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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에게는 노무현의 역사의식이 없다"

[고성국의 정치in]<22> 김태일 영남대 교수

김태일 교수는 넉넉한 사람이다. 나는 그와 30년 가까이 알아왔지만 그가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그가 무골호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는 유신의 칼바람이 몰아치던 1975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돼 76년 10월 만기출소했다. 대구·경북지역의 민주진지 구축에 평생을 바친 이수인 선생의 강력한 추천으로 고향인 대구에서 영남대 교수가 된 후로도 김태일 교수는 줄곧 대구·경북 민주개혁 세력의 선두에서 일해 왔다.

선거의 해를 맞아 대구에서 고군분투 중인 김태일 교수와 인터뷰를 추진했다. 김교수는 프레시안의 관심에 감사한다면서 인터뷰를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는 인사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여의도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반백의 김태일 교수와 마주 앉았다.


"DJ·盧 정부, 인사 중심의 지역주의 극복 노력은 실패"

"대구에서 반 한나라당 기치를 드는 게 어떤 의미인가?"
"독립운동을 하는 것과 같다. 절망적인 환경에서 빛을 찾는 것이니, 무모할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희생을 담보하는 것이다. 방송 토론하고 나면 욕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 그러나 그런 것은 별 것 아니다. 정서적인 배제, 지역사회에서 대놓고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더 큰 폭력이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독립운동 같다는 답변이 나올 줄은 예상 못했다. 사태가 이런 정도면 정말 심각한 것 아닐까?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집권했던 민주 개혁세력에게 지난 10년 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평적 정권 교체를 하고 나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필생의 사업이었지만 실망스럽게도 '동진정책'은 잘못된 것이었다. 집권한 후에 누구를 내세웠나 하면, 민주화 운동의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을 내세웠다. 김중권, 권정달, 엄삼탁씨 등이다. 엄삼탁씨는 얘기하기도 민망스러운 사람이다. 권정달 씨도 보안사 출신에 민정당 창당 책임자였다. 여러 스캔들도 있었고. 이런 사람들을 앞에 세우고 동진 정책을 추진하니까 사람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다. 민주개혁 세력은 배신감을 느끼고 다 집에 돌아가 버렸다. 대구 경북 지역의 상층부 사람들과 잘 지내면 전선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데 그야말로 심각한 착각이었다."

"상층 연대로 대구·경북의 정치지형을 돌파하려는 게 동진정책이었는데 그걸로는 전선조차 형성이 안됐다는 뜻인가?"
"그렇다. 정권이 지역 사회에서 기득권이나 경제적 지배권을 가진 사람들의 민원이나 해결해 주면서 그들과 '소통'했을 뿐이다."

"김대중 정부의 동진정책이 대구 경북 사회에 상당한 후유증을 안기고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는데, 그 실패의 끝에 2002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그 때는 어땠나?"
"대선 때는 이강철씨가 중심이 돼서 대구경북의 선거 캠프를 꾸렸다. 그 때 동진정책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권기홍 교수가 본부장을 맡겠다면서 뛰어들었다.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다."

"노무현 대통령도 평생을 지역주의와 싸웠던 사람이다. T.K 지역에서 '지역주의 돌파'를 어떻게 했나?"
"DJ는 돈을 쏟아 부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돈을 주는 대신 자리를 줬다. 그렇게 비교할 수 있다.(웃음) 자리준 게 굉장히 많다. 윤덕홍 교육부총리, 권기홍 노동부 장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재용 보건복지부 장관, 이강철 시민사회수석, 이정우 정책실장, 김병준 비서실장,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에 입각했다. 노 대통령은 그 사람들에게 공직 경력을 갖게 하고 국가 경영의 경험을 쌓게 해서 대구 경북 지역을 돌파하는 재목으로 키우려 했던 것 아닐까?"

"그렇게 해서 큰 사람들이 있나?"
"다들 집에 가고 없다(웃음). DJ의 동진정책, 노무현의 전국 정당화 정책의 결과가 이렇게 허망한 상황이 됐다. 진짜 아쉬운 점은 동진정책의 주체가 당이 아니라 청와대였다는 사실이다. 이때문에 조직적 축적이 안 됐다. 새천년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이 주체가 돼 역량을 축적해 왔다면 이렇게 허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완장 받은 사람이 정권 임기 중에는 대통령 대리인으로 활동했지만 정권이 끝나고 나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대구서 풀뿌리 생활 정치 실험 할 것"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다. 그러나 그의 비판에는 지역에 헌신한 20여년의 세월이 묻어있다. 지방 선거가 다섯달 앞으로 다가와 있는 상황이다. '지역주의 극복'과 '정치 개혁'을 위해 이번에는 어떻게 할건지 물었다.

