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회 게시판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나는 TV를 훨씬 더 많이 본다. <바둑 TV>을 가장 열심히 보고 <UFC>와 <K1>도 꽤 본다. 만화는 <네모바지 스폰지밥>과 <심슨네 가족들>을 좋아한다. 잠시 딴 이야기를 하자면, <The Simpons>는 <심슨네 식구들>이나 <심슨 가족>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미국 드라마 중에는 <마이 네임 이즈 얼>을 가장 재미 있게 봤다.
하지만 나는 공중파 TV는 별로 보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떤 분이 인터넷에 <나는 가수다>가 재미있다고 올린 글을 보고 나도 한 번 재방송을 보았다. 그리고
가수
나는 어쩌다 보니 한국 가수들 노래를 거의 듣지 않게 되었다. 외국 노래를 들을 때에도 가수의 목소리보다는 기타 소리에 집중하는 경우가 더 많다. <Big Brother and the Holding Company(독재자와 자본가?)>의 노래를 들을 때에는 제니스 조플린의 목소리에 집중하기는 하지만......
그런 나에게 <나는 가수다>는 볼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 노래를 잘 한다고 알려진 가수들이 일곱 명이나 한꺼번에 나와서 열심히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거의 처음으로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집중해서 들어보았다. 노래 중간에 약간 편집이 들어가서 맥이 끊긴 것이 약간 아쉬웠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소위 아이돌 가수들이 나오는 주류(?) 음악 프로그램들이 음악을 하겠다는 건지 포르노를 하겠다는 건지 헷갈리는 와중에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나온 것이 반가웠다. 나는 음악은 기본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며, TV에 젊고 섹시한 사람이 아니라 노래를 잘 하거나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이 나와서 음악을 들려 주어야 바람직하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나는 가수다>가 그것은 지향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는 가수다>가 대대적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에서 가수
앞으로 <나는 가수다>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 때문에 유명해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아무도 의도하지 않은 것 같지만 대대적인 노이즈 마케팅이 이루어졌다.
내 추측으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애매모호했다는 점이 불씨였던 것 같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게임의 규칙이 있지만 언제든 바뀐다. 하지만 그것을 문제 삼는 시청자는 거의 없다. 그냥 웃기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른바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만약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제작진이 임의로 규칙을 바꾸어서 순위를 바꾸어버린다면 아마
그렇다면 <나는 가수다>는 뭔가? 한편으로 한국에서 노래를 잘 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나와서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 이런 면에서 정식 음악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예능을 잘 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나와서 가수 매니저를 하면서 웃기려고 한다. 노래 중간에 편집이 들어가는, 정식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면에서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 마디로 말해 <나는 가수다>는 어정쩡한 프로그램이다. 노래 잘 하는 가수를 초빙해서 무대를 제공하겠다는 진지한 의도를 예능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이루겠다는 기획 자체에서 오는 어정쩡함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500명이나 되는 감정단을 초빙하여 투표를 하게 하는 상당히 공식적인 절차를 추가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떤 면에서는 아주 엄숙해졌다. 많은 시청자들이 규칙과 공정성에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이런 절차 때문인 것 같다.
반면 실제 제작에 참여했던 제작진과 출연진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처럼 촬영을 한 것 같다. 그들은 <나는 가수다>를 찍을 때에도 예능의 감성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결국 예능에서처럼 제멋대로 규칙을 바꿨다. 그러다가 분노한 시청자들 때문에 그들이 상상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는 정도로 일이 커졌다.
나는 제작진과 출연진이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500명이나 되는 감정단을 불러놓고 투표까지 한 이후에 규칙을 마음대로 바꾸면 그 500명은 뭐가 되나? 그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초대된 알바 방청객이 아니라 음악을 평가하도록 정식으로 초대되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제시한 나의 추측이 맞다면) 나는 시청자들이 제작진과 출연진을 이해해 주고 어느 정도 용서해 주었으면 한다. 내가 보기에 이 프로그램은 아주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고 성공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제작진이나 출연진에 무슨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그냥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저는 용서보다는 따끔한 비판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방송인 ‘패거리’나 가수 ‘패거리’가 지들끼리 모여서, 그 무슨 낯간지럽고 눈꼴시린 썰렁 꼴값쇼를 하든 말든 전혀 상관 안 합니다.
