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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법학부, 전공 줄여 졸업 쉽게 ‘이상한 배려’
로스쿨 3기까지 입학한 현재 법과대학 학부생들은 정교수의 수업을 거의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부생보다 2배 이상의 돈을 받는 로스쿨에 정교수들이 우선 배정되고 또 더이상 법과대학 학부는 신입생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재학중인 학부생 숫자가 매년 크게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학교를 다니는 학부생들은 대부분 사시를 붙었거나, 사시를 준비하거나,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입니다. 졸업을 최대한 미루고 사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어서 졸업해서 연수원에 가야 하거나 로스쿨에 진학해야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요즈음 사시 준비의 특징 중 하나가 재학 중에 휴학하고 신림동에 가거나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08학번이 마지막 학번인 법대 학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당히 많은 학부생들이 학교에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로스쿨에 정교수의 강의를 모두 배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부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 외부 대학 강사들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강사분들 대부분이 모교 출신+해외 유학 박사, 변호사, 타 대학(로스쿨 없는 대학) 교수들이기 때문에 도저히 수준 낮아서 배울 게 없는 그런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확실히 로스쿨 도입 전에 강의 하던 정교수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법과대학 측에서도 학부생들의 처지와 법과대학의 사정을 다 알기 때문에 졸업을 위한 취득학점 140학점(전공필수 60, 전공선택 25)을 130학점(전공필수 36, 전공선택 25)으로 변경해주었습니다. 어서 졸업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연히 이를 환영했습니다. 안그래도 타 학과보다 전공필수, 전공선택과목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 애먹고 있는데 이름도 모르는 초짜 강사들의 강의나 수강해야 하고, 신입생이 없으니 학생 수가 점점 줄어서 개설강좌의 수도 줄어들고...어짜피 없어진 학과기 때문에 강사들도 큰 의욕이 없고 학생들도 '오로지' 졸업요건 채우기 위해서'만' 강의를 수강하고...상황이 이렇다보니 학교와 학생의 win win이었습니다.
그런데 경향신문의 저 기사가 나간 후에 타과 출신 총장이 학교가 비판받은 것에 기분이 안좋았는지 졸업요건 변경을 재검토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사시를 안보게 된 대부분의 법과대학 학부생들은 올해, 아니면 내년에 졸업하고 로스쿨에 바로 진학하고자 변경된 졸업요건에 맞추어 한 학기 계획을 세우고 졸업계획을 세웠는데, 저 기사때문에 갑자기 혼란이 발생한 것입니다.
경향신문의 기사는 그렇지만 사실 잘못된 기사는 아닙니다. 로스쿨이 도입됐다고 해서 학부를 소홀히 대우하면 안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우수한 교수들은 어쩔 수 없이 로스쿨을 담당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학부는 필연적으로 외부 강사들이 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예전보다 수업의 질이 떨어지죠. 그리고 남아있는 학부생들은 대부분 어서 학교를 졸업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질낮은 강사들 강의를 몇십학점이나 들으면서 시간 떼울 여유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학부생들 입장에서 경향신문 기사는 "뭐 어쩌자는,,," 이런 반응이 나오는 기사였습니다. 저같은 경우야 변경 전 졸업요건으로도 다음 학기에 조금만 무리하면 졸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지만, (기존 졸업요건 하에서) 다른 몇몇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다음 학기에 졸업을 못하는 케이스도 있고, 저보다 한학번 어린 후배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인생 계획이 꼬일 수 있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로스쿨과 학부가 병존하는 상황에서 학부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불가피하고, 어서 학부생들이 모두 졸업시켜서 로스쿨에 올인 하고자 하는 법과대학측과, 어서 학부를 졸업해서 뭐라도 해야하는 학부생들의 이해관계가 매치하는 경우는 졸업요건을 완화하는 것뿐이죠.
그런데 경향신문은 '학부파행'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학부생들이 받는 수업의 질을 걱정해주며 법과대학을 꾸짖었습니다. 그 덕분에 애꿎은 학부생들만 짜증나게 생겼죠.
