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보선의 키워드는 언제나 그렇듯이 '정권심판'입니다. 아니, 어찌보면 모든 선거가 그렇습니다. 현 정권이 정권을 재창출하거나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권심판구호가 안먹히게 해야하고, 정권교체를 원하는 세력은 정권심판구호가 공감가도록 해야 선거에서 이깁니다.

이번 재보선의 키워드도 정권심판입니다. 그런데 역대 어느 재보선보다 이번 재보선은 그 판이 큽니다. 제 기억으로는 이 정도로 언론이나 일반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재보선은 없었습니다. 이명박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개판을 쳤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번 재보선이 이렇게 관심받게 된 이유는 바로 '손학규'때문입니다.

손학규의 분당출마선언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재보선 관심지역은 강원도였습니다. 광역자치단체장을 다시 뽑는 선거인데다가, 과거 한나라당 텃밭이었던 지역을 민주당이 빼앗은 지역이기 때문에, 그리고 전직mbc사장 두명이 격돌하고, 노무현의 오른팔이라는 이광재도 엮인 그런 선거였기 때문에 선거의 규모와 의미가 정권심판에 아주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손학규가 분당에 출마하면서, 사실상 이번 선거의 모든 포커스는 분당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인구 2300만 수도권 중산층,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현재 한국사회 중산층 민심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상대적으로 고소득자가 많고 영남출신이 많기 때문에 한나라당 텃밭이었다는 점, 그런데 최근 집 값 하락, 이명박 뻘짓 등으로 인해서 수도권 중산층, 직장인들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멀리하기 시작한 점, 여기에 제1야당 대표이자 차기 유력한 대선후보 손학규의 출마가 그 하이라이트죠.

손학규가 출마한다 안한다 했을 때, 출마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했는데, 막상 손학규가 출마하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그 파장이 큰 것 같습니다. 물론 일부 신문의 보도처럼 정치권과 언론만 과열됐지, 실제 분당주민들은 손학규, 강재섭 모두에게 큰 관심없고 그저 하나의 재보선일뿐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4년차에 '분당'에 '민주당 대표 손학규'가 출마한 것 이것 자체가 전국민적인 관심사이고, 이것에는굉장한 정치적 의미가 부여됩니다.

이명박 정권심판을 민주당대표 손학규가 자기희생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면서 진두지휘하게 된 것이죠. 수도권, 분당, 손학규였기에 가능한 그림입니다.


2.
처음 재보선을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강원도와 김해를 이야기했지만, 이제 강원도와 김해는 관심밖이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김해는 더더욱 그렇죠. 제 주변 사람들이 정치이야기를 할 때에도 분당, 손학규만 거론되지, 김해, 유시민은 밥상 위에 올라오지 않습니다. 단일화? 여론조사방식?국민참여방식? 이런 거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즉 이번 선거에서 김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되어버린 것이죠.

그런데,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의 언론 분당보다 김해뉴스를 더 비중있게 다룹니다. 조중동문+한국일보 등등 다른 곳에서는 분당과 손학규를 두고 대서특필하는 것과 비교되죠.  

이전에 최근 진보언론이 트렌드를 못 쫓아가고 촌스럽고 자기들만의 리그에 갇혀서 무성생식하느라 발전이 없다는 지적을 본 기억이 있고, 저도 그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 재보선을 다루는 진보언론의 모습을 보면 정말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더더욱 많이 받습니다. 김해선거? 중요한 선거긴 하지만, 노무현 정신, 노무현의 고향, 친노의 성지...이런 것은 국민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광주에서 전두환 추종자가 당선되는 것도 아니고, 원래 한나라당 텃밭이던 곳에서 최근 민주당이 세를 불렸던 곳, 그것에 노풍의 덕이 컸다는 것...그런데 이번에 한나라당 후보가 강하기 때문에 야당이 어렵다는 점...이 정도의 뉴스가치만 가질뿐인 곳입니다.

진보언론의 노무현에 대한 과도한 향수, 유시민과 참여당에 대한 과한 평가, 김해에 대한 지나친 의미부여(민주화의 성지라고 까지 하던데...헐이죠)가 재보선을 보는 그들의 눈을 흐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오랜기간 민주당이 노력한 영남교두보로서의 김해'를 한나라당이 '텃밭회복'을 외치며 김태호라는 강적을 투입시킨 선거로서 김해선거를 조망해야하는데, 유시민의 존재, 노무현의 고향, 친노의 성지(?)때문인지, 김해시민과 그 주변 주민들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별 관심가지 않는 김해선거를 분당선거만큼, 아니 분당선거보다 더 주목하고 기사를 써대는 것은 참 어이없는 짓입니다.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김해선거에 저렇게 자꾸 의미부여를 하다보면, 진짜 어떤 의미가 부여될수도 있는데...그건 그런데 현실왜곡이죠. 시민들의 공론장이 되어야 할 언론이 왜곡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 공론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시민들도 짜증납니다.

진보언론이라면서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언론의 제 기능이고 뭐고, 진짜 망해버릴수도 있죠. 진보언론의 저런 최근 모습을 보면, 조선동아중앙 등의 메이저 언론사들의 능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조중동은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호도할 때, 적어도 자기들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 일부로 고의로 그런다는 것을 인지는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