다만, 말씀하셨듯이, “공식적인” 500인의 국민 평가단을 모셔다 놓고, 저런 개꼴값 짓거리를 한다면(특히 이소라와 김건모) 문제가 다릅니다.
우리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패거리’ 사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한국 사회의 학벌 · 문벌 · 토벌 따위가 모두 패거리이며, 정치집단 · 경제인집단 · 문화예술인집단도, 기타 그 무슨 이익단체도 모두 패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패거리 집단의 악덕들 가운데 몇 가지가 볼썽사납게 불거져 나온 게 이번 “나가수” 사태라고 봅니다.
한국에서 가수라는 패거리 집단은, 다른 거의 모든 (대중문화예술계의) 패거리 집단도 마찬가지지만, (나쁘게 말해서) 준조폭적 위계질서로 뭉쳐져 있는 집단과 아주 비슷해 보입니다. 따라서 이런 패거리 집단에서는 “공정”이나 합리적 절차와 결정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힘들 것입니다. 즉 비공정(非公正 혹은 반공정反公正)하고 반합리적 절차와 결정에 찌든 저들 패거리 집단의 관행이, 감히 공식적인 500인의 평가단/감정단과 일반 시청자 앞에서 때와 장소를 망각한 채 흘러 나온 것입니다.
백수광부 님의 말씀대로, 500인의 공식적인 평가단 혹은 감정단을 초청해놓고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공정과 합리적 결정/판정”이라는 개념 혹은 철학을 음악 프로그램에 도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이 세워둔 이런 기준과 원칙과 절차를 자신들 스스로 무너뜨렸던 것입니다. 스스로 초청한 500인의 감정단을 꾸어다놓은 보릿자루 그 이하로 무시하고 격하시키는 최대의 무례를 범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말이 안 되는 작태들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책임을 따져묻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말 그대로 병신같은 사회일 것입니다.
저도 사실 이 사건에서 공정과 원칙 민주주의, 절차, 패거리주의 등등의 문제를 강조하고 싶었는데, 일단 여론을 대충 훑어보면 (저의 그냥 느낌이지만) 공정과 원칙의 문제를 '나는 가수다'사태에 끌고 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네티즌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김PD의 책임추궁 내지 하차를 반대하는 네티즌들은 대부분 그런, 예능은 예능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김PD 하차이후로는 동정론까지 급격하게 부상했고요...
MBC 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의미를 정의할 때, 패거리주의에 의한 공정과 원칙, 신뢰, 민주주의 등등의 가치의 훼손을 목격했기에 문제가 컸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 동의하지 못하는 네티즌들이 상당수 있거든요. 김어준도 덩달아 아무 생각도 없이 MBC 임원회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저는 MBC의 김PD 하차 결정을 더더욱 밀어주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위기관리 원칙에 부합하기도 하니까.
어쨋든 언론에서는 가수들에 앞서서 김 PD가 제일 먼저 하차됐다고 하지만 하차를 그런 식으로 정의하자면 사실 제일 먼저 하차당한 건 500명의 시민 평가단이죠. 솔직한 심정으로는 딴따라라고 불리는 연예인들... 딴따라로 불릴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티즌들을 보면 한편으론 희망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지 않은... 뭐 어쨋든 복잡다단한 사회니까 그러려니 해야겠죠.
건모의 시작은 미사리에서 미천하게 시작하였고 그의 작곡 작사실력과 가창력으로 인하여 한 때 최고의 가수가 되었지요. 그런데 이 프로에서 그의 존심은 무너졌고요. 소라언니,제동이,후배가수들은 친분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원칙을 어겨라는 식으로 덕담을 했고 건모는 거기에 편승해서 조각난 존심을 다시 세우기위해 재도전을 하겠다고 하였고요.
중심을 잡지 못한 김피디는 이 때 책임자로써 단호하게 짤라야 했는데 못 했고요.
네티즌의 비판에 직면을 했는데 거기서도 네티즌의 마음을 읽지 못했죠.
여기서 "미안하다.여차여차해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건모는 탈락시키겠다."고 김피디가 사과를 했다면 거듭나는 프로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엠비씨가 책임자를 교체한 것은 네티즌의 분노를 무마시키기위한 선택이었는데, 누군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정치/사회게시판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