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상견례가 흥행톱을 달린다고 해서 보고 왔습니다.  대구 토박이인  제 여동생이 오래 전에 전라도 담양에 시집을 가서 살고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제 여동생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제 여동생은 전라도로 시집간 자기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신랑측 친구로 왔던 매제를 만나,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이 서로 한 눈에 반해서 결혼했지요.   여동생은 지금은 전라도 말을 잘 합니다.   

제 여동생이 결혼을 할 때 부모님의 반대가 좀 있었습니다만  단지 전라도 남자라는 이유로 반대를 하지는 않았고, 그냥 사위될 사람의 직업이 불안정한 사업이라 마음에 좀 걸렸고 친정에서 너무 먼, 그것도 담양 촌 동네에 시집을 간 것을 못마땅해했었죠. 저희 집은 전라도가 좀 친근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긴 했습니다.   큰아버지가 완도에 사신지 50년이 넘었고 작은아버지도 순천에서 사신지 이제 한 40년 되셨습니다.  할머니 산소도 완도에 있지요.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7125&mid=14761 
('위험한 상견례' 예고편)


'위험한 상견례'는 지역감정을 소재로 다뤘는데   정치경제적 측면에서의 지역감정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지 아니면 그런 것을 다루면 영화가 너무 심각해져서 코메디영화가 되지 못한다고 일부러 뺀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역감정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는 다루지 않았고 개인적이고 지극히 예외적인 개인적 경험에서 생겨난 지역감정을 다뤘더군요.

영화에서는 경상도 여자 이시영의 아버지인 백윤식이 전라도 사람들에게 당한 피해자로 나옵니다. 군대에 있을 때 전라도 고참에게 얼차려를 심하게 당해서 전라도를 싫어하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가 좀 더 진행되면서는 전라도를 싫어하게 된 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가 나오는데, 고교 야구 유망주 백윤식은 고교야구 결승 때 상대방 전라도 고등학교의 에이스 투수가 던진 고의 폭투에 눈을 맞고 그 결과 한 쪽 눈을 실명해 야구를 포기하게 됐다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의 지역감정은 극복할 수 있었나 봅니다. 영화가 한참 절정으로 달려갈 무렵 백윤식은 전라도 남자 송새벽을 사위로 받아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알고보니 송새벽의 아버지인 김응수가 그 옛날 고교야구 대회에서 자기에게 폭투를 던진 그 투수였다는 걸 알고서는 절대 결혼 불가를 천명하고 서둘러 이시영을 경상도 남자와 결혼시켜버립니다. 그 뒤로 이러 저러한 사연들이 얽히고 마지막엔 백윤식의 아내인 김수미가 반전을 엮어내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합니다.

위험한 상견례에서 나타난 지역감정은 '특별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  '알게 모르게 서로 서로 상처를 주는 것' '모두가 피해자이고 모두가 가해자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니 지역감정 극복하고 다 같이 잘 살자'는 정도로 나타납니다.  해피엔딩 코메디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위험한 상견례에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웃음을 불러 일으킬 만한 스토리가 많이 존재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스토리의 짜임새가 너무 엉성합니다. 예를 들어 백윤식은 고등학교 때 폭투에 눈을 맞아 실명했는데 군대에 면제되지도 않고 군생활을 합니다.  마치 중학생용 명랑만화 처럼 만화 캐릭터와도 같은 극단적인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예외적이고 극단적인 사건 전개 속에서 감정의 과잉으로 일관하고 있어서 그다지 수준 높은 영화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