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비판을 좀 자제하고 민주당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과거에 쓴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민주당 지지자도 아닙니다.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한나라당과 대등한 양당제의 한축이 되기 힘들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무슨 지역주의, 호남 기득권, 혹은 이념적 보수성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치 기구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당이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관계를 매개체 없이 직접 대변하는것은 불가능 합니다. 서민이나 중산층은 특정되거나 결집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한 집단이죠. 노조나 직능단체 같은 이익기구가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관계를 실질적으로 대변하는 기능을 하기 마련입니다. 민주당의 문제점은 이런 중간 집단과 연대를 맺고 있지 못하다는 겁니다.

언젠가 최장집 선생이 정치에서는 "산출(output)"보다 "투입(input)"이 중요하다고 말한적이 있습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산출하는 것은 보수 정당도 할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서민 참여죠. 서민 대중의 참여가 배제된 정책은 대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공염불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민주당의 복지 정책, 서민 정책이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치적 투입의 측면에서 민주성을 달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노조같은 제 사회세력과 정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중간 집단과 연대할때만이 실질적인 서민 정당으로 태어날수 있는 거죠. 또 그렇게 될때 민주당의 정당 역량의 강화를 꾀할수 있게 됩니다. 중간 집단과 괴리된 민주당은 기득권 세력과 단단히 결합한 한나라당에 비해 정당 역량 강화와 쇄신에 훨씬 불리합니다.

사실 유시민이 주장하는 참여 정치의 문제의식이란것도 한나라당에 비해 기득권 세력과의 연대 고리가 약해 정당 운영에 있어서 상당한 약점을 노출하면서도 막상 노조등과는 연대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난국을 타개 하기 위해 나온 것입니다. 재벌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지도 못하면서 노조의 조합금을 받지도 못하니, 결국 추상화된 일반 대중을 상대로 참여 정치같은 구호를 내세울수 밖에 없죠. 그런데 이런식의 대중 추수주의적 정치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래서 진정한 야권 연대를 위해서는 민주당과 진보 좌파 정당이 상호간의 이념적 차이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서민을 위한 정치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과감히 합쳤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중간 집단과의 연대는 이념의 좌우와 그렇게 결정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반드시 사회주의를 받아들여야지만 노조의 이해관계를 대변할수 있는건 아니죠.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과 진보 정당이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합니다. 진보 정당은 좌파적 경도를 조금 포기하고, 민주당은 중간 집단과의 연대를 기꺼이 받아들여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