"나한테 주어진 책무가 있으면 피하지 않겠다.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다. 내 나름으로 계획을 갖고 있다."
"어떤 계획인가?"
"풀뿌리의 거점을 마련하고 싶다. 대구·경북의 시민운동 세력과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논의를 계속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기초의원에 시민 후보를 진출시켜서 대구의 밑바닥을 활성화해보자 하는 것이다. 작년 말 주비위를 만들었다. 가칭 '지역에서 희망을 찾는 풀뿌리 대구 연대'를 만들고 있다. 작업에 필요한 기획, 지원을 하고 있다."

"상징성 있는 사람들이 직접 '내가 나서서 생활정치를 해보겠다. 봉사하겠다' 해야 힘이 실리지 않겠나?"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광역 의원, 대구시장 등은 권력 정치의 회오리 속에 편입되어 왔다. 이번 선거도 대선의 전초전이라든지,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기초 의원은 비교적 덜 할 것이다. 권력 정치는 분리해내고 생활 정치영역에서 목표를 분명히 하고 시민들에게 호소할 것이다. 풀뿌리 생활 정치 영역에서부터 정치 실험을 해보고 잘 되면 다른 지역과 연대해서, 섣부른 얘기지만 '로컬파티'의 전망도 가져본다. 전국적인 중앙 정당화를 목표로 하는 정당이 아니라 생활정치를 책임지는 실체인 로컬 파티다. 일본에는 그런 것이 있다. 우리나라 정당 정치가 지역주의로 구조화 돼 있어서 중앙 정치에서 실험을 하려고 하면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이런 식의 고민까지 하게 됐다."

"그게 20년 넘게 TK지역에서 지역운동, 시민운동, 정치 운동을 한 결론인가?"
"그렇다."


"무슨 미얀마 같은 데서 민주화운동 하는 사람과 토론하는 것 같다.(웃음) 언제 민주적 가치가 전면화 될 것 같다는 전망도 구체화하지 못한 채 활동 하는 것 같다."

"지역주의가 형성된 것이 30년 됐으니까 없어지는 데도 최소 30년은 걸리지 않겠나.(웃음) 나는 '거울 효과' 혹은 '거울 깨기'라고 얘기한다. 한 정당이 지역을 독식하는 체제를 없애려면, 이 개념이 중요하다. 지역주의는 영남 지역이 선제적, 권위적, 위압적으로 시작했다. '호남 배제' 식으로 네거티브하게 시작했다. 호남의 지역주의는 어쩔 수 없이 방어적이고, 수세적이었다. 그래서 민주적 가치와도 결합됐다. 그러므로 지역주의에 관한한 영남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을 해체하는 작업은 지역주의 해체의 선행 요인을 없애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거울 두 개가 양쪽에 있으면 서로 상대편의 영상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습을 본다. 이것을 깨야 한다. 영남이 잘못했지만 깨는 것은 같이 깨야 한다. 호남 사람들이 섭섭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영남과 호남 어느 쪽에서 개혁 운동을 하는 게 더 힘들지 잘 모르겠다.(웃음) '광주에서 시민운동이 발전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시민운동이 발전할 것'이라는 역설적인 얘기도 많았다.(웃음)"
"독점이라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영남의 개혁 세력과 호남의 개혁 세력이 연대를 하자고 주장해왔다. 영호남 하면 역시 대구와 광주다. 그래서 '달빛 연대', '달빛 포럼'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대구가 달구벌이고, 광주가 빛고을이다. 그래서 '달빛 포럼' 같은 것을 만들어서 지리산 즈음에서 만나 토론도 하고 모임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 개혁 없는 호남은 맹목"

"달빛 포럼은 언제 구성할 생각인가?"
"오늘 <프레시안>을 통해 정식으로 제안을 하겠다. 멋있지 않을까? '달빛 포럼'(웃음). 공식적으로 제안을 한다. 영남 호남이 가치를 중심으로 연대하고 확장해 나갈 때 각 지역 내부의 정치적 다양성도 실현되고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도 마련되지 않겠나.

유시민 전 장관과 노무현 지지그룹이 광주, 호남의 지역성과 계속 충돌한다. 열린우리당 내 핵심 논쟁이 그것이었다. '빽바지-난닝구 논쟁'이라는 것도 결국 호남 지역성과 개혁성이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개혁 세력이 호남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호남은 민주주의를 담지해온 '캐리어'다. 그런데 호남 지역에다 대고 '한나라당 지역주의와 다를 게 뭐냐'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하고, 개혁 없는 호남은 맹목이다' 이것은 칸트의 정의를 패러디한 것이다. 호남을 폄하해버리고 개혁세력이 뭔가를 한다고 하면 근거가 붕 뜨게 된다. 현재로써는 그렇다.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하다. 그러나 개혁 없는 호남은 맹목이다. 말 그대로 지역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 칸트에게는 조금 미안한 얘기다."


