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10325163151&section=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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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들과 낙하산만으로 본다면, 김대중이 내려 보낸 사람들은 '작은 김대중'처럼 일했던 것 같고, 그게 민주주의인지는 모르지만, 사명감은 가지고 있던 것 같다. 노무현이 내려 보낸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뭐 하는 사람들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정부라는 눈으로만 보면 김대중 정부는 다음 정권을 다시 가져갈 흐름을 현장에서 좀 만들어낸 편인데, 노무현 정부는 국민들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부 내부에서는 "이들과는 같이 못하겠다"는 흐름이 팽배했다. 현장에 있던 나는 인수위원회 움직이는 거 보고, 이 정부는 망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 얘기를 나중에 노무현 정부 사람들에게 했더니, 왜 자신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거나 잘 해 볼 기회를 주지 않았느냐는 원망의 소리를 들었다. 현장 팀장인 내가 인수위원회 고위직에게 쪼르르 달려가, 이런 이런 문제점이 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는 얘기인데… 정부도 조직으로서 절차가 있고, 상부와 직거래하거나 직보하는 일은 기본적으로는 하극상이다. 노무현 쪽 사람들에게는 아픈 얘기가 되겠지만,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김대중의 얘기는, 현장에서 보면 진짜로 그랬다. 보수적인 국장 이상의 상사들과 달리 내 또래의 서기관이나 사무관들은 민주 정부를 지킨다는 심정으로 생각보다는 열심히 일했다. 바로 그 때 그 사람들을 노무현 중후반에 다시 만나면, "우 박사, 이 정부는 좀 아닌 듯 싶다", 그렇게 불만들을 토로했었다. 별로 이념적인 사람들은 아니고, 생활인에 가깝지만 그런 불만들이 쌓이고 쌓여서 정권이 다시 한나라당으로 넘어간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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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안티조선이나 노사모 출신들, 일은 못하면서 잔뜩 목에 힘주고 목소리만 커서 도저히 같이 일 못해먹겠다는 불만.... 들어보면 경력이나 과거 이력상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자리를 단지 안티조선이나 노사모했다는 이유로 꿰차더군요. 그런 사람일수록 과잉충성해서 트러블만 양산하고. 

그런데 제가 진짜 인상깊게 읽은 대목은 아래입니다. 우석훈이 아득하지만 냉정한 현실을 짚었네요. 

10년만 지나면, 지금의 원로들은 사라질 것이고, 지금 내 또래들이 지도자 역할을 하게 되지만, 실제로 한국의 현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좌나 우나, 서로 혀를 끌끌 차는 바로 지금의 20대가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하기에는 아직은 좀 이르고, 10년 후에는 진짜 냉정한 평가가 나올 것이다. 그들이 과연 뭐라고 할지 궁금하시지 않은가? 내가 이해하는 바가 맞다면, 10년 후에는 이런 책을 준비하고 기획하자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 또 다른 벽을 만나게 될 것 같다. 과연 그 때까지 '종이 책'이라는 이런 양식 자체가 살아있을지도 불투명한 게 지금의 현실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 원로와 20대 대중은 만날 일도 없고, 볼 일도 없고, 서로 관심도 없다. 누군가는 길을 잃은 것인데, 지도자와 대중, 둘 중의 한 쪽이 틀렸다면, 이 때는 지도자가 틀렸다고 가정하는 게 내가 학문하는 방식이다. 지금의 경우는? 물론 지도자들이 틀렸고, 10대와 20대는 이상한 역사의 피해자일 뿐이다. 통일/반통일, 이건 젊은이들에게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날 선 듯이 보이는 친북 논쟁과 통일 논쟁, 모두 50대 이상의 할아버지들 얘기에 불과한 게 2011년의 한국이다. '분단시대'가 한 때 한국을 가르는 키워드였다면, 지금은 '빈곤시대', 이게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수 년 전부터 우리는 저축률 자체가 마이너스로 돌아갔고,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계산해보면 가구당 평균 부채가 5000만 원이 넘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이런 판국에 '분단시대'가 사람들에게 안 먹히는 건 너무 당연하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내가 김대중 시대를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2011년 한국이라는 공간 특히 서울이 아닌 지방이라는 공간에서는 김영삼이든, 김대중이든, 그런 논의 자체가 서 있을 곳이 없다. 그런 사람들을 원망할 수도 없고, 또 원망해서도 안될 것 같다. 대학생들에게 '김대중 시대의 평가'라는 글을 쓰게 되었다고, 의견들을 좀 내보라고 부탁했다. 그들에게 들은 진짜 정답은 간단한 하나의 문장이다.

"선생님, 요즘 먹고 사실 만한가 보네요, 그런 쓸 데 없는 일을 다 하시구요."

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이 김대중에 대해서 내리는 평가는 이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시대의 평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