그야말로 잘 나갈 때야 모두들 위대한 시민을 찬양했다. 그런데 2005년 들어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담론은 급격히 달라졌다. 갑작스럽게 한국의 시민들은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유권자’로 호명되었고, 지도자의 결단이 역사를 이끄는 데 따라야 하는 존재로 정의되기 시작했다. 어제의 위대한 시민은 하루아침에 지역주의 투표나 하는 비이성적 존재로 야단맞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갑자기 망국적 지역주의가 시민들 사이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서 그랬을까? 고개를 들고 있었던 것은 시민이나 유권자들 속에 있는 지역주의가 아니라, 모든 문제를 지역주의로 설명하면서 상황의 어려움을 지역주의 때문으로 합리화하려는 집권세력의 욕구에 있었다. 지역주의가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화된 지역주의 지배 담론이 또다시 불러들여진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는 늘 이런 방식으로 이용되고 동원되고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박상훈 ' 만들어진 현실'  233P ~ 238P 중 일부 발췌



나는 박상훈의 이런 진단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제 '3김 청산론' 의 대체 논리로 개발된 '민주당 호남 토호론'이 '지역주의 망국론' 과 결합하여 발호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그것도 원저작자인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은  짐짓 눈 감고 있고,  진보개혁진영 내부에서 스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지난 한달간 김해를 포함한 보궐선거 현장에서 벌어진 온갖 이전투구와 협박과 단일화쑈는 그러한 신종 반호남주의의 절정이었다. 그리고 민주당은 그런 장단에 놀아나며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모습만 연출했다.

그러므로 유시민은 정확히 90년대 수구세력과 합세하여 반김대중 연합전선을 펼쳤던 배신자들의 후예이며, 지배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진영내 반호남주의자들의 요구가 집약된 구심점이다. 따라서 그는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하게 제거하고 굴복을 시켜야만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연대를 하더라도, 유시민과 그 휘하 세력의 반호남주의에 대한 반성문과 집단적 성찰을 요구했어야 했다. 진보정당들이 은근 슬쩍 꼽사리끼려는 유시민에게 요구했던 것과 똑같이 말이다.

만약 유시민이 진보정당들에 대해 '귀족노조 기득권 집단'이라는 비난을 하는데도 그들이 유시민과 단일화 논의를 한다면 어떨까? 절대 제 정신을 가진 정당으로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신들을 호남 토호당이라고 비난하는 유시민과 서슴없이 단일화 논의를 하는데 한치 부끄러움이 없다. 유시민같은 반김대중 반호남주의자에게 굴복하면서 어찌 표를 달라 요구할 수 있는가? 지지자들에게 이렇게까지 예의도 없고 무능하고 바보스러운 정당이 또 있을까? 

만약 민주당이 그것을 몰라서 유시민과 단일화 쑈를 벌였다면 한국의 정치 상황과 역사에 대한 무지이며, 알고도 그랬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대변자가 될 자격이 없다. 나는 차라리 한나라당 5년을 더 견딜지언정 절대로 유시민같은 반호남주의자에게 미래를 맡길 생각이 없다.

이제 민주당에게 남은 길은 없다. 유시민이든 좌파 정당이든 그 누구든 지배 세력의 반호남주의에 호응하고 동맹을 맺는 자들은 철저하게 저격하고, 그들의 지지자들은 정책으로 끌고 오면 된다. 묵묵히 한국 사회의 진보를 책임질 세력은 우리들 뿐이라는 각오로 정치하라는 뜻이다. 내부의 배신자들과 반호남주의자들에게는 철저한 굴복과 소멸을, 외부 세력과는 연합을. 그게 김대중 방식이었다. 반호남주의라는 인종주의에 영혼을 판 자들과 한 몸이 되어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는가. 소멸되어야 할 자들은 민주당이 아니라 그들인 것이다.

정치적 치킨게임은 이제 유시민이 아니라 민주당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 진영내 인종주의자들을 박멸하라. 더 이상 연대와 타협은 없다.



PS : 박상훈의 '만들어진 현실' 파일을 첨부로 올립니다. 저자가 카피레프트 선언했다니 상관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