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이번 김해에서 얻어간것은 뭘까? 유시민에게 이봉수가 국회의원이 되던 안되던... 그건 별로 중요한게 아닐거다. 유시민은 이번에도 선전선동으로 자신을 철저히 '약자'와 '피해자'의 이미지로 포지셔닝했다. 그리고 정치도박에 다시 성공함으로서 원하던 것을 얻었다. 이봉수의 의원자리는 그가 원하는 진짜 중요한게 아니니까. 

선거에 지면? 유시민은 민주당을 욕할것이다. 아, 물론 직접 대놓고 욕하진 않을거다. 지난 지방선거때처럼,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리고 호남이 대거 비토했다고 유치킨의 닭대가리 부대가 전면에 나설것이고, 유치킨은 딱 한번, 정확하게 딱 한번 정도, 박지원과 이희호를 찾아가 생전에는 할 생각도 없었던 사과를 '진작에 하고 싶었었다'며 고개를 숙였던 것처럼, 경기도지사 지자마자 마치 준비나 한 것처럼 튀어나온 '호남비토론'에 딱 한번, 후보인 자신의 책임이라고 기자회견 했던 것처럼... 그렇게 딱 한번 립서비스 날려주면, 유시민의 모든 죄는 용서 받을테니까. 

이기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고... 유시민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없어도 유시민의 성공은 계속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난 그런것들이 허용되는 우리사회에 점점 더 희망을 잃어간다. 원래 그런 사회였으니까 더 실망하고 말것도 없는건데,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까. 민주당이란 존재가 아주 작은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민주당이 유시민과 단일화에 응하는 순간, 민주당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미 두번이나 같은 경험을 했었고, 이번으로 선거전에서만 세번째다. 다른 것들까지 합치면... 수도 없이 많다. 어쨌든 이번 단일화의 성공으로 유시민은 다시 총선에서 단일화를 해야한다고 할 것이고, 민주당 전체vs유시민 구도로, 때로는 유시민의 위대함을 때로는 거대조직과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 개인 유시민으로 선전과 선동을 하면서 오직 유시민 개인의 정치적 성공만을 이룩해갈 것이다. 

왜 유시민 개인의 정치적 성공일까? 유시민이 정권을 교체하더라도,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 모든 것은 민주당과 호남의 문제이고, 궁물족과 빨갱이들이 문제인것이니까. 


피곤하다. 정말 피곤하다... 페이퍼를 제출해야하는 시기에 꾸역꾸역 잡글들을 쓰면서 우려했던 걱정했던 상황이 결국 현실로 일어났다. 겨우 겨우 마감을 하고 숨을 돌리려던 차에 결국 이런 웃기는 상황을 또 보게 됐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저마다 제각각이겠지만... 난 더 이상 민주당에게 희망을 걸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정권교체를 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지. 그게 유빠들이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기득권 세력'에 처절하게 무너진 '노무현'과 같은 이유가 아님은 분명하다. 노무현은 김대중과 호남을 거부해서 무너진 것이지, 기득권에 맞서 싸우다가 무너진 것이 아니다. 노무현은 기득권에 굴복하지 않으려다 살해당한 투사가 아니라, '순진하게(혹은 순진한척)' 기득권 세력에 투항했다가 뒷통수 맞은 것에 불과하다. 대북특검문제가 그랬고, 삼성이 그랬고, x파일 도청 문제가 그랬고, BBK 특검 문제가 그랬다. 


이런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무현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그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고,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사람들... 호남이 불을 지피고 몰표를 모아주고 그 몰표에 힘을 더해서 '김대중의 정치'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잘못을 반성하고, 미래와 희망을 얘기하길 바랬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은 그럴 의지도 힘도 없는 것 같다. 오랜 눈팅족을 벗어나 인터넷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정확하게 이명박이 대선후보로 등장했던 2007년 8월경이다. 4대강 반대와 우리사회의 지독한 인종주의적 영남패권에 치를 떨며 글을 썼고, 그 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글을 만나게 됐고, 더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다. 이전엔 몰랐던 것들,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막연했던 것들... 그렇게 나도 조금씩 발전하고 진보해왔다. 그러면서 이전과 달리 좀 더 적극적인 민주당 지지자가 되어야겠다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그런데, 피곤하다 민주당.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남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행복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사랑을 받으면서도 그 사랑을 믿지 못하는 민주당은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 나도 민주당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고 내 실속이나 챙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 글쓰기에 중독된 것 아닌가 스스로 걱정할 정도가 되면서도, 내 본업에만 충실했던 과거와 완전히 달라져버린 지금의 내 모습도 피곤하다. 내게 민주당은 그런 존재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난 민주당에게 희망을 가지고, 민주당은 내게 보잘것 없는 것일지라도 변화와 희생을 요구했던 그런 존재다. 그런데... 너무 피곤하다. 피곤한 상대와의 사랑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유시민이 김대중에게 쏟아냈던  표현을 빌리자면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 귀한 시간 들여가며 글질을 하고 있을까. 정작 사회를 바꾸는 힘은 이런 인터넷글질따위가 아닌데.... 사회 전체가 한꺼번에 바뀔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정치세력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리고 나 역시 민주당에게 나같은 지지자도 있다. 과거엔 그렇게 적극적이진 않았지만, 점점 더 기대를 하고, 힘을 보태고 싶어하는 나같은 유권자도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 


