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버스(David M. Buss)The Evolution Of Desire(개정판, 2003)』를 제자인 중환욕망의 진화』라는 제목으로 번역했다. 이 책에서 버스는 성과 사랑과 관련된 온갖 주제들에 대한 진화 심리학적 가설들과 증거들을 모아 놓았다. 상당히 쉬운 책이다. 진화 심리학의 착상들과 증거들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서 너무 많은 가설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깊이 있고 엄밀한 논의를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

 

여기에서는 여자가 때로는 좋은 유전자(good gene, 우수한 유전자)를 얻기 위해 바람을 피우도록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는 가설과 부합하는 증거들만 소개하겠다.

 

 

 

첫째, 여자는 배란기에 더 바람을 피우는 경향이 있다. 배란기에 외간 남자와 성교를 더 하면 임신 가능성을 높이면서 남편에게 들킬 가능성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유전자를 얻기 위한 괜찮은 전략이다.

 

여성들은 아무 때나 외간 남자와 은밀한 정사를 벌이는 게 아니라, 남편들에게 번식적으로 특히 해로운 영향을 끼치게 되는 시기에 주로 혼외정사를 한다. 영국 전역에 걸쳐 3,67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연구에서는 기혼 여성들에게 월경 주기를 적게 하고 그 기간 동안 남편과 언제 성 관계를 맺었는지, 그리고 만약 혼외정사를 하고 있다면 내연의 남자와는 언제 성 관계를 맺었는지 기록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월경 주기 가운데 배란 가능성이 가장 높고 따라서 가장 임신하기 쉬운 시점에서 혼외정사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남편들에게는 별로 유쾌한 소식이 아닐지 모르지만, 여성들이 혼외정사를 통해 자기 자신의 번식적 이득을 추구하게끔 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구체적으로 이 전략은 지위가 높은 외간 남자로부터 우수한 유전자를 얻고 원래의 남편에게서는 물질적인 투자를 받아 내는 전략이다. (욕망의 진화, 159)

 

연구자들은 또한 현재의 낭만적인 상대에 대한 이끌림과 성적 판타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가장 번식력이 높은 시기에 여성들은 외간 남자와의 성적 판타지를 더 빈번하게 꿈꾸었으며 외간 남자에 대해 가장 강한 성적 흥분을 느꼈다. 외간 남자에 대한 여성의 욕망과 판타지는 번식력이 높은 시기에 접어들면 적어도 65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현재의 낭만적인 상대에 대한 성적 이끌림은 배란 주기 내내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혼외정사에 대한 여성의 성 전략은 배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욕망의 진화, 466)

 

또한 배란 중인 여성은 다른 여성보다 더 많은 성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는 더 끼는 블라우스와 더 짧은 스커트, 더 많이 드러난 피부들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남성들이 여성의 배란기를 알아채는 데 귀신같은 솜씨를 보인다기보다는 배란 중인 여성들 스스로가 더 섹시한 감정을 느끼고 남성들을 유혹하게끔 설계된 성적 신호를 더 많이 발산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러한 해석은 다른 연구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배란기의 여성은 월경 주기의 다른 시기에 있는 여성들보다 배우자와의 성적 회합을 더 많이 시도했다. (욕망의 진화, 476~477)

 

 

 

둘째, 여자는 자기 남편보다 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은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지위가 낮은 남성과 결혼하여 그로부터 지속적인 투자를 받으면서 동시에 바람을 피워 지위가 높은 남성의 유전자를 얻을 수도 있다. 영국에서 이러한 양면 전략이 보고되었는데, 생물학자 로빈 베이커와 마크 벨리스는 여성들이 대개 자기 남편보다 지위가 높은 남성과 혼외정사를 갖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욕망의 진화, 187)

 

