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가능성은 작지만 만약 저런 대결이 벌어지면 저는 박근혜를 찍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의 몇몇 분들과는 그 이유를 달리합니다.


저는 호남사람도 아니고, 한나라당에 진보 개혁적인 사람들이 가지는 수준의 적대감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영패주의를 실감하지도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차이가 그들 정권의 지지자들이 상대 정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적대감만큼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가보안법의 적용, 국가인권위원회의 운영 과 같은 부분에서는 양 정권의 차이가 클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저 두가지는 나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정부가 국민 삶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정부가 제 할일을 잘하면 국민들이 살기 조금 더 편해지고, 그렇지 못하면 감정적으로도 피곤해지고 몸도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국가가 어느정도 발전해서 궤도에 오르면, 정부에게 요구되는 것은 대다한 사업(물리적인 사업만 말하는 게 아니라)이 아니라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저발전 상태인 경우에는 사회 전 영역의 발전을 위해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가 국가의 강제력과 자본(국가의 힘)을 이용해서 시민사회, 시장의 발전을 추구해야 하지만, 국가가 발전한 상태가 되면 사회 각 영역이 이제는 '필요한 경우에만' 정부를 찾게 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정부가 큰 틀에서 넓은 시각으로 어떠한 지향점을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더욱 정부에게 요구되는 것은 시장과 시민사회 등 사회의 여러 영역이 자기 영역의 논리와 질서대로 잘 운영되도록 뒤에서 받치는 역할입니다.


너무 보수적인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보의 최대치는 김대중대통령시기였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김대중대통령만큼 일을 안정적이면서 개혁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이미지만 진보적이고 일은 못한다고 평가받는 진보정치세력보다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세력에 표를 줄수밖에 없습니다.


유시민의 경우를 보면, 유사한 정치세력과의 후보 단일화가지고도 매번 심각한 파열음을 냅니다. 유시민의 말대로 설령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이 비상식이라고 가정해도 항상 터져나오는 갈등은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유시민이 정부의 수장이 된다면?

거기다가 유시민이 변해서 갈등을 잘 조정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국참당은 아무리 다음 총선 때에 선전한다 해도 여전히 극소수당일 것입니다. 극소수당을 여당으로 두고 국정을 잘 풀어나가려면 아무래도 다수당과의 협력이 필요할텐데, 그렇다면 연합정부의 파트너가 될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과의 협력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저는 다음 총선 때에도 한나라당이 1당일 것이라고 예상).

그러면 당연히 민주당은 연정에서 제대로 협력하지 않을 것이고, 유시민파 입장에서도 민주당이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거기다가 민주당에도 차차기 대선주자급들이 몇명 보이는데 그들이 순순히 유시민의 부하가 되려 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양자의 이해는 상충합니다.


이러면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향후 5년이 아이돌 정치스타의 재치있는 입담쇼로 채워지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근혜와 유시민이 붙으면 망설이지 않고 박근혜를 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