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지능 개념은 애매하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관련된 측면에서 인간이 다른 종에 비해 월등히 머리가 좋다는 점은 명백하다.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 달나라 여행, 컴퓨터와 같은 과학기술은 다른 동물들이 감히 흉내도 못 낸다. 이 글에서 머리가 좋다는 표현은 대략 이런 것들을 가리킨다.

 

많은 진화론자들이 인간은 왜 머리가 좋은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그들이 제시한 가설들을 꽤 많이 보았다. 이 글에서는 내가 상당히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소개하겠다.

 

 

 

시각

 

인간은 시각에 많이 의존하는 동물이다.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시각이 음파를 이용하는 청각이나 화학 물질을 이용하는 후각에 비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세상에 대한 정보를 훨씬 더 정확히 전달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상당히 정교하게 작동하는 청각과 후각도 있다.

 

인간은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 아니다. 야행성 동물의 경우에는 밤에는 상대적으로 잘 볼 수 있지만 고도로 정밀한 시각이 진화하기 힘들다. 인간에게는 3차원 색감이 있다. 인간이 보는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세 개의 숫자가 필요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해본 사람은 RGB(Red, Green, Blue)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색(빛의 3원색)을 조합하면 인간이 보는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야행성 동물이었다면 이런 식의 풍부한 색감이 진화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몸의 크기

 

머리가 좋기 위해서는 뇌 세포의 수가 많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머리가 커야 한다. 개미처럼 작은 동물은 그럴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인간은 하늘을 날지 않는다. 하늘을 난다면 뇌의 무게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영장류는 나무에서 진화했다. 무언가를 잡을 수 있는 손은 나무 가지를 잡기 위해 진화한 듯하다. 이것이 도구 만들기에도 유용하기 쓰일 수 있다.

 

손가락이 없는 말이나 돌고래 같은 동물은 도구를 만들기가 아주 힘들다. 따라서 도구를 위한 지능이 진화하기도 힘들다. 도구 만들기는 인간 지능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듯하다.

 

그리고 인간은 두 발로 걷는다. 그래서 손이 자유로워졌다. 걸으면서 손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이 걸어 다니면서 도구를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침팬지도 도구를 다룰 때에는 앉아서 한다.

 

두 발로 걸으면서 손의 진화가 자유로워졌다. 침팬지와 고릴라는 네 발로 걷는다. 따라서 그들의 손의 진화에는 걸어 다니는 데에도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도구를 만들기에 유리한 쪽으로 손이 진화하면 네 발 걷기에 폐를 끼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진화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들다. 반면 인간의 경우에는 그런 제한이 사라졌다.

 

인간은 왜 두 발로 걷게 되었을까? 여기에도 온갖 가설들이 있지만 여기서 다룰 필요는 없을 것이다.

 

 

 

육식

 

대체로 육식 동물의 뇌가 초식 동물에 비해 크다. 초식 동물은 가만히 있는 식물을 먹는다. 반면 육식 동물은 움직이는 다른 동물을 잡아 먹어야 한다. 가만히 있는 식물을 먹는 데에는 좋은 머리가 별로 필요가 없다. 반면 좋은 머리는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다른 동물을 잡아 먹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뇌에 더 많이 투자할 가치가 있다.

 

인간의 조상이 침팬지의 조상과 갈라지면서 육식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따라서 침팬지에 비해 좋은 머리가 더 쓸모가 있었을 것이다. 인간이 육식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 이유는 열대 우림에 비해 사바나에 대형 포유 동물이 더 많기 때문인 듯하다. 인간은 왜 사바나에서 살게 되었을까?

 

 

 

사회성

 

대체로 사회성 동물이 단서성 동물에 비해 뇌가 크다. 사회성 동물에게는 상대적으로 좋은 머리가 더 쓸모가 있다.

 

첫째, 사회성 동물의 경우 같은 종의 동물과 경쟁할 일이 더 많다. 자신과 비슷하게 똑똑한 동물을 이기거나 이용해 먹으려면 또는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똑똑해지는 것이 유리하다.

 

둘째, 사회성 동물의 경우 학습 능력이 큰 도움이 된다. 남을 보면서 더 잘 배우면 번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단서성 동물의 경우 보고 배울 만한 같은 종의 동물이 주변에 거의 또는 전혀 없다.

 

셋째, 사회성 동물의 경우 복잡한 언어가 진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고도로 복잡한 언어는 인간 지능의 진화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인간은 적어도 지난 수백 만 년 동안 사회성 동물로서 진화한 것 같다.

 

 

 

결혼

 

인간은 결혼을 한다. 즉 남자도 자식 돌보기에 상당한 노력을 들인다. 엄마 혼자 자식을 돌보는 종에 비해 부모가 같이 자식을 돌보는 종은 아기가 한 동안 무력한 상태에 있어도 생존을 덜 위협 받는다. 따라서 인간은 어린 시절에 오랫동안 뇌를 키우고 학습을 할 여지가 있었다.

 

 

 

201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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