우수한 유전자 가설은 스티브 갱지스태드와 랜디 손힐이 행한 기가 막힌 연구에 의해서 시험되었다. 그들은 이렇게 질문했다. 여성이 혼외정사 상대로 선택하는 남성은 어떤 특질을 지니는가? 그들은 성경험,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 평균 연 수입, 애착 유형 등의 변수들을 조사했다. 또한 유전적 특질을 나타내는 두 가지 지표, 즉 캘리퍼스로 측정되는 신체적 대칭, 그리고 신체적 매력을 측정하였다. 누군가가 신체적인 대칭을 잘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발달을 교란하는 나쁜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경적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갖추고 있음을 알려 주기 때문에 대칭은 적응도를 나타내는 유전 가능한 표지로 간주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자. 대칭적인 남성은 그리 대칭적이지 않은 남성에 비하여 좀더 건장하며, 더 원기 왕성하며, 몸집이 더 크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며, 지능도 조금 더 높은 경향이 있다. 가장 중요한 발견은 다음과 같았다. 여성은 외도 상대로서 비대칭적인 남성보다 대칭적인 남성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욕망의 진화, 456)

 

 

 

셋째, 여자는 일시적인 짝짓기일 때 외모를 더 따지는 경향이 있다. 잘생긴 외모는 좋은 유전자를 가리킬 수 있다.

 

이 이론에 대한 증거는 일시적인 짝짓기와 항구적인 짝짓기의 비교 연구에서 얻어졌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항구적인 배우자를 택할 때 판단 기준이 더욱 엄격하지만 이 연구에서 한 가지 중요한 예외가 발견되었다. 여성은 항구적인 남편감을 고를 때보다 찰나적인 성 관계 상대를 고를 때 남성의 신체적 매력을 더 까다롭게 따졌다.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찰나적인 상대에 대한 이러한 선호는 여성이 섹시한 아들의 번식적 성공이라는 이득을 누렸던 진화 역사를 알려 주는 심리적 단서가 된다. (욕망의 진화, 188)

 

 

 

넷째, 여자는 바람을 피울 때 정자 억류 오르가슴을 더 느끼는 경향이 있다. 만약 오르가슴으로 정자를 더 잘 보유해서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이 옳다면 그런 경향은 바람을 피울 때에 임신할 확률을 높일 것이다.

 

킨제이 연구에서 남편보다 외도 상대와 성 관계를 할 때 오르가슴을 더 자주 느낀다는 여성이 거의 2배 이상 더 많았음을 되새겨 보자. 최근에 영국에서 실시된 연구를 통해서도 여성은 남편보다 외도 상대와 성 관계를 가질 때 정자 억류 오르가슴(남성의 오르가슴 이후 2분 내에 일어나는 오르가슴)을 더 자주 경험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아마도 결정적인 요인은 묻지마 모텔에서 대낮에 이루어지는 로맨스의 타이밍일 것이다. 외도를 하는 여성들은 월경 주기에서 가장 번식력이 높은 시기, 곧 배란 직전 시기에 맞추어서 성적인 회합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번식력이 최고인 기간 동안에 외도 상대와 성 관계를 하는 빈도는 배란이 다 끝나서 번식력이 낮은 기간 동안보다 3배나 더 높다. (욕망의 진화, 449)

 

 

 

다섯째, 여자는 배란기에 더 남성적인 얼굴을 선호한다. 얼굴이 더 남성적인 남자가 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그런 여자의 선호는 배란기에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남자와 바람을 피울 확률을 높일 것이다.

 

여성들은 자기가 가장 매력적이라 생각하는 사진 단 하나만 고르게끔 지시받았다. 이들은 각자 마지막 월경이 언제 있었는지에 따라 임신 위험성이 높은 집단과 임신 위험성이 낮은 집단으로 분류되었다.(기초 체온이나 황체 호르몬의 양을 측정하는 기법보다는 덜 정확한 측정법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월경 주기에서 가장 번식력이 낮은 시기의 여성들은 약간 여성화된 얼굴에 가장 많이 이끌렸다. 정반대로 주기에서 가장 번식력이 높은 시기의 여성들은 30퍼센트 남성화된 얼굴에 이끌렸다. 비슷한 결과가 일본인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도 얻어졌다.

