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단일화, 연대의 무용론이 많은 곳에서 주장됩니다.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만 그러한 주장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보신당, 참여당 지지자들도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민노당은 순천에서 양보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 전전긍긍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야권은 분열(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단일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상황은 과거 DJP, 노무현+정몽준 연합 과 같지 않습니다. 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이 민주개혁세력에서 차지하고 있던 정치적인 위상과 현재의 민주당의 위상은 차이가 큽니다. 현재의 민주당은 국민의 정부 말기, '홍삼게이트'가 터졌을 때에 새천년민주당이 받은 25% 지지율을 가지고 있는 정당에 불과합니다. 즉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이 30%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개혁진영의 대표선수로서 정치행위를 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민주당은 너무 허약하다는 뜻입니다. 과거의 30% 가 넘었던 민주개혁진영에 대한 지지율은 지금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이 나누어 가지고 있고, 오히려 새천년민주당+민주노동당의 지지율보다 현재의 민주당+기타3당의 지지율이 더 낮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민주당은 현재 어쩔 수 없이 먼저 진보개혁진영의 통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은 10년의 집권 경헙과, 오랜 민주화 운동의 경력을 가진 정당이기 때문에 함부로 '치킨게임'과 같은 수준의 정치적 게임을 추진하지 않습니다. 혹자는 왜 유시민의 치킨게임에 민주당이 끌려다니냐고 민주당을 비판하는데, 민주당은 책임있는 정당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민주당을 변호해주고 싶습니다.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쓰는 것이 짜증난다고 남한도 함께 치킨게임을 해버리면? 일본이 치킨게임을 시도하면? 남한과 일본은 국제사회의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에 절대 그러면 안되겠죠.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했습니다만, "눈을 부릅뜨고 단일화 안해도 된다"라고 말하는 유시민을 보면 도대체 언제까지(유시민이 사라질 때까지), 하등의 유익한 사회적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 '단일화 협상'을 하느라 각 정당의 실무진들이 고생하고 시달려야 하는지, 각 정당의 지지자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답답해집니다.

노무현 정신이란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고, 그러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정당이 국민참여당과 유시민이고...야권 단일화, 특히 노대통령의 고향 김해에서의 야권 단일화는 그러한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는 후보로 되어야 하는데, 시민단체와 민주당이 자꾸 민주당에만 유리한 국민참여방식의 여론조사를 고집하는 것은 원칙적인 것이 아니고, 따라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작위 표본추출이 아니라 연령별, 지역별 표본추출방식으로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을 조직해야 하는 것이 원칙과 상식이라고 주장하는, 그렇다면 노무현 정신이라는 것을 바로 연령별, 지역별 표본추출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인지...아무튼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그런 정당과 매 선거마다 단일화한다고 협상같지도 않은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은 정말 모두에게 고역입니다. 저런 것 할 시간에 국민들 삶에 밀착된 정책 하나 더 개발하고, 주민들 이야기를 듣고, 한나라당의 인적 네트워크에 대항할 수준은 못되더라도 개길 정도는 되도록 인맥도 좀 쌓고...할 일이 정말 많은데, 각 정당이 고작 표본추출방식, 조사방법론..같은 것 가지고 몇달간 서로 싸우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저는 원래 선거구제 개편에 시큰둥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회적 사안에 대한 입장이 여러갈래로 갈려있더라도, 결국에 최종적인 결정을 하게 될 때에는 '이거 아니면 저거' 이렇게 양자택일의 형태가 되기 때문에,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가 어떤 큰 문제점을 내포한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도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운영하는데 그들이 정치 후진국인 것도 아니고,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운영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가 무시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 제도를 운영하는 선진국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생각이 조금 바뀌고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과 진보정당(참여당 제외)이 통합된 '진보적 야권 단일정당'이 탄생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약화된 민주당이 예전 새천년민주당과 같은 수준으로는 성장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민노당, 진보신당(곧 사라질 정당같지만)과 같은 진보정당이 10%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25%의 민주당과 5%정도의 진보정당이 앞으로도 단일화가지고 계속해서 투닥거릴텐데, 이런 투닥거림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언론만 신나죠. 기사거리가 제공되니까.

이럴 바에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더 확대하는 쪽으로 선거구제 개편을 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비례대표로 대다수의 국회의원을 뽑을테니, 일단 정정당당하게 각 정당의 이름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고 그 후에 실제 각 정당이 얻은 국회의원 수와 정당 지지율을 가지고 연합, 연대를 하면 각 정당의 정확한 지분이 계산되어 있기 때문에 또다른 무슨 작업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저는 아직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는 제도로 인하여 사회적으로 독자적인 정당의 형태로 존재할 필요가 없는 정당이 정당으로서 국민들의 표를 요구하는 비효율적인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하나의 정당 내에서 충분히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정당 내부의 여러 계파들이 서로 타협과 조정을 통한 의사결정을 통해서 정치행위를 하기 보다는, 수틀리면 따로 정당을 만들어 나가버리는 것을 조장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는 '제대로 된' 정당이 존재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데, 과연 한나라당이외에 그런 정당이 존재하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한나라당은 친이계와 친박계가 피터지게 싸워도 절대 분당하지 않죠. 물론 친박연대?같은 이상한 정당?이 생기기도 하지만...아 이회창도 나갔군요...어쨌든 그래도 한나라당은 굳건하게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죠.


제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어떤 형태로든 하나로 모이는 것입니다. 정파등록제를 진보정당이 원하는데, 그런 것 민주당이 못 받아들일 이유가 없죠. 오히려 정파등록제같은 것이 생기면, 민주당 내 진보적인 386들과 진보정당, 거기에 최근 진보성을 강화한 정동영, 천정배, 김근태 등이 함께 진보블록을 형성하고, 친노세력과 정세균, 손학규, 그밖에 관료그룹이 중도블록을 형성해서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죠. 하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되기에, 어쩔 수 없이 선거제도의 개편을 통해 연대, 연합을 위한 불필요한 소모적인 싸움이라도 그만 하게 만들고 정정당당하게 연합하는 것을 추동하는 것이 그나마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