어떤 제도의 도입과 폐지 중간에 끼게 되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역시 이럴 때는 정확한 판단력과 신속한 결정으로 빨리 앞길을 찾는 사람이 생존하는 것 같습니다. 법과대학, 사법시험, 로스쿨의 이해당사자로서 외부에서 법대, 사시, 로스쿨을 두고 이야기 하는 것을 지켜보면 참 많이 답답합니다. 외무고시 합격자 수준의 사회경험이 아니면 거의 가산점을 받기 힘든 로스쿨 입시에서의 '다양한 사회경험', 나이가 어린 학생이어야 학습능력이 좋기 때문에 방대한 법지식 학습능력이 뛰어난 어린 학생을 선호하는 로스쿨 입시, 기를 쓰고 스카이 법대 출신을 뽑는 지방대 로스쿨, 사시에 실패한 나이 많은 명문대 법대 출신들이 대거 도피한 로스쿨 1,2기,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필요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로스쿨(때문에 장학제도가 거의 무의미), 이제는 사시를 접은 04~07학번 명문대 법대 출신들의 놀이터가 된(될) 로스쿨, 파행으로 운영되는 학부과정 등 직접 몸으로 이런 것을 경험하는 저로서는 외부에서 '학부파행우려', '다양한 사회 경험...', '법조 기득권 타파...', '지방 대학 육성..' 이런 말을 볼 때마다 남의 나라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로스쿨/법과대학에만 해당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회분야든지 해당분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 외부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을 두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해당분야는 그 분야 관계자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겠죠. 예전에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 종사자, 이해관계자들이 외부의 코멘트에 대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비판적으로만 바라봤었습니다. 제3자가 보는 것이 더 객관적일 것이고, 해당 분야 이해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눈이 멀어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특히 의사들을 두고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제가 어떤 제도의 도입,폐지의 당사자가 되고보니 밖에서 뭐라뭐라 하는 게 다 헛소리로만 들립니다. 거의 모든 로스쿨이 공부 잘하는 학생들 뽑고자 하고(아니면 영어를 정말 잘하는), 거의 모든 법과대학 학부생들은 어서 학교를 졸업하고자 하고, 법과대학은 어쩔 수 없이 학부과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외부에서 로스쿨/법대를 두고 하는 말들은 거의 다 현실과 맞지 않아 보이거든요.
나이를 먹어가고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고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의 이해관계, 나의 현실, 나의 미래에 엮여서 외부의 목소리가 귀찮게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점점 의사, 법조계, 정치인, 기업가, 과학자 집단, 교수 집단 등 특정 전문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비전문가가 알기 어려운 전문분야의 현실..." 이런 목소리에 공감하게 되는 참 씁쓸한 요즘입니다.
기자가 취재하면서 법대생이나 법대의 현실적 고민을 모르지는 않았겠지요
몰랐다면 바보이고
그럼에도 기사로 깠다는 것은 까기위한 것이지요
아니면 죠징이라고 그 학교 법대나 누가 찍혀서 법대가 빌미가 된것 뿐이지요
사실 우리사회 비판의 대부분은 미스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부의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밖에서 들이까고 보는 경향이 심합니다
아 물론 내부인은 무감각할 수도 있습니다
외부의 시각이나 객관적 상식에 대하여 무감각해질수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가 집단의 경우에 그정도 양식은 있습니다
우리 사회 언론은 이상한 흐름이 있지요
한번 여론몰이나 이지매가 시작되면 모두가 덩달아 따라한다는
소망교회 폭행사건은 대서특필이 되지만 명진 스님이 있던 봉은사 스님들 폭행사건은 묻히지요
천주교 대주교의 성찬 집례사건이나 전임사제 비리에 대하여 오히려 비리 밝힌 사제가 죄천된 것은 보도 안되지요
불교 중진 380명이 이명박이 상임고문이었으면서 종교탄압이라고 소리치는 코메디는 보도가 안되지요
세상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잘 모른느 분야에 덩달아 너무 욕할 것도 없고 속지 않도록 현명해야 하겠지요
언론사 내부에도 정치부,사회부,문화부 등등 기자들을 각각의 전문분야에 배정하기 때메 각 부서에 속한 사람들을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속사정을 알테지만 이들이 진짜 속한 곳은 해당 전문 분야가 아니라 '언론사'니까, 언론사의 이익을 위해 대중들이 많이 읽을 수 있는 잘 팔리는 기사를 쓰려고 할테죠. 그러려면 단순명료한 구도로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 좋고 어떤 전문 분야의 내부 구성원이 아니면 잘 알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는 대충 넘어가겠죠.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언론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언론이라는 전문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고, 그들 나름대로 고충과 속사정이 있을테지만, 외부 사람들은 잘 모르겠죠. 잘 팔리는 쉬운 기사를 간결하고 신속하게 쏴야하는 기자들의 고충...
이런 글을 볼 때마다 한가지 의문인게 있는데 사법시험도 로스쿨 못지 않게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요? 듣자하니 막연히 생각했던 것과 달리 로스쿨도 전형적인 엘리트를 뽑는 듯 하고 뭐 돈 있거나 아버지가 뱃지 있다고 가는 것 같진 않더군요.
어차피 고시도 신림동에서 학원다니면 몇 년 준비하다보면 로스쿨에 적당히 준하는 비용이 나오지 않나 싶은데....
개인적으로 로스쿨의 가장 큰 업적은 변호사의 가치 하락이 아닐까 싶긴 하더군요. 당시 로스쿨 도입을 염원하면 친노 네티즌이나 참여연대, 새사연 같은 시민단체의 글을 보면 변호사들이 250만원 정도 버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라는 듯 해서...
차라리 로스쿨은 장학제도라지 있지 사시는 그런 제도도 없다는 걸 보면 과연 노무현 급의 개천에서 사시 합격을 이루는 사람이 요즘 세상에 몇명이나 될까요. 지금 통계를 보니 노무현과 같은 고졸 합격자는 근 몇년간 아예 없는 수준이더군요. 소득별 통계야 확인을 할 수 없으나 아마 로스쿨 합격자와 비교해서 딱히 서민층이 유별나게 많을 것 같진 않네요.
