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서남표 총장을 위한 변명


최근 재학생 3명이 잇달아 투신자살함에 따라 서남표 총장의 KAIST 운영방식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진중권은 신자유주의를 대학에 도입한 기업경영식 대학 운영이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질타했지요. 대중들도 기준 이하 학점에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고, 상대평가를 통해 학점 경쟁을 유도하게 해 학생들을 압박하는 학사관리가 문제라고 한마디씩 합니다.

필자는 서남표 총장응 비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진중권이나 대중들의 비난도 그렇게 옳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KAIST는 과학영재를 교육하는 특수목적 학교입니다. 일반적인 대학과는 학사운영이 다를 수 밖에 없으며, 더구나 세계적 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KAIST 입장에서는 그에 걸맞는 운영방식이 필요합니다.

필자도 기준 학점 이하에 대해 등록금을 과도하게 물리는 것은 좀 지나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도의 문제이지 그 취지와 목적 자체는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남표 총장이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첫째, 국가의 세금으로 학비를 지원받는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의 혈세로 특혜를 받는 것은 다른 대학생들과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즉, 학비 지원은 다른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둘째는 학생들의 면학 동기를 현실에서 찾게 해서 열공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죠. 셋째는 절감된 학비 지원금으로 연구와 대학시설개선 등 대학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입니다.

서남표 총장이 절감한 학비(학생으로부터 받은 등록금)로 다른 엉뚱한 곳에 사용했다면 모를까 아직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볼 때, 이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할 것이 없다고 봅니다. 서남표 총장은 국내외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기부금 모금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학발전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스스로 실천하고 또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제도가 학생들을 자살로 몬 주범으로 생각하고 서 총장을 비난하는 대중들의 이중성입니다. 이 제도를 비난하지만, 국가가 KAIST가 받는 등록금을 추가로 지원해 주게 하여 이 제도를 폐지하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 제도를 운영하지 않으면 국가가 그 부담을 안고 KAIST에 그 만큼 더 지원해야 합니다. 혹자는 등록금을 받지 말고, 그 만큼 다른 용도에서 전용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 연구활동과 실험설비의 도입이나 개선 등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정된 예산을 필요한 부분에 배분하게 되어 결국 풍선효과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KAIST나 서남표 총장 입장에서는 대학발전을 위해 돈은 필요한데 국가의 지원은 작아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습니다. 국가의 지원을 더 받거나, 기부금 모금을 더 해서 돈을 더 만들거나 불요불급의 경비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기준 학점 이하에 대해 등록금을 받는 고육책이 나온 것 같습니다. 더불어 열공 분위기도 조성할 수 있고.

사실 이번에 자살한 학생들의 고민은 등록금 문제가 직접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이 제도는 입학 전에 이미 학생들에게 고지되었고 학생들도 이 내용을 알고 입학했습니다. 입학 후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면 소급 적용을 하면 안되겠지만, 입학 전형에서 이미 고지된 것임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KAIST가 입학을 강요한 것도 아니고 이를 알고 자발적 선택에 의해 입학을 했음으로 사후에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봅니다.


이번 자살사건으로 또 도마에 오른 것이 상대평가제도였습니다. 이 제도는 어쩔 수 없이 3.0 이하의 학점을 받는 학생이 30% 정도 생기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받으려는 수단이 아니냐는 비난이었죠. 그런데 저는 이 상대평가를 비난하는 대중들이 대학들의 학점 거품에 대해서도 맹렬히 비난하는 이율배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합니다. 회사의 인사팀에서도 학점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학점 인플레이션은 문제가 많지요. 서울대, 연고대 등 주요대학들도 A학점 비율이 40~50% 정도된다고 하니까 심각하지요. 또 학점 잘 주는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수강신청시에 난리도 아니라고 합니다. 이 학점 거품을 만드는 주범이 바로 절대평가입니다. KAIST의 상대평가와 일반대학의 절대평가 중 어느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대학교육에 좋을까요?


이외에도 9학기 이상 수학시에는 등록금을 전액(1학기당 750만원)을 부담하는 제도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제도는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KAIST는 국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이고, 학생들은 이 지원금의 혜택을 받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사정으로 수학기간이 연장된다면 그 만큼 다른 학생이나 교수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KAIST의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면 한 개인에게 추가로 지원되는 비용은 다른 사람이나 연구활동에 그 만큼의 지원금이 줄어들게 되지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8학기이면 학부과정을 끝낼 수 있습니다. 부지런한 학생들은 6학기, 7학기만에 졸업도 합니다. 요즈음 대학생들이 취업 및 진로를 감안해 학점에 무척 신경을 씁니다. 수강 drop, 재수강, 적정 수강시간 이하 수강 등을 통해 학점관리를 하고 있지요. 이에 따라 학생들의 재학기간이 길어집니다. 사립대학 같은 경우야 등록금이 더 들어오니까 말릴 이유가 없지만, 국비를 지원받는 KAIST는 다릅니다. 그 만큼 더 국비를 지원받아야 하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죠.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KAIST가 시행하는 기준 학점(3.0) 이하의 성적을 받은 학생에게 등록금을 받는 제도, 상대평가제도, 9학기 이상은 등록금 전액 부과 제도는 환영할 일입니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KAIST가 그렇다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준학점 이하 등록금 부과를 좀 더 완화해야 하는 점, 재능은 있지만 당장의 수학에는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필요성, 전면 영어수업제도의 보완(영어수업 자체는 찬성하나 교수와 학생간 영어수업이 수업효율을 저하시킬 때 보완책 필요), 입학사정에 있어 현실성을 좀 더 감안해야 하는 것, 등록금에 부담을 느끼는 경제환경이 어려운 학생에 대한 지원 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KAIST의 현재의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 없으며, 시행과정에 부작용도 따를 것입니다. 특히 교육이란 정답이 없습니다. 그동안 숱한 제도들이 도입되고 사라져 갔지만 이것이다고 할만한 제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KAIST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있지만 대안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그만큼 교육이 힘들다는 방증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