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연다는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문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문을 연다는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음을 연다는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니까 마음을 연다는 말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기도 한다.
남자는 예쁜 여자를 보면 마음을 주고,
위대한 가수를 보기만 해도 그 가수에게 마음을 준다.
이렇듯 마음을 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을 여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음을 열라는 말을 대신해서 다른 말을 쓰기도 곤란하다.
비슷한 말을 골라서 쓰겠지만,
그래도 그 의미가 정확히 동일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곤란하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열라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그 사람을 슬며시 비웃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마음을 열라는 것이냐.....
나는 마음을 연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드디어 마음을 연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곧 그 대상을 계속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마음을 닫는다.
우리는 괴로운 일이 있으면 그 대상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기억을 억압하고 생각을 억압한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억압해 놓고도 억압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기가 어렵다.

나는 아버지에 대해서 마음을 닫았다.
나는 아버지의 일에 대해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하여 1년이 지나도록 아버지의 일을 생각하는 시간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게 아버지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귀찮은 것, 괴로운 것, 슬픈 것으로 대상이 점점 더 늘어났다.
그리하다 보니, 어느새 기억을 억압하고, 관심을 억압하고, 생각을 억압하면서 살게 되었다.
더 희한한 일도 벌어졌다.
이렇게 기억을 억압하다 보니, 어느샌가 기억력 자체도 약화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억압하다 보니, 어느샌가 이해력 자체도 약화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관심 영역을 아주 좁게 축소시켜 놓고서 그 속에서만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런 일이 내게 벌어졌던 것 같다.....

요 며칠 동안 나는 아버지를 생각하고, 어머니를 생각하고, 여동생들을 생각했다.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마음을 열자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이제는 주변의 사물들을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하다 못해 이름이라도 한 번 외워 보고, 어떻게 생겼는지 쳐다 보기라도 한다.
결국 전에는 보고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을 알아차리게 된다.

나는 오늘 아침에 뮤직비디오 파일들을 재생해 보았다.
베이비 복스의 얼굴들을 보고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슈가의 멤버로 아유미가 있었다는데, 이제서야 그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알아차린다.
샤크라의 노래를 보며 참을 수 없이 강한 매력을 느낀다.
소찬휘의 tears를 보며 조카와 닮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에는 이런 뮤직비디오를 모아놓기만 하고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보고 또 얼굴을 기억하고, 그 매력을 느낀다.
마음을 여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앞으로 또 무슨 신기한 일이 벌어질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