그나저나 변호사가 늘면 어떻게든 가격은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숫자가 늘어난다면 분명 싼 변호사도 나오기 마련이겠죠. 막말로다가 좋은 아버지에게서 좋은 머리와 좋은 재산을 다 가지고 태어난 친구들은 대형 로펌에서 돈 잘 벌테고, 반대로 그런 경쟁에서 밀려난 평범한 변호사들 특히 지방대 로스쿨에 다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예전보다는 분명 싸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호사가 가장 고소득을 누릴 가능성이 높은 희망적 직업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겠지만...
변호사 가격은 분명 지금보다는 내려갈 것입니다. 일단 스카이 로스쿨과 비스카이 로스쿨, 빅 로스쿨(스카이+성한+이)과 인서울 미니 로스쿨, 인서울 로스쿨과 지방 로스쿨...인풋에 엄청난 격차가 있습니다. 스카이 로스쿨생 중에서도 중상위권 정도 되는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고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연히 자기 하기 나름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애들 빼놓고 나머지 로스쿨 학생들은 이제 무한 경쟁 속에서 매일매일 전쟁이랍니다. 퀴즈, 중간기말, 팀플, 과제, 인턴, 대외활동...정신없다는군요. 그런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앞으로의 법조시장의 전망이 워낙 불투명하다보니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일단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사는 애들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책상 머리에 앉아 대충 결정하는 거 폐단이 참 많죠. 저도 그런거 때문에 화난 적도 꽤 있었던거 같고;;
전문가집단은 해당 분야에 대한 보다 월등한 정보와 다양한 변수에 대한 고려가 가능해서 훨씬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반면, 말씀하신대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쉬운 단점이 있겠죠. 외부인들은 그 반대의 장 단점이 있겠고. 그래도 전문가집단이 심사숙고해서 내린 판단이 책상머리식 보다는 훨씬 더 나을거 같습니다.
결국 내부자나 전문가집단의 판단을 우선 존중하되, 이해관계가 반영되지는 않는건지 외부인들의 감시와 견제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주는 방식이 맞지 싶네요.
그 분야 문제는 당연히 그 분야 사람들이 제일 잘 압니다. 모르면 밥숟갈 놔야죠. 따라서 어느 분야의 문제가 공적, 혹은 다수의 문제와 직접 관련되지 않으면 그 분야 사람들에게 맡기는게 좋겠죠.
그런데 어느 분야의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이자 이해당사자라는 점이죠. 따라서 여럿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있어선 결국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수적입니다.
가령 로스쿨 문제가 나왔는데 논란 당시를 보면 로스쿨 전환할 법대 교수와 비전환 법대 교수들의 입장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로스쿨 전환 예정 대학 교수들은 단호히 찬성, 아닌 대학 교수들은 입이 석자는 튀어 나옴. 이유는 다 짐작하시겠죠?
그런데 모르긴 몰라도 이해 당사자 범위나 사회적 파장으로 비교하면 로스쿨은 의료 제도와 비교가 안될 겁니다. 따라서 로스쿨은 어찌보면 해당 분야 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도...흠흠...아무튼 제 생각에 그렇게까지 큰 문제를 야기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의료 제도는 다르죠. 전국민이 이해 당사자입니다.
크게 보면 의사(공급자)- 국민(소비자)-국가(보험운영주체) 모두 걸려있죠. 따라서 보험이나 의료제도의 경우 '이해당사자'임을 전제하여 타협하고 소통해야죠. 요즘 들어 많이 좋아졌지만 의약분업 당시 보니 이게 참 안되더라구요. 소비자를 대신한 시민단체들은 의사들의 부도덕성 이야기하기 바쁘고 의사들은 억울하다며 자신들이 전문가니 제도나 보험은 자신들 요구대로되는게 맞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국가는 손놓고 있고.....
그래서 전 요즘 '상인'의 매너가 우리 사회 제일 정착되어야할 태도가 아닐까 싶어요. 명분 내세우는 선비보다 이해관계를 정확히 할 줄 아는 상인 마인드가 사회 유지엔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의 조정...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결국 세상사라는 것이 이해관계의 조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법률가라는 직업도 실은 대립하는 당사자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이기도 하구요.
이해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아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해당 전문분야의 사람들일텐데, 이들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논리가 진보주의자들로부터는 많은 비판을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해관계에 눈이 멀어서 전문적인 판단과 거리가 먼 판단을 전문가들이 내린다, 둘은 일반 대중들과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이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관계 당사자보다 객관적 제3자인 외부의 일반 대중들의 판단이 사회 전체적인 이익을 고양시킨다. 셋째는 민주주의에 반한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이 바로 경제는 경제를 잘 아는 전문가 집단이 경제관료, 기업가들에게 맡기고 비전문가인 대중들의 민주주의적인 견제를 최소화시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참여민주주의를 내걸었지만 그 어떤 정부때보다 훨씬 많은 '위원회'를 통한 의사결정을 했고 이 과정에 일반 대중들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본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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