배란기의 여성들이 왜 남성적인 얼굴을 선호하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에 의하면, 얼굴의 남성성은 그 사람의 면역 능력을 신빙성 있게 알려 주는 신체적 표지이다. 남성적인 특질을 만드는 일에 관여하는 테스토스테론을 많이 생산하면 면역계의 기능이 떨어진다. 얼굴형이 성숙한 어른에 가까워지는 시기인 사춘기의 발달 과정에서 아주 건강한 남성만이 다량의 테스토스테론을 만들어 내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 번식적으로 강건하지 못한 남성은 상대적으로 허약한 면역계에 쏟아지는 테스토스테론의 폭격을 견디지 못하므로, 발달 과정에서 몸 안에 생성되는 테스토스테론의 양을 억제한다. 매우 우수한 상태의 남성들만이 평균보다 더 뛰어난 이차적 성적 형질들을 생산하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남성화된 얼굴은 유전 가능한 적응도를 신호한다. 다시 말해서 그러한 얼굴의 소유자는 테스토스테론의 해로운 영향을 이겨 낼 만큼 우수한 유전적 특질을 갖고 있으며, 이 특질이 자식들에게도 전해진다는 것이다. 요컨대 배란기 여성들은 남성적인 얼굴을 선호함으로써 정규적인 배우자보다는 외도 상대를 통해 더 얻기 쉬운 우수한 유전자를 추구한다. (욕망의 진화, 467~468)

 

 

 

여섯째, 여자는 배란기에 후각이 예민해지며 대칭적인 남자의 냄새를 선호한다. 대칭적인 남자가 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냄새에 대한 그런 선호는 배란기에 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남자와 바람을 피울 확률을 높일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일반적으로 후각이 더 예민할 뿐만 아니라 후각적 예민함은 배란 시 혹은 배란 바로 직전에 극치에 다다른다. 이러한 특성은 어떤 진화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것인가? 스티브 갱지스태드와 랜디 손힐은 신체적 대칭성이 저마다 다른 남성들에게 동일한 티셔츠를 이틀 연속으로 입고 자되, 그 기간 동안 샤워를 하거나 방취제를 쓰지 말 것을 요청했다. 또한 그 기간 동안 고추, 양파, 마늘 등의 향신료를 넣은 음식을 절대 먹지 말라고 했다. 이틀 후, 그들은 티셔츠를 수거해서 일단의 여성들을 실험실로 불러들여 각각의 냄새를 맡게 했다. 그녀들은 각각의 티셔츠에서 나는 냄새가 좋은지 나쁜지를 평가했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실험의 목적은 알리지 않았으며, 그 어느 누구도 티셔츠를 입었던 남성들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 흥미롭게도 오직 월경 주기의 배란기에 있던 여성들만 대칭적인 남성이 입었던 티셔츠에서 상쾌한 냄새가 (아마 어떤 여성들은 그나마 덜 지독한 남새라 표현했겠지만) 난다고 대답했다. 배란 중인 여성은 대칭적인 남성에서 나는 체취가 섹시하다고 느끼며, 아니면 적어도 덜 대칭적인 남성에서 나는 체취보다는 섹시하다고 여겼다. (욕망의 진화, 471)

 

 

 

일곱째, 여자는 배란기에 더 매력적으로 변한다. 배란기에 더 매력적으로 변한다면 남자를 꼬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성의 피부 빛깔은 월경 주기에 걸쳐 변화하며 배란기에 가장 엷어진다. 또한 배란이 가까워 오면 피부 아래 혈관이 팽창하여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이 빛나는 것처럼 주관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여성은 또한 배란기에 가슴이나 귀와 같은 부드러운 조직들이 더 대칭적으로 변한다. 마지 프라펫은 체내에 순환하는 에스트로겐 수준이 높으면 여성의 허리 대 엉덩이 비율이 감소하리라고 추측했다. 피부 변화에서 대칭을 거쳐 허리 대 엉덩이 비율에 이르는 이 모든 단서들은 잠재적으로 관찰 가능하며 남성들에게 성적 매력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욕망의 진화, 476)

 

 

 

욕망의 진화』보다 더 최근에 출간된 데이비드 기어리(David C. Geary)Male, Female: The Evolution of Human Sex Differences(2, 2010)』에서도 비슷한 증거들이 소개되어 있다. 욕망의 진화』에는 포함될 수 없었던 2003년 이후의 연구들까지 볼 수 있다.

