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형이 진중권에게 물었다. 민주당과 참여당이 무슨 차이가 있길래 참여당은 진보3당통합의 당당한 한 축이 될 수 있고, 민주당은 그럴 수 없다고 주장하는건지를. 그리고 조국 교수에게도 물었다. 왜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은 강력하게 압박하면서, 정작 민주당과 참여당의 통합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지를. 결국 질문의 요지는 이것이다. 민주당과 참여당은 사이즈만 다를 뿐 이념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왜 진중권과 조국은 두 당을 다르게 대접하고 있는가라는 어떤 본질적인 질문이다. http://yhhan.tistory.com/1330

그런데 사실 그런 태도는 비단 진중권과 조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오마이나 한겨레 프레시안등도 마찬가지이고, 진보 정당의 정치인들이나 평론가들도 그렇고, 심지어는 사회당도 그렇다. 한윤형에게는 그런 것이 요즘에서야 발견되는 새삼스러운 일이겠지만, 민주당에 대한 그런 이상한 태도는 어제 오늘에 새로 생긴게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노무현도 그랬고 이재오 김문수 박계동 제정구도 그랬고 독수리 오형제들도 그랬고 유시민도 그랬고 심지어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도 그랬다. 대체 여기에 무슨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그 질문들의 답을 내려면 가장 먼저 민주당과 참여당은 무엇이 다르고 유빠들은 민주당 지지자들과 어떤 차이가 있길래 이렇게 서로 반목하고 싸우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접근이다. 

우선 유빠들부터 살펴보자. 유빠들의 일반적인 모습은 이렇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 담론에 반대하고, 독재와 냉전주의에도 반대하고, 영남의 패권적 지역주의에도 반대하고, 그런 것들의 정치적 결사체인 한나라당에 반대하고, 한국 사회의 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고, 그러나 진보 정당들의 급진주의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정치 문화적 자유주의를 이념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이 일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유빠들의 정치적 지향성이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써놓고 보면, 그들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는 아무런 구별점이나 차이가 없다. 위 문장의 유빠를 민주당 지지자로 바꾼다 해도 하나도 이상한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유빠들은 굳이 자신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을 구분하려 들고, 그들을 비난하면서 현재와 같은 막가파식 분탕질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위 문단에 적지 않은 단 한가지 서로 다른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민주당의 정당 성격에 대한 해석과 호남인들의 민주당 지지 현상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는거 딱 하나뿐이다. 이것 말고 양자간에 다른 차이점이 더 있다면 부디 알려주기 바란다.

유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당은 호남 토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패권적이고 봉건적인 궁물 정당이고, 호남인들의 민주당 지지는 묻지마식 지역주의 투표이다. 그들이 민주당을 향해 영남당인 한나라당과 다를게 뭐냐고 묻고, 호남인들의 민주당 지지를 호남향우회의 조직표쯤으로 평가 절하해서 취급하는 것은 대략 그런 배경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그들에게 있어 민주당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초이고, 따라서 한나라당과 함께 기필코 소멸시켜야 하는 정치세력인 것이다. (그런데 진중권 역시 호남향우회 표 얻어서 어디다 쓰려구요라고 했다던가? 바로 여기가 진중권과 유빠들이 만나는 지점이고, 조국 한겨레 오마이 독수리오형제 진보지식인 진보정당들이 유시민과 만나는 지점이다.)