이런 식의 글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나는 지역주의에 정통한 사람도 아니고, 그다지 정치적인 인물도 아니다. 그래서 얘기한 김에 하나만 더 털어놓고 가자. 어떤 분이 링크해주신 덕에 이런 글을 읽었다. 

호남지역주의와 호남차별에 대한 생각

제 아내는 호남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 아내가 호남사람이라는 것을 사귄지 1년이 지나도록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 아내는 저와 만날 때면 항상 경상도 사투리의 억양이 남아 있는 서울말을 사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고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던 아내였기에 저는 그냥 아내가 부산사람이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만 가졌습니다

 

아내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것을 처음 보게 된 것은 처음으로 처가에 놀러가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고향친구를 만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아내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왜 평소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았을 뿐인데 아내는 자신은 경상도에 있는 친척들의 집에 자주 놀러가서 사실상 경상도 사람이나 다름없다는 식의 동문서답이 나왔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는 식의 감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아내의 모습에서 저는 제가 생각하는 지역주의와 아내가 생각하는 지역주의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남인들의 아픔이나 애환에 대해서. 그들의 몰표에 대해서, 김대중에 대한 열광에 대해서.... 난 잘 몰랐다. 그리고 우리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사실 이건 우리사회가 가지는 비열하고 추악한 모습, 지독한 마타도어에 휩쓸렸던 것이다) 그런 것들에 오히려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김대중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난 내가 여기서 생활하면서 '선생'에 대한 이들의 용법을 이해하고 난뒤에야, 그리고 김대중을 다시 조명해보고 나서야, 정말 마음속으로 '김대중 선생'을 존경하게 되었다. 호남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마타도어가 은밀하게 작동하는 곳에 가까이 접근하고 나서야, 호남인들이 왜 그토록 절규하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우리사회의 영남패권지역주의와 호남차별 그리고 이명박의 4대강, 한나라당의 집권에 대한 반대 글을 처음 쓴,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때 하이텔 시절부터 인터넷의 발전까지 오랜 시간 눈팅질을 하면서도 한번도 하지 않았던 인터넷 글쓰기를 처음하게 된 것은 이분의 사소했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호남차별 반대의 투사(?)가 되고, 영남패권과 영남지역주의 반대투사가 된 것도 이 분처럼 아주 작은 사소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내가 있는 곳에도 코리안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곳의 어떤 식당에서 만났던 한 호남 아주머니의 당황하고 흔들리던 눈빛을 봤을때의 그 기분은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글쓴 분의 아내가 그랬듯, 정말 아무 생각없이, 별 생각없이 물어봤던, "아주머니는 (한국) 어디서 오셨어요"란 질문에 당황하던 그 얼굴, 전라도 사투리를 감추려고 애쓰던 모습, 별 수없이 전라도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오래살았기때문에 '서울사람이나 다름없다'던 저 위 글의 글쓴이 아내처럼 동문서답을  하며 떨리는 눈빛을 보지 않은 사람은 내가 당시 느꼈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도리어 내가 괜한 것을 물어봤구나 하면서 들었던 자책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일상적으로 공개적으로 혹은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호남인들에 대한 집요하고 잔인한 비방들... 

난 과거에 지역'감정'을 없애자며 열변을 토하는 노무현을 보고 막연하게나마 그렇게 되는게 좋겠지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유권자였다. 난 이런 문제들을 정말로 노무현 같은 사람들이 바꿀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그게 아니란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에서 시작된 인터넷 글쓰기, 민주당에 대한 희망과 미련...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유시민과 같은 정치도박자에게 휘둘려 결국 이런 지경에 까지 이르는 민주당을 보면서 이런게 참 부질없는 짓이라는 회의감이 자꾸만 몰려든다. 사회가 한순간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것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대놓고 모욕하는 저런 정치양아치가 이렇게 끈질기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챙겨먹으면서 살 수 있는 사회로 퇴행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하지 못했다. 더구나 민주당이 그 앞잡이나 다름없는 짓을 계속 해대는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피곤하다 민주당...


노무현의 영남 짝사랑이 비극으로 끝났듯, 민주당에 대한 짝사랑도 비극으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하다. 피곤하다, 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