 

Womens ratings of mens attractiveness change as they approach and enter the 6-day window of high fertility. During this window, many women are more attentive to physically attractive men (Gangestad & Thornhill, 1998; Thornhill & Gangestad, 1999), and some women are more easily aroused by sexually explicit images (Slob, Bax, Hop, Rowland, & van der Werfften Bosch, 1996), but others are not (Meuwissen & Over, 1992). During this window, women show increased attraction to taller men (Pawlowski & Jasienska, 2005), the scents of men with symmetrical body features (Thornhill & Gangestad, 1999), masculine faces (Penton-Voak et al., 1999), deeper voices (Puts, 2005), assertive and dominant behavior and personality (Gangestad, Garver-Apgar, Simpson, & Cousins, 2007), and high creativity (Haselton & Miller, 2006).

Nearly all of these studies indicate that when womens preferences shift it is for short-term and not long-term mate (Cárdenas & Harris, 2007; Puts, 2006), and particularly if she is paired with a physically unattractive long-term mate (Gangestad, Thornhill, & Garver-Apgar, 2005b; Haselton & Gangestad, 2006). Bressan and Stranieri (2008) found that women preferred men with these traits if the men were single and thus presumably more available for a short-term encounter. Roney and Simmons (2008) found that womens preference for masculine faces was directly related to their estrogen level; women with higher circulating estrogen showed a stronger preference for these faces. During the low-fertility phase of their cycle, womens preference for these physical and behavioral traits declines, and their preference for traits that signal mens emotional sensitivity and parental investment increases (Penton-Voak et al., 1999). (Male, Female, 197~198)

 

If there is a bias for women paired with unattractive men to at least consider a short-term affair, then there should be social and psychological changes that accompany the shift in mate preferences. These changes are indeed found. During the window of high fertility, women spend more time in mixed-sex social settings and flirt more with attractive men in these settings (Haselton & Gangestad, 2006); they report heightened interest in extrapair men and fantasize about these men (Gangestad, Thornhill, & Garver, 2002); they report less attraction to their current partner (Gangestad et al., 2005b); they wear more revealing clothing when they are not with their partner (Durante, N. P. Li, & Haselton, 2008; Grammer, Renninger, & Fischer, 2004; Schwarz & Hassebrauck, 2008); and they appear to be less emotionally jealous and less concerned about intimacy as a motive for sex (Geary, DeSoto, Hoard, M. S. Sheldon, & Cooper, 2001; M. S. Sheldon, Cooper, Geary, Hoard, & DeSoto, 2006).

The last change suggests an emotional disengagement from a womans primary partner, which, in turn, would make a short-term relationship less emotionally difficult for the woman. The gist is that a woman who engages in a short-term affair may be generally attentive to the relationship with her social partner and thus maintain his investment, and become sensitive to the cues of a more fit man only during the 6-day fertility window. In this way, the risk of a womans partner detecting an affair is reduced, given the brief period during which she is attracted to and potentially sexually responsive to other men.

Not that all women are biased to have an affair around the time they ovulate. Women paired with attractive husbands and partners do not show heightened attraction to extrapair men during the fertility window (Haselton & Garngestad, 2006), and most women with less attractive mates do not act on their fantasies. (Male, Female, 198~199)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진화 심리학자들은 때로는 여자가 좋은 유전자를 얻기 위해 바람을 피우도록 진화했다는 가설과 부합하는 증거들을 상당히 많이 모았다. 이런 증거들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확신에 이를 만큼 결정적인 증거들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증거들에 부합하는 대안 가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강한 확신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 가설들이 제시되었으며 대안 가설들을 뒷받침하거나 반증하는 증거들이 무엇이 있는지까지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배란기와 관련된 여자의 선호는 여기서 제시된 가설 말고 다른 식으로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201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