그러면 유빠들이 만들고 싶어하는 바람직한 정치 지형은 무엇일까? 지역 구분 없이 보수층은 보수정당을, 진보개혁층은 진보개혁정당을 지지하는 선진국형(?) 선거 문화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지역주의 문제와 관련해서 이상적인 롤모델은 수도권의 지역색 없는 선거 문화일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요구가 현실화되려면 영남과 호남이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면 된다. 영남도 수도권처럼  진보개혁층이 진보개혁정당을 찍고, 호남 역시 수도권처럼 보수층이 한나라당을 찍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자들 역시 영남이 현재처럼 한나라당 일변도가 아니라, 보수 진보로 나뉘기를 바라고 있으니 영남 쪽에 대해서는 유빠들과 입장이 동일하다. 따라서 그 문제는 유빠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구분점이 될 수 없다. 그러면 결국 지역주의에 대해 상호간에 남는 쟁점은 단 하나 밖에 없다. 그리 복잡한 추론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호남 보수층이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유빠식 지역주의 해법이 도출할 수 밖에 없는 논리적인 결론이자 딜레마이다. 그러면 백번 양보해서 유빠들의 그런 태도가 옳다고 치자. 모든 지역은 지역색없이 보수 진보로 나뉘어야만 옳다고 치자.

그런데 이상하다. 어느날 만약 강남 주민들이 모두 헤까닥해서 한나라당을 버리고 민주당을 찍어준다면 유빠들은 어떻게 할건지? 강남 주민들의 위대한 결단이라고 칭송하지 않고, 보수층답게 한나라당을 지지하라고 규탄할텐가? 강남지역주의 강남궁물족이라고 비난할텐가? 타워펠리스 살면서 어줍잖게 체게바라 티를 입고 다니는 짓 민주당 지지하는 짓 같은건 하지 말라고 할텐가? 그런데 그건 어디선가 많이 보던 논리이다. 바로 유빠들이나 조국 교수가 질색한다는 이른바 강남좌파론이 아닌가!! 강남에 사는 대한민국 상류층들이 한나라당에 실망해서 민주당을 찍는건 환영할 바이고, 호남의 보수층 또는 향우회가 민주당을 찍는건 타파해야 할 지역주의?? 차라리 공희준의 강남좌파론은 본인이 솔직하게 안티강남을 내세우니까 이해할만한 구석이라도 있다. 그런데 강남도 아니고 차별의 대명사인 호남 지역의 보수층이 민주당을 찍는다며 방방 뛰고 비난하는 유빠들의 꼬라지를 정신병 말고 다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이렇듯 유빠들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남는 차별점은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안티DJ와 안티호남'이다. 결국 그것말고는 차이가 없는데도 유빠들은 진중권으로부터 진보3당통합의 한축으로 대접받을 수 있고, 참여당은 조국으로부터 민주당과 합당하라는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그런데 '안티DJ와 안티호남'하니까 어디선가 많이 보던 말이다. 맞다. 바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와 영남 패권주의자들의 것이다. 이상하게 유빠들은 난닝구들의 영남패권 딱지에 치를 떨던데, '안티DJ와 안티호남'을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성으로 삼는 자들을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한 술 더 떠서 인종주의자라고 불러주면 수긍할텐가? 그런데 심각한건 유빠들 뿐만 아니라 조국 진중권 오마이 한겨레 심지어 진보정당 정치인들과 평론가들까지 모두 그렇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한윤형은 또 다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혹시 조국 진중권의 진보3당통합 주장은 유시민을 대선후보로 만들기위해 작업하는게 아니냐고. 반은 맞다. 그러나 좀 더 직설적으로 물었어야 했다. 혹시 니네들 '안티DJ 안티호남' 아니냐고. 그거 한나라당이나 영남패권주의자들의 것 아니냐고. 그게 한윤형의 한계이다.

현재 한국 사회 내부에 그어진 전선은 다른게 없다. 대기업 자본가 + 수도권 상류층 + 영남 중산층들 vs 타 지역의 중산층 및 서민들과 노동자 농민들과 호남 지역의 모든 주민들. 이것이 한국 사회 정치 영역에 커다랗게 그어진 본질적인 전선이다. 그러므로 이 전선에 복무하지 않는 유시민과 유빠들과 한겨레 오마이 프레시안 조국 진중권 진보정당들은 틀렸고, 민주당과 난닝구들이 옳다. 이 스탠스로부터 벗어나서 조국과 진중권이 대체 왜 저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도 한윤형이 조국과 진중권류의 모순과 딜레마라도 포착할 수 있었으니 그에게는 참 다행스런 일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