펐다고 신고했다가 낚였습니다. 저만 낚일 수 있습니까?  ^ ^ (그래서 이번엔 통채로 펐습니다. 4년전 글입니다)



http://yhhan.tistory.com/261


원래 덧글로 달았던 글인데, 너무 길어져서 보기가 힘드네요. 그래서 이렇게 새로 올립니다.

idea
2007/02/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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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을 영남인 다수가 반대하는 이유는 김대중대통령이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책적 사안에 대한 판단까지 왜곡하는 기준이 지역주의인데, 지역주의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현실적인 해결방법으로 반대적 정책을 가진 정치세력을 영남에서 키우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노력까지 매도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권한이 미국보다 크다는 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측정하기가 힘든 걸 자기판단에 의존해서 기정사실화하고, 그걸 근거로 논리를 풀어나가면 사상누각이 되지 않을까요? 누구나 그런 오류를 범할 수 있지만, 최교수님정도라면 그런 오류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제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정치는 굉장히 역동적이라서, 노무현정권들어서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축소되었다고 봅니다. 언론에서 주도하는 여론에 의해서 쉽게 재단되어 버리기 일쑤입니다...



이 글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1. 저는 대통령이 미국보다 강하다고 한 적 없습니다. 미국보다 강한 건 지금 세상에 없어요. 하지만 이라크 파병 거부한 나라는 수두룩하지요. 이것만으로 한국이 이라크 파병 거부할 '권한'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이 되는 건 아니지만, 님이 제게 터무니없는 말씀을 하셨다는 점만 우선 지적합니다.
 
2. 햇볕정책을 영남인 다수가 반대하는 이유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요? 시작은 그랬겠죠. 엄밀히 지역주의를 따지면 박정희 독재정권이 정권연장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박정희 이후에도 작동했지요. 처음 시작이 어쨌든, '세뇌'이든 아니든, 지금 이 순간 영남인은 진심으로 햇볕정책을 반대합니다. 호남인은 대개 찬성하지요.

3. 그러므로 '반대적 정책을 가진 정치세력을 영남에서 키우려고' 한다는, 님이 긍정적으로 보시는 열린우리당의 기획은 한계에 봉착합니다. 그러려면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과 구별되는 정책을 가지고 있어야지요. 하지만 지적으로 탁월하게 최장집을 취급하신 철학자 대통령의 말씀에 따르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는 정책적인 차이가 없어요. (그럼 한나라당도 유연한 보수?) 그걸 근거로 '대연정'을 주장하셨죠. 여하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가 햇볕정책밖에 없다는 건 대통령 말씀이 아니더라도 여러 사람에 의해 지적받아 왔습니다. 제가 최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다녀왔는데, 김근태 당의장 이하 모든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이 '한나라당과 뉴라이트'를 비난하면서 하는 말은 '햇볕정책' '6자회담 타결' '개성공단' 정도입니다. 경제정책은 아예 언급을 안 해요. 그냥 추상적으로 우린 '개혁세력'이다. '민주화세력'이다. 이런 정의만 있죠.

4. 그럼 햇볕정책 이외에 한나라당과 변별점이 없는 열린우리당이, 햇볕정책을 대개 반대하는 영남에서, 세력을 키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참여정부는 주로 두 가지 방법을 쓴 것 같네요.

첫째, 영남인(+햇볕정책 반대자)가 대개 조중동의 세뇌를 받는다고 보고, 조중동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운다.

둘째, 김혁규와 같이 '개혁'의 이미지도 없는 인물을 데려와 부산 경남 사람들에게 '여당'을 지지한다면 뭔가 더 나오지 않겠느냐는 소문을 낸다.

첫째 방법은 전술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설령 '세뇌'당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넌 세뇌당했다. 널 세뇌한 놈은 나쁜놈이다.'라고 되뇌이는게 효력이 있을까요. '말'에는 상대가 있고, 조중동은 거기다 또 받아치는 이데올로기적인 기제가 있을 텐데. 이걸로 지역주의 타파하려고 했다면 너무 우스운 일입니다. 언론운동 역량만 다 까먹었지요. 철학자 대통령은 몰라도 지식소매상 장관은 옛날에 안티조선 운동에 열심히 참여했고 경제학에 대한 개념도 좀 있어서 그것보다 조중동의 세력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아요. 다만 지식소매상 장관이 이번에 고백한 바로는, 자기도 철학자 대통령의 '입'을 단속할 수가 없다는 군요.

둘째 방법은 강준만이나 고종석이 치를 떨었듯 윤리적으로 글러먹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시작단계에서는 분명하지 않았는데, 결국 결과적으로 안 먹혔다는 건, 한국의 지역주의가 노무현-유시민 라인이 판단한 것과 좀 다른 증상이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여당 지지하면 부산 경남에 뭔가 떨어진다는 김혁규식 선동이야말로 고전적인 의미에서 가장 적나라한 '지역주의'아니었던가요? 그런데 왜 이게 씨알도 안 먹혔을까요?

이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우리 지역 잘 되라고 우리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순진한 의미에서의 지역주의는 애초에 없었거나, 최소한 변화하는 중이란 겁니다. 지금의 지역주의는 앞서 말했듯 이미 이념적으로 고착화되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걸 깨려면 여러가지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한나라당과 차별점을 줘서 '햇볕정책 반대/친북(?) 반대' 정도로 고착화되어 있는 영남인들을 분절해야 한다는 새로운 결론이 나오죠. 최장집 교수의 지역주의 진단이 옳게 되는 거고, 참여정부보다는 차라리 민주노동당이 반-지역주의 세력이 되는 거죠.

5. 요약하면 지역주의에 관한 한 열린우리당은 윤리의 파탄, 지성의 오류, 전략전술적 거시기의 실패라는 위대한 삼위일체를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지역주의 타파/전국정당건설'은 열린우리당의 거의 유일한 정체성이었지요. 물론 철학자 대통령과 지식소매상 장관은 저 세가지 실패 중 무엇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지지자 중 꽤나 선량한 부류가 마지막 부분의 실패에만 간신히 동의하고 있지요. 나머지는 탈당파 욕하기 바빠요. 정말 한심한 분들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가끔 돌이켜보면 철학자 대통령과 지식소매상 장관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공적 이미지가 어떻게 저토록 처절하게 몰락할 수 있을까. 또 한번 돌이켜보면 그 지지자들이 불쌍합니다.
 
하지만 더 안쓰러운건 누군가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이고, 제 감성이 그 양자를 모두 불쌍해 하더라도, 최소한 그 양자 중 한쪽에는 책임을 물려야 하는 것이 지성의 의무라는 점이지요. 이쯤이면 지지자 여러분에게 스스로 책임을 떠맡을 것인지, 아니면 대표자에게 책임을 떠맡기고 그에게 분통을 터뜨릴 것인지 양자택일을 요구할 가혹한 시간이 돌아왔다고 하겠습니다.



P.S "제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정치는 굉장히 역동적이라서, 노무현정권들어서 대통령의 권한은 대폭축소되었다고 봅니다."라는 님의 말씀이야 말로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고, "측정하기가 힘든 걸 자기판단에 의존하여 기정사실화하고, 그걸 논리로 풀어나가면 사상누각"이 될 우려를 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이 부분을 저보다 더 잘 지적한 어느 분의 글을 소개합니다.
http://basil83.blogspot.com/2007/02/blog-post_09.html 


P.P.S idea님 블로그에 트랙백을 보내려고 했는데 트랙백이 막혀 있네요. 양해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