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교수의 이야기가 들을만 하네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321180021&section=02

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떠난 것도 삼성 문제 때문이다. 당시 금감위는 생명보험상장 기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었는데, 당시 부위원장이던 이 교수는 생명보험사 상장 이익에서 보험 계약자 몫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생명보험사가 '상호회사(고객에게 소유권과 이익이 분배되는 회사)'라는 속성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당시 금감위 안에서 소수파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수파였다. 금감위 안에서는 계약자 대 주주 몫이 7 대 1 또는 8 대 1까지 거론됐었다.

그런데 이 교수는 당시 삼성생명의 변칙적인
회계처리 사실을 밝혀냈다. 삼성생명이 수년간 보험감독 규정을 어기고 거액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이익을 주주 몫으로 계상한 사실을 파악해 공개한 것이다.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이건희 회장 등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후손 몇몇에게 돌아갔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생겼다. 이 교수가 삼성생명의 변칙적인 회계처리를 공론화하자, 주변 관료들 대부분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이 교수는 "그 순간, 모든 사람이 내 적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자리를 떠났다. 생명보험사 상장 차익에서 보험 계약자의 몫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됐다. '7 대 1 또는 8 대 1'이 아니라 '0대 10'이 된 것이다.

이를 놓고,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1990년대 말까지 생명보험사
상품은 모두 배당보험이었는데, 배당보험은 생명보험사가 손해를 보면 보험 계약자가 배당을 덜 받게끔 돼 있다. 보험 계약자가 회사의 손실을 메워주는 구조다. 일종의 '상호회사' 방식이다. 그런데 막상 상장이익이 생길 것 같으니 '회사는 주주의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이 교수의 입장이다.

이런 입장과 정반대 편에 서서, 생명보험사 상장차익을 모두 주주에게 돌리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윤증현 당시 금감위원장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는, 바로 그 윤증현이다. 윤 장관 덕분에, 이건희 회장은 약 4조6000억 원의 상장차익을 얻게 됐다.

윤 장관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계속 고위직을 맡았고, 이 교수는 두 정부에서 모두 중도 사퇴 이력을 남겼다. 윤 장관과 이 교수의 이런 대조적인 이력은, 적어도 재벌 문제만큼은 노무현 정부와 현 정부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