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을 놓고 다툴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흔히 명분을 내세우곤 합니다. 영남 개혁 세력의 "정치 개혁"타령도 민주당의 헤게모니를 뺏으려는 이권 확보의 목적으로 가져온 명분일 뿐이죠. 목적을 달성하면 명분은 곧 폐기처분 됩니다. 극우 보수 세력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북한 인권"타령이라는 허구의 명분으로 남북 교류에 반대하다가 막상 권력을 갖자 북한 인권에는 관심도 없는것과 비슷하죠.

영남 개혁 세력 입장에선 김대중을 중심으로 한 호남 정치세력의 주도권을 뺏기 위해서 정치적 야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보다는 "정치 개혁"이라는 근사한 담론을 내세워 호남 주도권 자체가 정치 개혁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인것처럼 포장하는게 유리하죠. 조금만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논리인지 알수 있습니다. 호남 정치세력이 절대로 내부 개혁을 이룰수 없다는 하등의 증거나 이유가 없거든요. 호남이라서 안된다는 건 말 그대로 인종주의일 뿐이죠.

김대중 시절의 수직상하적 정당 구조나 공천 장사와 같은 정당 거버넌스의 문제점들은 시대상황의 한계에서 나타난거지 호남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호남 주도권 하에서도 얼마든지 내부 개혁이 가능하죠. 정당 구조의 수직상하적 경직성 극복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해결이 김대중을 수원으로 하는 호남 정치세력에서는 결코 이루어질수 없다는 이른바 "호남 불모론"은 현실을 왜곡한 마타도어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정당 민주주의는 김대중 중심의 경직된 리더십을 시대에 걸맞는 유연하고 분산된 리더십 구조로 재탄생하고자 했던 "호남 소장파"에 의해 시도된겁니다. 동교동계에 도전한 정풍 운동의 주역은 정동영이었죠. 평당원과 일반 유권자의 투표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참여 경선 역시 호남 소장파가 주도한 겁니다. 정당 민주주의 담론은 민주당의 내부 의사소통 구조를 좀더 원활하게 하고 정당의 하부 구조를 두텁게 해 정당 경쟁력을 증진시키려는 지극히 리얼폴리틱한 담론이었습니다. 반면 유시민을 필두로한 영남 개혁 세력은 정당 민주주의 담론을 기존 정치권을 싸그리 부정하는 혁명의 언어로 전유하며 정치 니힐리즘을 부추겼죠. 기존 정당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업그레이드 하려했던 호남 소장파의 문제의식과 정당 정치를 깡그리 부정하는 유시민식의 문제의식중 어느게 더 정당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할만한지는 뻔한 일입니다.

결국 유시민의 정치 개혁 담론은 호남 리더십을 영남 리더십으로 교체하기 위한 지역주의적 야욕을 합리화 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 마타도어에 불과합니다. 호남 주도권 자체가 정치 개혁과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구조적 걸림돌이라는 말도 안되는 준인종주의적 마타도어를 내세워 호남 주도권을 찍어내고자한 거죠. 그래서 막상 민주당이 분당되고 열린우리당이 창당한 이후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급속도로 사그라 졌습니다. 헤게모니 쟁탈이라는 목적이 충족되자 수단에 불과했던 정치 개혁 타령은 용도폐기 된거죠. 유시민이 열린우리당 들어가서 한 일은 정당 민주주의가 아니라 노무현 친위대 노릇하기 였습니다. 진짜 정당 민주주의에 목을 맸던 개혁당 당원들은 유시민에 의해 처절하게 버림받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