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자들 수준을 보죠. 10년 전, 20년 전의 입사자와 지금 떨어지는 탈락자의 수준 차이를 비교하면 저는 당연히 지금의 탈락자가 더 수준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은 누굴 뽑아도 다 예전만큼 일을 할 사람들이고, 스펙이 업무에 영향을 준다면 더 일을 잘 할 사람들입니다.(그러나 스펙이 실제 업무와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죠.)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스펙을 요구할까? 스펙을 제외하고 응시자를 판결할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막말로 누굴 데려다 써도 다들 어느정도 이상 일을 잘 할텐데, 지원자가 많습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스펙이 좋은 응시자를 뽑는 것이죠. 20대에 대학 졸업생이 도대체 무슨 특별한 경험이 있어서 자신의 재능을 잘린 경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고만고만한 사람들이고, 그것을 합격과 불합격을 가를 기준은 스펙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값에 똑같은 성능을 가진 물건이라면 기왕이면 이쁜 색을 쓰는 것 뿐이죠.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스펙을 쌓는 것은 대학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돈이 많으면 그만큼 유리해집니다. 물론 대학조차 돈이 많이 필요하지만 돈이 많다고 대학 생활에 유리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스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학입니다. 지잡대 출신은 토익 900 이상에 학점 4.0, 온갖 경력과 점수가 있어도 서울대 출신의 그냥저냥한 스펙보다 떨어지기 쉽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도 어차피 스펙이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머리가 더 좋을 가능성이 높은 대학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입니다.(솔직히 2~3달 죽어라고 토익만 파면 800은 거의 다 넘깁니다. 머리가 문제가 아니란 말이죠.)

사람들은 영리합니다. 어떤 것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바로 대중입니다. 대중은 쓸만한 일자리의 선발기준에 대학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죽자고 사교육에 힘쓰는 것이죠. 학자금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대기업에 취업만 되면 2년이면 전부 갚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입을 위해 사교육에 올인하는 것이나,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행동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변했는지 그 원인이 있을텐데, 저는 그것을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처음부터 이너서클에 들지 못하면 평생동안 이너서클에 들어가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졸들과 지내는 고졸은 자신이 대졸과 비교해서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졸은 그것을 알 수 있죠. 어느정도 학력이 오르면서 정보가 오갔고, 그 결론이 처음부터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겠죠. 따라서 모든 근본적인 원인은 이 사회의 경직성입니다. 원인을 없애지 않고 현상만 제거해서는 어떠한 수단을 사용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현상이 드러나게 되어 있죠.

따라서 사회의 경직성을 없애는 것이 지금처럼 사교육 열풍과 대학 등록금 상승을 제어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사회의 경직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정한 사회, 정상적인 경쟁 시스템부터 확립되어야 하죠. 아마 안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