"<프레시안>을 통해 '달빛포럼'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겠다. 화답이 있을 것으로 보나?"
"작년에 실시한 일단은 대구와 광주에 있는 분들한테 얘기한 것이다. 의지가 있는 사람들끼리 지리산에서 만나서 얘기 해보자. 달빛 포럼을 만들어 달밤에 한번 만나보자." 


작년에 실시한 KBS 국민 의식 조사에서 지역주의보다 계층간 갈등, 양극화 등의 추세가 두드러진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떠올랐다. 지역갈등이 경향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 교수는 "내 의견은 다르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지역주의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지역주의는 처음에는 감정으로 시작한다. 호남 배제, 고립 감정. 그것 위에 특정 정당을 반복적으로 지지하다보니까 정당 정체성이 얹혀져 강화됐다. 거기에 이데올로기가 덧붙여져서 고조됐다. 감정적 수준, 정당 정체성, 그리고 이념, 이렇게 구조화됐다. 지역주의는 처음에는 좀 말하기 창피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당당히 얘기한다. 지역감정에 지역적 배타성이 정당하다는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때문이다. 영남은 보수성, 호남은 민주성이 지역주의와 결합돼 있다."

"지역주의가 내면화됐기 때문에 더 강력한 진지로 작동한다?"
"그렇다. 실제로 학자들도 조사를 하다보면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굉장히 심각한 것 아닌가."
"대구에서 왜 민주당을 배제해야 하는지, 옛날에는 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이유가 생겼다. 대북 정책이 어떻다. 이런 이유를 댄다. 지역주의는 훨씬 심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지난 두 정부의 집권 기간 동안에 출세도 못하고, 출세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지역에서 묵묵히 일한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분들이 씨앗이 될 것이다. 문제는 앞선 두 정부의 주역들이 동진정책, 전국정당화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신을 계승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국면에서는 좀 더 앞에 나와서 전선에 서야 하지 않겠나. 그 분들 스스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하지 않느냐. 그 정신의 의미를 체현해서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유시민의 노무현 정신은 '속류 노무현 정신'"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지역 분위기는 어땠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추모 분위기가 깊었다. 민주 개혁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것을 어떻게 결속하고 이끌어내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유시민 전 장관도 지난 선거 때는 대구에서 출마하지 않았나?"
"유 전 장관은 지난 3월에 주민등록 파서 다시 갔다. 대구 사람들은 지금 난감한 처지가 됐다."

"왜 그랬을까?"
"모르겠다. 묻고 싶지도 않다. 지난 총선 출마 할 때 '당신 떨어지면 서울로 갈 것 아니냐' 이런 질문들이 많았다. 그러자 본인이 '몇 십 년 만에 새로 맺어진 대구와의 정치적 인연을 바꾸지 않겠다' 이런 취지로 연설을 했다. 그런데 3월에 떠났다. 사람들은 주소를 옮겨갔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

"사전 논의도 없었다는 것인가?"
"없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기대를 많이 했다. '역시 노무현의 제자다. '리틀 노무현'이다. 이렇게 사지에 와서 몸을 던지다니.' 이런 생각들을 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가졌던 그런 (지역 주의 극복의) 역사 의식이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정말 배신감 같은 것을 느낀다. 유 전 장관이 대구 시장에 출마하면 민주개혁 세력들이 결집하고 어떻든 간에 선거가 재미있어진다. 그러면 기초의원, 광역의원 선거도 재미있어진다. 그 지지 기반이 조직화된다. 그래서 진심으로 대구 시장에 출마하길 바랐다. 그랬는데 주민등록 파서 가버렸으니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시장 지지율이 높게 나오니까, 민주 개혁 진영 전체의 진로를 생각해서 서울로 올라간 것 아닐까?"
"노무현은 갖고 있던 뱃지까지 떼고 부산으로 갔다. 유 전 장관이 노무현 정신의 승계자라면 전국 정당화를 위해, 개혁 세력의 미래를 위해 암울한 동토에서 뭔가 씨를 뿌렸어야 했다. 노무현의 분신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속류화 된 노무현, 영어로 얘기하면벌거라이즈드 노무현'이다.(웃음) 노무현의 역사의식이 없는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서 냉정하게 얘기하면 그렇다. 지금 대구 시민들이 꼽는 대구 시장 후보가 1번 유시민, 2번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 3번 부총리 지낸 윤덕홍 최고위원, 그 다음에 권기홍 장관 등이다. 이정우 전 실장은 교육감으로 제격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런 식으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리라는 기대, 역사적 요구가 대구 지역사회에 있는데 이 분들이 다 안 나온다."

