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에 제롬 바코우(Jerome H. Barkow), 리더 코스미디스(Leda Cosmides), 존 투비(John Tooby)가 편집한 『The Adapted Mind: Evolutionary Psychology and the Generation of Culture(적응한 마음: 진화 심리학과 문화의 생성)』가 출간되었다. 진화 심리학계에서 아주 중요시되는 책이다. 때로는 상당히 딱딱하고 어렵지만 진화 심리학을 깊이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에 마지 프로펫(Margie Profet)Pregnancy Sickness as Adaptation: A Deterrent to Maternal Ingestion of Teratogens(적응인 입덧: 어머니가 기형 발생 물질을 섭취하는 것을 억제한다)」가 실려 있다. 입덧의 적응 가설에 대해 잘 정리한 논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 논문의 내용 중 일부만 거칠게 소개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들과 난점들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그 논문을 직접 읽어 보기 바란다.

 

 

 

입덧을 교란으로 보는 사람들은 구역질이나 구토 같은 괴로운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입덧을 정의한다. 반면 입덧이 적응이라고 생각하는 프로펫은 평소에는 잘 먹던 특정한 음식들을 회피하는 경향까지 입덧에 포함시킨다. 따라서 구역질이나 구토 같은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잘 먹던 음식을 냄새나 맛이 좋지 않아서 먹지 않으려고 한다면 입덧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를 다르게 하다 보니 입덧의 보편성과 관련하여 조금은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다. 구역질이나 구토가 있어야 입덧으로 인정하는 좁은 의미의 입덧의 경우보다 음식 회피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입덧의 경우에 더 많은 여자가 입덧을 하는 것으로 보게 되기 때문에 입덧이 더 보편적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입덧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좁은 의미의 입덧 개념을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좁은 의미의 입덧 개념에 바탕을 둔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문화권에서 입덧이 관찰되었지만 입덧이 없다고 알려진 문화권도 소수가 있다. 그리고 현대 산업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입덧을 하는 사람의 비율은 90%가 넘지 않는다. 만약 10%가 넘게 입덧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보편적이라고 결론 내리기 힘들다. 하지만 여기에는 입덧의 정의 방식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 여기에서 이런 문제까지 파고들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펫은 입덧이 적응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여러 가지 들고 있다. 특히 설계의 논증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하겠다.

 

첫째, 입덧을 하면 톡 쏘는 맛과 쓴 맛에 특히 민감해진다. 그래서 평소에 잘 먹던 음식도 못 먹게 된다. 톡 쏘는 맛과 쓴 맛은 보통 독성 물질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평소보다 독성 물질을 덜 섭취하게 된다.

 

둘째, 입덧을 하는 동안 후각이 예민해진다. 인간이 독성 물질을 가리는 데 후각도 사용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의미심장하다.

 

셋째, 입덧의 증상 중 하나가 구토다. 구토로 독성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평소보다 구토를 더 많이 하면 평소보다 독성 물질을 소화 기관에서 덜 흡수하게 된다.

 

넷째, 입덧이 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연 유산을 덜 한다. 이것은 입덧으로 인해 특정한 음식들을 회피하고 구토를 하는 것이 뱃속에 있는 아기를 보호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됨을 뜻한다.

 

다섯째, 입덧을 하는 기간은 기관 발생(organogenesis) 기간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독성 물질은 기관 발생 시기에 특히 치명적이라고 한다. 기관 발생은 임신한 지 대략 20일에서 56일 사이에 일어난다. 입덧은 보통 임신한 지 2주에서 4주 사에 시작해서, 6주에서 8주 사이에 절정을 이루며, 8주 이후에는 줄어 들어서, 14주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태아가 자라면서 독성 물질은 덜 치명적이 되며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해진다. 독성 물질이 더 치명적이며 에너지가 덜 필요한 임신 초기에는 입덧을 해서 독성 물질을 덜 섭취하는 데 집중하고, 독성 물질이 덜 치명적이고 에너지가 더 필요한 임신 후기에는 입덧을 하지 않아서 에너지 섭취에 집중하는 것은 훌륭한 전략이다.

 

여섯째, 지방이 어느 정도 축적되지 않으면 배란이 되지 않는다. 임신하더라도 지방이 어느 정도 이하로 줄어들면 자연 유산이 된다. 이것을 임신 초기에 입덧 때문에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입덧의 기간과 기관 발생의 기간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이 우연의 일치인가?, 입덧을 하면서 후각이 예민해져서 독성 물질을 더 탐지할 수 있는 것이 우연의 일치인가?, 입덧을 할 때 독성 물질과 관련이 있는 톡 쏘는 맛과 쓴 맛에 특히 예민해지는 것이 우연의 일치인가?, 독성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구토라는 증상이 하필이면 입덧을 할 때 심해지는 것이 우연의 일치인가?와 같은 식의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생리적 변화가 뱃속의 아기를 보호하는 기능을 너무 일관되게 가리키는 것은 아닌가?

 

물론 <검증 방법: 1. 설계의 논증>인간의 눈의 사례만큼 긴 목록은 아니다. 그 글에서 인간의 눈의 사례에 대한 목록에 다섯 개 밖에 나열하지 않았지만 눈 전문가라면 적어도 수십 개는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설계의 논증이 인간의 입덧의 경우에는 인간의 눈의 경우만큼 막강하지는 않다. 하지만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프로펫은 그렇기 때문에 입덧이 뱃속의 아기를 기형 발생 물질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연 선택에 의해 진화한 적응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