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데, 저는 그다지 정치에 관심도 없어서 심지어 20살 근처 무렵에는 전라도에서 한나라당을 찍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에서 자랐으며, 지역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체감하지도 못했기에 가능했던 생각이었죠. 군대에서 처음 지역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그에 대해 알아가면서 왜 한나라당이 지역에 힘을 쓰는지도 알게 되었죠. 그러나 여전히 정치 자체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정치를 매우 수준낮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당시의 저는 다소 좌파경향이었기 때문에 당시엔 민노당을 지지했었습니다. 그래봤자 소극적 지지 수준이었지만.

그 시절에는 유시민도 제법 좋게 봤었고, 노무현도 매우 좋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남들과 대화를 하다가 뭔가 이상한 부분을 찾았습니다. 노무현은 탄행 사태 이후 과반수가 넘는 정당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몰락했는가. 그는 그 때 무엇을 했는가. 그는 왜 그 때 대연정을 제안했는가.(그 질문을 한 형은 솔직히 저보다 멍청한 형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잘난 맛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그러한 지적에 대해 당시엔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무시했습니다. 약 5년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한 번 제가 하게 되자 꼬리에 꼬리를 이어 물고 내려왔습니다. 최초로 이런 질문을 하게 된 것이 작년. 그리고 불과 1년 사이에 저는 완벽한 난닝구로 변태했던 것입니다.

사실 그것은 인터넷에서 제작년즈음부터 활개를 치던 홍어드립과 관계가 있습니다. 어느날 홍어드립을 정말 열심히 치는 놈들의 아이피를 조사해보니 약 절반정도가 추적이 가능했는데, 그 중 절반 이상이 경상도에서 왔던지, 경상도 부모를 둔 사람들 것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지역주의에 대한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밥상머리 교육이 무엇인지.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 책에도 나오는 지역감정에 대해서 체감하지 못할 땐 한 번도 공부하지 않다가, 학교를 졸업한지 10년이 넘어가서야 그에 대해 공부할 마음이 생긴 것입니다.

지역주의에 대한 공부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한나라당은 절대로 영남을 떼어놓고는 말할 수 없으며, 제가 그토록 좋아했던 노무현조차 그 본질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겪게 된 허탈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솔직히 말하면 그보다 지금까지 제가 해온 말들이 떠올라서 부끄러워서 그랬습니다.)

영남에서 인정 받고자 하는 노무현류의 영남 진보 따위가 한 일은 없다는 결론까지는 지역주의를 이해하자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 번만 제가 대답하지 못한 그 질문의 답을 구하게 되자 그 이후부터는 막힘 없이 난닝구가 된 것입니다.

저는 제가 똑똑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똑똑이라고 말하면 좀 어감이 다르고, 제가 좀 더 사물의 다른 면을 잘 본다고 생각했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부류의 특징이 무엇이냐면 자뻑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고, 또 다른 특징은 자뻑에 빠져서 자신이 결론지은 사항에 대해선 어지간해서는 다시 의심하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랬기에 그 형의 말도 무시했던 것이고, 노무현과 유시민의 그런 뻔한 행적을 보고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진짜 멍청한 행동이었던 것이죠. 정치의 이면에 숨겨진 의도를 읽는 것이 광우병의 실체를 알고 시위가 정확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죠. 난닝구가 되자 이런 것을 반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점이 있다면 유빠들의 머릿속이 어떤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정도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