"민주당, 진보적 가치 잃어…정체성 정립 안돼"

김태일 교수는 열린우리당 당시 직선으로 선출된 대구시당 위원장이었고 당 비상집행위원이자 신강령 기초 소위 위원장이었다. 민주당 최고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셈이다. 그에게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민주당과 정세균 지도부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나?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런 것은 하더라. 출마해서 몇 % 지지율을 얻으면 비례대표를 주도록 하는 것을 당헌 당규로 만들어 제도화 하겠다는 얘긴데 웃기는 얘기다. 차라리 선거 제도를 바꾸는 게 더 낫다. 이번에도 한나라당과 합의해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것만 합의하지 않았어도 어떻게 좀 해볼 여지가 생기는데…"

"정당 공천만 배제해도 개혁 세력이 어느 정도 숨 쉴 수 있다? 인물로 가니까?"
"그렇다"

김 교수는 민주당을 이렇게 진단했다. "첫째 정체성 정립이 안 돼있고, 둘째 국민들에게 어디로 가야 할 지 대안을 내는 작업이 정리되지 않았다"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진보적 가치'를 잃었다는 것이 김 교수가 지적한 핵심문제였다.

"진보적 가치를 분명히 하면 결과적으로 중간층 획득에서 문제가 발생해 정권도 못잡게 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중심이다.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은 나름대로 자기중심을 확고히 하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진정성 시비까지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우파 노선을 포기했나? 그렇지 않다. 그런 거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진보적 거점을 중심으로 잡고 진보 개혁 세력의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지금 사분오열돼 있는데 민주당은 우선 중심을 건설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어떤 착각인가?"
"민주 진영 내에서 다수파라고 너무 목에 힘주고 자기 기득권을 즐기고 있다. '기득권을 버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예를 들어 안산 재보선 후보 단일화를 보면 (민주당이) 절차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 같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유를 들어 후보단일화를 깨버렸다. 원인 제공 시비는 있지만 그게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여론 조사로 단일화를 하는 것이었는데, 해도 민주당 후보가 이기지 않았을까?"
"그랬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도대체 왜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다."

"향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과 재야 세력이 선거 연합 등을 논의하게 되면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지역과 관련해 논의가 있지 않겠나?"
"지역 내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열심히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공학적 논의만 있을 뿐, '축적'이 안 된다. (선거 공학 보다는)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 좀 더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역 사회의 개혁적 리더들을 육성하는 노력도 필요하고, 지역에서 제기되는 생활상의 의제들을 매개로 지지 기반을 확장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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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가 형성된 것이 30년 됐으니까 없어지는 데도 최소 30년은 걸리지 않겠나.(웃음) 나는 '거울 효과' 혹은 '거울 깨기'라고 얘기한다. 한 정당이 지역을 독식하는 체제를 없애려면, 이 개념이 중요하다. 지역주의는 영남 지역이 선제적, 권위적, 위압적으로 시작했다. '호남 배제' 식으로 네거티브하게 시작했다. 호남의 지역주의는 어쩔 수 없이 방어적이고, 수세적이었다. 그래서 민주적 가치와도 결합됐다. 그러므로 지역주의에 관한한 영남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을 해체하는 작업은 지역주의 해체의 선행 요인을 없애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거울 두 개가 양쪽에 있으면 서로 상대편의 영상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습을 본다. 이것을 깨야 한다. 영남이 잘못했지만 깨는 것은 같이 깨야 한다. 호남 사람들이 섭섭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영남의 패권주의가 잘못한게 맞는데 왜 해결을 위해서 호남이 나서야 할까요. 영남의 도덕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실천적 영역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것은 결국 교묘한 형태의 패권 용인이죠. 삐뚤어진 것을 곧게 하는 정도를 걸을 자신이 없으니 피해자의 과도한 자기포기를 통해 가해자의 동정을 끌어내보자는 건데, 이건 정말이지 변태적인 논리죠.

영/호남 문제는, "영남 패권이 잘못했고, 이를 교정해야 한다"라는 교과서적인 도덕론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풀릴수가 없습니다. 모든 사회 의제에서 교과서적 도덕론의 대변자처럼 구는 진보 개혁 진영이 유독 지역주의 영역에서는 도덕적 중핵을 애써 외면하고 피해자에게 문제 해결의 책임을 덧씌우며 마키아벨리즘을 자부하고, 도덕적 원칙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분열주의자로 모는 것을 보면 황당할 따름입니다. 노조의 정당한 이익 투쟁을 선동과 분란으로 몰아붙이는 보수적 논리와 한치의 차이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영남 패권에 대해서는 립서비스식으로 시인한뒤 모든 책임과 의무를 호남에 떠넘기며 영남이 아쉬울건 없으니 알아서 해보라는식의 일종의 "조폭 친구"논리를 펴는, 소위 '영남 개혁"세력이라는 작자들을 조갑제보다 더한 악질로 봅니다. 사시미질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를 내세워 "아쉬운건 니들이잖아"라며 윽박지르는 이들은 조폭보다 더한, 조폭 체제 유지의 일등공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