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와 성교를 하면 정자를 얻는다. 정자 속에는 유전자가 들어 있다. 이 때 만들어진 자식의 번식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를 진화 생물학자들과 진화 심리학자들은 흔히 좋은 유전자(good gene)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좋은은 순전히 번식에 이롭다는 뜻이며, 예컨대 도덕적인 판단 같은 것은 개입되지 않는다.

 

이왕이면 좋은 유전자를 얻는 것이 여자의 자식의 번식에 도움이 된다. 물론 여자의 자식의 번식에 이롭다면 여자의 번식에도 이롭다. 어떤 유전자가 좋은 유전자인가? 여러 가지 기준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잘생기도록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 더 똑똑하도록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 더 힘이 세도록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 더 건강하도록 영향을 끼치는 유전자, ......

 

그렇다면 여자는 남자에게 좋은 유전자가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한 가지만 살펴보겠다. 남자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장수는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대체로 건강한 사람이 장수한다. 대체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사는 사람이 장수한다. 특히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혹독했던 사냥-채집 사회에서는 왕따 당한 사람이 장수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대체로 똑똑한 사람이 장수한다. 멍청한 사람이 사냥-채집 사회에서 장수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저런 것들을 고려해 볼 때 장수한 남자의 유전자는 그렇지 못한 남자의 유전자에 비해 대체로 좋은 유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여자가 장수하는 남자와 성교를 하면 더 좋은 유전자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남자가 장수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제로 장수한 남자와 성교를 하는 것이다. 젊은 남자가 앞으로 장수할지 여부를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반면 이미 나이가 아주 많은 남자가 장수했다는 점은 명백하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진화 심리학 가설을 하나 만들 수 있다. 여자가 아주 나이가 많은 남자와 성교하도록 또는 그런 남자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도록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되었다고 보는 가설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여자가 예컨대 90세가 넘는 남자를 성적으로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100세가 넘는 남자라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아마 저명한 진화 심리학자가 위에서 제시한 가설을 진지하게 제시하는 것을 본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왜 진화 심리학자는 뭔가 그럴 듯한 논리를 통해 만들어진 위의 가설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첫째, 실제 여자들을 살펴보면 위의 가설과 거의 정면으로 모순된다. 임신을 할 만한 나이인 여자가 젊은 남자보다 90세가 넘은 남자를 선호하는 경우는 전혀 또는 거의 없다. 이것은 굳이 조사해보거나 실험해볼 필요도 없을 만큼 명백하다.

 

여자가 아주 나이가 많은 남자를 선호하도록 진화했다는 가설은 이런 식으로 쉽게 반증된다. 진화 심리학 가설들이 반증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적어도 여기에서 제시한 가설은 쉽게 반증된다.

 

둘째, 인간의 경우 여자가 남자로부터 정자만 얻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보통 결혼을 하며 결혼을 하면 남자는 여자와 자식에게 자원을 제공하고 때로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준다. 공식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사랑에 빠지면 남자는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90 살 먹은 노인은 그런 일을 하기 힘들다. 여자가 성교를 할 때 유전자만 고려하도록 진화했을 것 같지는 않다.

 

자연 선택 이론에서 시작하여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 때에 하나의 선택압(selection pressure)만 생각하면 안 된다. 하나의 표현형에 온갖 선택압들이 작동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선택압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여기에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나이가 많을수록 자원과 보호를 제공하기 힘들다가 충돌한다.

 

 

 

2011-03-23